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은행업계 전망

은행권의 실적이 올 3분기부터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용위험지표가 낮아지고 가계대출이 증가세에 있어서다. 하지만 내수침체 장기화와 한계기업의 증가로 은행권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은행권의 앞날을 살펴봤다.

▲ 올 하반기 은행업계의 실적이 개선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 투자은행의 올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했다. 갖가지 소송에 휘말리면서 법무 비용이 증가한 결과다. 기준금리가 낮게 유지되면서 매출이 줄어든 탓도 큰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는 “경기 성장세가 느린 이유가 궁금하다면 은행 실적을 살펴보면 된다”며 “이번 실적 발표는 미국 경제의 험난한 앞날을 예고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과 웰스파고는 10월 11일 모두 기대 이하의 실적을 발표했다. JP모건은 3억8000만 달러(주당 17센트)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제이미 다이먼이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이후 첫 순손실이다. 매출은 239억달러로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239억4000만 달러를 밑돌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8% 감소했다.

그렇다면 어닝시즌을 맞은 국내 은행권의 실적은 어떨까. 일단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이고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업종의 3분기 실적은 오랜만에 시장 컨센서스(예상치)와 부합하는 수준을 보일 전망”이라며 “3분기 은행업종 순이익 합계는 1조9000억원으로 지난 2분기보다 30.7%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기업 여신의 구조조정 실시로 추가 대손충당금 전입이 집중됐던 2분기에 비해 대손비용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현수 KB투자증권 연구원도 “신용위험 지표가 낮아지고 가계부문 대출 가운데 은행권이 담당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내년에도 은행권 대출이 증가하면서 은행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반대 시각도 있다.

은행주株의 상승세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은행주의 발목을 잡는 건 내수침체 장기화로 한계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의 주요 고객인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지면서 위기가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서영수 키움증권 금융총괄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회복세로 조선ㆍ해운 등 업종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감돌고 있지만 과도한 이자부담 탓에 자발적으로 정상화하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침체뿐만이 아니다. 동양그룹 사태 이후 한계기업이 채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졌다.

은행업계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각


한계기업의 유동성 유지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산업은행의 자금지원능력이 악화된 것도 또 다른 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결정되면 유동성이 축소돼 한계기업의 자금사정이 더욱 악화될 공산이 크다. 그러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적이 하락하고 있는 은행권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올해 2분기 실적은 1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1000억원) 대비 1조원(48%) 감소했다. 여기에 STX조선ㆍ웅진ㆍ동양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이 잇따라 부실화되면서 연체율마저 높아질 위기에 몰려 있다. 서영수 연구원은 “정부의 은행규제가 시장에서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 결과 시장이 기대하는 것처럼 은행순이자마진과 은행건전성이 4분기 이후 개선돼 전체 실적이 좋아질 가능성은 희박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김세형 객원기자 jayk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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