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주 부진 진짜 이유

▲ 최근 대형주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중소형주는 투자자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띠고 있지만 중소형주는 부진한 국면을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대형주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중소형주가 투자자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얘기인데, 외국인 매수세와 중소형주의 성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시장의 우려가 컸던 미국 연방정부 폐쇄와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해결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이제 증시의 관심은 다시 경기와 기업실적, 그리고 다양한 이슈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대형주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중소형주는 대형주의 강세 속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때 중소형주는 대형주보다 좋은 성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중소형주는 기업규모가 작은 업체이기 때문에 경기변동에 따른 실적 영향이 크게 나타나서다. 또한 중소형주는 경기가 부진하면 부도 리스크를 겪을 가능성이 커져 극단적인 저평가 상태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거시경제 회복으로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다.

실제로 미국의 중소형주 주가지수인 러셀2000은 경기가 회복될 때 대형주인 러셀1000보다 좋은 성과를 보였다. 이는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중소형주의 성과는 경기회복 시기에 더 높아진다는 것이 일반적이란 얘기다.


중소형주는 금융시장의 위험선호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금융시장의 꼬리위험(tail-risk)이 높아질 경우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대형주의 인기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수출보다 내수 매출 비중이 높은 것도 한국 중소형주의 특징이다. 2012년 비금융업의 내수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코스피 대형주가 51%를 기록했다. 코스피 중형주와 소형주는 각각 65%와 73%의 비중을 보였다. 중소형주가 대분인 코스닥의 비중도 73%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의 중소형주는 미국의 중소형주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기개선과 위험선호, 내수출하 비중이 상승하고 있지만 중소형주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중소형주의 부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증시의 역사적인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계열을 좀 더 길게 놓고 한국 경기 선행지표와 중소형주의 성과를 비교하면 경기 개선시기에 중소형주의 상대성과가 항상 좋았던 것이 아니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2002년과 2003년, 그리고 2009년 중반 이후 한국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좋아질 때 코스피의 중형주와 소형주의 주가는 오히려 떨어졌고 이러한 모습은 최근에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경기개선과 함께 중소형주의 상대성과가 양호했던 2005년, 2007년과의 차이점을 살펴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 유입이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기 회복세에도 중소형주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시기에는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세가 강하게 나타났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한국시장에 들어올 때 주로 대형주 위주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외국인 투자자금이 강하게 유입되던 시기 중소형주는 순매도세를 보인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면 외국인의 매수세가 진정되면 중소형주의 성과는 개선될 수 있을까. 과거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강하게 나타났을 때 중소형주의 흐름을 살펴보자. 지난 10월 11일까지 31거래일째 외국인의 순매수가 나타났다. 이번 경우를 제외하고 20일 이상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진 시기는 1998년 3월과 2009년 8월 2010년 4월까지 총 세 번이 있었다. 1998년 1월 20일부터 3월 20일까지 34일 연속 순매수세를 기록한 이후 외국인 매수세가 중단됐다. 외국인 매수세가 중단된 이후 중소형주의 성과가 일정기간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진정되고 투자자의 관심이 중소형주로 돌아와야 성과 개선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2009년에는 외국인 순매수가 20일 연속 진행된 이후 잠시 중단되었다가 다시 꾸준하게 유입됐다. 중소형주의 상대성과는 이틀정도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다 다시 하락했다. 마지막으로 2010년의 경우는 외국인 순매수가 22일 연속 유입됐다. 이후 순매수 강도가 약해졌고 순매도로 돌아섰다. 중소형주의 상대성과는 순매도가 진행되면서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 매수세와 중소형주의 상관관계

외국인 매수가 20일 이상 이어지는 시기 중소형주의 상대성과를 살펴본 결과. 중소형주의 대형주 대비 상대성과는 경기회복 기대감이 유지될 때 외국인 순매수가 진정돼야 개선세를 나타냈다. 경기회복 기대와 함께 외국인 순매수가 대형주를 중심으로 강하게 유입되면서 성과가 개선된다. 그 이후 중소형주의 상대적인 가격에 매력을 느낀 국내 투자자가 중소형주에 관심을 가져야 성과 개선이 이뤄진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이번 중소형주의 성과 부진도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가 줄어들어 국내 투자자의 관심이 중소형주로 돌아와야 성과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가지 잊지 말아야 점은 중소형주의 전반적인 성과 개선은 경기회복 기대감이 계속해서 유지돼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외국인 순매수가 강한 지금은 중소형주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와 연기금의 관심을 동시에 받고 있는 종목에 대한 접근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 10월 외국인 투자자와 연기금의 순매수가 유입되고 3분기와 4분기 실적이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은 종목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종목이 표에 포함돼 있는 기업들이다. 롯데칠성ㆍ대중제약ㆍ코오롱생명과학 같은 경기 방어적 성격의 종목을 제외하면 대부분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다. 전통 제조업보다 IT와 소비재 중심의 종목이 많은 것은 종목 트렌드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장희종 하나대투증권 연구원 chang.heejong@hana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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