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지 달라진 이건호 KB국민은행장, 홍기택 KDB산업은행장

▲ 새롭게 취임한 금융그룹 은행장의 행보와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건호 KB국민은행장(왼쪽) 홍기택 KDB산업은행장.

금융권 4대 천왕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은행장이 바뀐 곳은 KDB산업은행, KB국민은행이다. 두 은행의 수장은 취임 당시 노조의 반대로 홍역을 앓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취임 이후 행적과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한명은 ‘예상보다 잘한다’, 다른 한명은 ‘역시 그렇구나’라는 평가를 받는다.

올 4월 어윤대 전 KB금융그룹회장이 연임을 포기하면서 이명박(MB)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무기로 권력을 누렸던 금융지주회사 4대 천왕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4대 천왕이 물러나면서 금융권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4대 천왕이 물러나고 이번 정권에서 금융그룹의 핵심인 은행장으로 새롭게 등장한 인물은 이건호 KB국민은행장과 홍기택 KDB금융그룹 회장 겸 KBD산업은행장이다. 홍기택 산업은행장은 4월 9일 KDB금융그룹 회장에 취임한 뒤 은행장을 겸직하고 있고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은 7월 22일 취임했다.

취임 당시 두 은행장은 은행노조의 취임 반대라는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건호 은행장은 취임식을 치르지 못했다. 취임식이 있었던 7월 22일 600여명의 노조원이 농성을 벌이며 이 은행장의 행사장 진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노조는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내부인사를 은행장으로 선임한다는 약속을 깨고 관치 인사를 했다며 반발했다. 이 행장은 2011년부터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으로 일해 국민은행에서의 경력은 2년에 불과했다. 이 행장은 15일이 지난 8월 5일 노조와의 합의 끝에 출근을 할 수 있었다.

이 행장은 노조와 직원의 고용안정 보장, 인위적 구조조정 자제, 조직 화합과 능력을 바탕으로 한 공정한 인사, 직원 사기진작 방안 마련 등을 실천한다는 내용의 공동협약서를 채택했다. 취임 초기부터 이 행장은 직원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했다. 이 행장은 “최우선 가치는 직원과 고객을 보호하는 것에 있다”며 “직원을 절대로 부채로 여기지 않고 소중한 자산으로 생각해 한 사람도 낙오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소통을 위한 노력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씩은 구내식당을 찾아 직원과 함께 식사를 하며 소통에 노력하고 있다. 또한 예고 없이 영업점을 방문해 직원의 고충을 듣는 자리로 활용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 행장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직원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취임 당시의 우려와 다른 긍정적인 반응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행장 취임이후 사업부문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추진한 ‘락스타’ 사업도 규모를 줄일 계획이지만 사업은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젊은층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대학가를 인근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지점중 10~15곳을 폐쇄하고 나머지 지점은 출장소 형태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수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급격한 변화가 있지는 않다”며 “비용을 줄이기 위한 일반적인 구조조정은 있지만 기본적인 운영방침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 행장 취임 이후 가장 큰 변화는 계약직 사무직원의 정규직 전환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10월 17일 이 행장과 박병권 노조위원장이 사무직원의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계약직 사무직원 4200여명이 내년 1월부터 전형 절차 없이 전원 정규직이 된다. 현재의 정규직 체계를 L1~L4 직급에서 L0~L4 직급으로 확대하고 계약직 사무직원을 ‘L0’직급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 노조관계자는 “정규직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무기 계약직이 아닌 진정한 정규직 전환으로 계약직 출신이 은행장을 꿈꿀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년간의 협의에서 큰 진전이 없었다”며 “신임 은행장이 진정성을 가지고 협의에 임해 원만한 합의를 이룰 수 있었다”고 밝혔다.

홍기택 KDB금융그룹 회장도 취임과 함께 은행노조의 반대에 부딪혔다. 산업은행 노조는 홍 외장이 금융과 조직운영에 경험이 없는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과 관계있는 국가미래연구원ㆍ인수위원회ㆍ서강대 출신으로 현 정권의 관치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산업은행장 겸임 과정에서도 잡음이 있었다. 홍 회장의 부족한 금융 실무경험을 보완하기 위해 별도의 산업은행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출발 다른 현실

산업은행장에 취임한 이후 홍 행장은 업무 파악과 직원과의 소통에 힘썼다. 홍 행장은 정책금융의 맏형 역할을 하겠다고 밝히고 중소업체와의 소통에도 힘썼다. 지역의 중소기업을 찾아가며 중소기업 창조금융지원방안을 소개했다.

하지만 홍 행장의 이전 발언과 말 바꾸기는 계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홍 행장은 취임당시 2012년 규제개혁위원회 활동과 2008년 저서활동의 내용이 비판을 받았다.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이던 시절에는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 조항의 삭제를 결정했고 2008년 ‘금산분리 원칙의 재조명’이란 글에서 금산 분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두가지는 모두 박 대통형의 공약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 방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또한 사외이사제도 개선안에 반대 의견을 나타내고도 농협금융지주의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에 취임했다가 인수위원 겸직 논란으로 사외이사에서 물러난 경험이 있다.

최근에는 STX팬오션 인수 문제를 두고 말 바꾸기를 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지난 6월 산업은행은 STX팬오션 인수를 거부했다. 정책당국과 STX팬오션의 요청이 있었지만 시간만 끌다가 인수를 포기했다. 결국 STX팬오션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하지만 한달 뒤 홍 행장이 말을 바꿨다.

STX팬오션의 사업모형이 새로 만들어지고 계속비용으로 볼 때 괜찮아질 수 있다고 판단되면 인수여부를 다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홍 행장의 말 바꾸기가 시장에 혼란을 줬고 채권단의 피해를 키웠다는 의견이다.

홍 행장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동양그룹과 관련이 있어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홍 행장은 2001년 6월부터 2010년 3월까지 동양증권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특히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을 당시 동양그룹과 계열사의 사금고 역할을 한 동양파이낸셜대부를 동양증권의 완전자회사로 두는 결정에 찬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홍 회장은 2009년 12월 18일 열린 동양증권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동양파이낸셜대부의 주식을 취득하는 안에 찬성했다. 특히 홍 행장이 유일한 사외이사로 활동했기 때문에 주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란 의견이다.

동양파이낸셜대부는 동양그룹에 1조5000여억원을 빌려주는 등 동양그룹의 사금고로 이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동양파이낸셜대부는 지난해 초부터 올해 6월까지 동양레저에 7771억원, 동양인터내셔널에 5809억원을 빌려줬다. 또한 주식회사 동양에서 350억원, 동양시멘트에서 100억원, 동양생명에서 200억원 등을 빌려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에 다시 대출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홍 행장 취임 이전에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동양시멘트에 2200억원을 빌려준 주채권은행이라는 점과 홍 행장이 과거 동양증권의 중요한 결정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비판을 받고 있다.
강서구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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