명예회복 나선 한스킨

BB크림의 원조 ‘한스킨’이 명예회복에 나섰다. 올 3월 셀트리온에 인수된 이후 6개월 만에 신제품을 출시했다. BB크림과 보톡스를 결합한 ‘비톡스’가 제품 콘셉트다. CC크림이 메이크업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BB크림으로 정면돌파를 하겠다는 얘기다.

▲ BB크림의 원조 '한스킨'이 BB크림과 보톡스를 결합한 신제품을 출시했다. CC크림의 열풍을 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2008년 2월. GS홈쇼핑이 화장품 브랜드 한스킨의 BB크림을 내보냈다. 방송 45분 만에 8000세트가 매진됐다. 한스킨은 그해 GS홈쇼핑 상반기 판매랭킹 4위를 차지했다. ‘BB크림 신화’를 쓴 한스킨다운 기록이었다.

그로부터 1년 후인 2009년 12월. GS홈쇼핑은 화장품 판매랭킹 순위를 발표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스킨의 순위를 주목했다. 그런데 웬걸, 한스킨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업계에선 ‘BB크림 신화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한스킨의 실적은 2009년을 기점으로 곤두박질쳤다. 약 5000만원(2009)에 불과했던 영업손실은 올 상반기 현재 273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한스킨이 부진에 빠진 이유는 ‘제품 다양화 실패’ ‘무리한 매장 확대’ 두가지다. 2006년 1월 한스킨은 국내 최초로 BB크림을 출시했다. BB크림은 블레미쉬 밤(Blemish Balm)의 약자로 피부시술 후 얇아진 각질층을 보호하기 위해 바르는 크림이었다. 한스킨은 여기에 피부색 보정기능을 추가해 ‘화장하지 않은 듯한 화장’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웠다. 화장품 시장엔 생얼화장 열풍이 불었다. 경쟁업체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스킨79ㆍ닥터자르트 등 BB크림 전문브랜드가 등장했다. 콧대 높은 해외 명품 브랜드도 BB크림을 내놨다. BB크림에 의존하던 한스킨은 타격을 입었고, 2008년 부랴부랴 기능성 기초제품을 출시하며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를 꾀했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무리한 매장 확대로 인한 타격도 컸다. 2007년 4월 한스킨은 청담동본점ㆍ압구정점ㆍ이대점ㆍ부산대점을 오픈한 데 이어 그해 9월 명동에 2개의 매장(한스킨하우스)을 열었다. 온라인 화장품 브랜드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 시도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무리하게 매장을 확대하면서 비용을 과다지출한 게 부담이 됐다. 한스킨은 결국 2011년 압구정점과 이대점을 제외한 모든 매장을 철수했다.

한스킨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올 3월. 바이오전문기업인 셀트리온 계열사인 셀트리온GSC에 인수되면서다. 매각대금은 90억원이었다. 셀트리온GSC는 피부에 단백질을 공급하는 기능성 화장품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한스킨은 6개월 후 모습을 드러냈다. 9월 25일 바이오 기술을 접목한 비비크림을 출시한 것이다. BB크림만으로 피부 톤을 보정하고, 보톡스ㆍ필러 등 피부시술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다. 지금은 BB크림이 아닌 CC크림이 국내 메이크업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서다. CC크림은 컴플리트 케어(Complete Care)의 약자로 보정기능과 수분기능을 갖췄다. 화장이 들뜨는 BB크림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악재도 있다. 한스킨의 모회사인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은 시세조종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을 처지에 몰렸다. 한스킨 관계자는 “셀트리온과 한스킨은 본사와 계열사 관계이긴 하지만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서정진 회장의 검찰조사와 우리의 경영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한스킨이 ‘BB크림’을 내세웠다는 점이다. 정면돌파하겠다는 얘기다. 시장이 BB크림 원조의 명예회복을 주목하는 이유다. 첫 출발이 상큼하진 않지만 말이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kkh4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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