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 변신 꾀하는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이 몸집 키우기에 시동을 걸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프리미엄아울렛·복합쇼핑몰 사업에 나선데 이어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뛰어들고 있다. 보수적 경영방침으로 정지선停止線으로 불리던 현대백화점으로선 이례적 행보다. 그러나 성공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 보수색채를 벗은 현대백화점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하던 현대백화점그룹이 최근 몇년 동안 공격적인 행보를 계속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003년 부천 중동점 이후 2010년 상반기까지 백화점 신규 출점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0년을 기점으로 달라졌다. 2010년 킨텍스점, 2011년 대구점, 2012년 충청점 신규출점에 이어 올 8월에는 현대백화점 무역점을 리뉴얼했다.

프리미엄아울렛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신세계와 롯데가 양분하고 있던 교외형 프리미엄 아울렛 사업에 진출한 것이다. 내년 하반기 경기 김포시 경인아라뱃길 김포터미널에 연면적 16만5000㎡ 규모로 프리미엄아울렛 오픈을 앞두고 있다.

2015년 송도에도 프리미엄 아울렛을 오픈한다. 10월 16일에는 현대백화점은 현대송도개발로부터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소재 토지 임차를 공시했다. 계획대로 2015년 송도 프리미엄 아울렛 오픈에 한발짝 가까워진 것이다. 착공에 들어간 판교 알파돔시티 복합쇼핑몰 오픈도 2015년 예정돼 있다. 판교점은 대지면적 2만2905㎡, 연면적 23만5338㎡에 영업면적 5만2800㎡로 지하 7층~지상 13층 규모로 건설된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인수·합병(M&A) 카드를 꺼낸 것도 눈에 띈다. 지난해 초 현대백화점은 자회사 현대홈쇼핑을 통해 국내 패션업체 한섬 지분 34.6%를 4200억원에 인수했다. 업계를 떠들썩하게 한 대형 M&A였다. 2011년 11월에는 현대그린푸드를 앞세워 리바트 지분을 사들이며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이어 지난해 초에는 아예 계열사로 편입했다. 5월 말에는 김화응 현대H&S 대표가 리바트 신임 대표 자리에 앉으면서 실질적인 경영권을 손에 쥐었다. 현대백화점 그룹 편입 후 구조개편 효과가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 주가도 연일 상승세다.

현대백화점은 2003년 정지선 회장 체제 출범 이후 구조조정과 내실다지기에 주력했다. 경쟁사인 롯데와 신세계가 경쟁적으로 점포를 늘리는 동안에도 신규 점포나 유통업체 인수합병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지선 회장이 이름처럼 ‘정지선停止線’에 서 있다는 농담이 나오기까지 했다. 하지만 2010년부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그룹 재무구조가 안정과 함께 외부로 눈을 돌린 것이다. 정지선 회장 역시 “2020년까지 그룹 매출을 20조원으로 확대하고 대형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랜 보수색채 탈피하나

 
현대백화점의 적극적인 행보는 장밋빛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주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이후 실적회복 속도가 다른 유통업체보다 빨라질 전망”이라며 “백화점의 프리미엄과 코엑스점의 재개장, 그리고 효율적인 비용관리로 실적이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렛 오픈을 통한 영업면적 확대로 2015년까지 성장률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외형 확장만 두고 성공을 예단할 순 없다. 일례로 프리미엄아울렛 시장은 유통 공룡 3사가 모두 뛰어들며 향후 포화상태에 달할 가능성이 커서다. 현재 롯데(4개), 신세계(3개) 프리미엄아울렛이 출점한 가운데 롯데가 동부산점을, 현대가 김포점과 송도점을 연이어 오픈하면 2015년까지 총 10개 프리미엄아울렛이 문을 열게 된다.

하지만 이같은 프리미엄아울렛 시장 확대는 국내 명품 소비 수요에 비해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현대백화점이 프리미엄아울렛을 오픈하게 될 김포 지역은 롯데와 신세계가 접전을 펼치고 있는 경기도 파주 지역과 크게 멀지 않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프리미엄아울렛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입지”라며 “경인아라뱃길·올림픽대로·외곽순환도로·김포공항·인천공항과의 접근성을 고려했을 때 고객 선점에 있어 오히려 우리가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판교지구 알파돔시티 부지 내 복합쇼핑몰(백화점·할인점·쇼핑몰·영화관)의 사업권을 확보해 복합몰 오픈도 추진 중에 있다. 하지만 처음 사업권을 갖고 하는 복합몰 사업인 만큼 성공을 예단하기 어렵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이 복합몰에 진출하더라도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마트나 영화관 등의 계열사를 거느린 롯데나 신세계와 달리 동원할 만한 계열사가 딱히 없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입장은 다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복합몰의 관건이 소비자 집객효과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리한 면이 있다”며 “계열사 위주 입점보다는 업태별 최고 업체만 모아 복합쇼핑몰을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복합쇼핑몰 전체 사업권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목동점이나 무역점은 이미 복합몰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계획에 있던 신규 출점 계획이 잇따라 무산된 것은 문제다. 특히 2016년 이후 신규 출점 계획이 오리무중에 빠졌다. 양재점은 출점계획이 물 건너갔다. 2007년 8월 계열사인 한무쇼핑을 통해 양재동 복합물류센터에 백화점 입점계획을 세우고 시행사 파이시티와 임대차 계약을 맺었지만 부동산 경기침체로 시행사인 파이시티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신규 출점을 포기했다.

2016년 이후 출점을 계획했던 안산점도 미래를 알 수 없다. 안산시가 추진하던 안산문화복합돔구장 개발사업에 민간사업자 방식으로 참여해 점포를 낼 계획이었지만 안산시가 사업계획을 변경하면서 백화점 신규 출점이 무산됐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재 안산점의 경우 대체 부지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지만 결정된 부분은 아직 없다. 2016년 이후 신규 오픈 계획을 잡고 있는 광교점도 아직은 준비 작업 단계에 머물러 있다.

M&A로 인한 아직 뚜렷한 성과를 보지 못하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실제 2011년 5000억원었던 한섬 매출은 인수 첫해인 지난해 4896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올 상반기 개별기준 매출은 211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대비 12% 감소했다. 인수 전인 2011년 상반기와 비교해도 7%가량 줄어들었다. 지난해 지방시와 셀린느 같은 거물급 해외 브랜드 판권을 신세계인터내셔널에 뺏긴 데 이어 발렌시아가 직진출을 선언하며 한섬의 품을 벗어났다.

2016년 이후 큰그림 모호해

 
하지만 한섬 인수성과를 속단하기엔 이르다. 정연우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사상 유례 없는 경기침체로 어떤 패션업체를 인수했더라도 고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진 신한금융 투자 애널리스트도 “현대백화점의 브랜드 인수전략은 신세계가 기존 이마트에서 기업형 슈퍼(SSM)·편의점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과 유사하다”며 “현대백화점이 선택한 성장동력 중 하나는 브랜드 확장”이라고 분석했다.

현대백화점의 청사진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것과 여전히 보수적인 경영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의 가장 큰 단점은 먼저 나서지 않는 것”이라며 “경쟁사들이 먼저 진출한 프리미엄아울렛, 복합몰에 후발주자로 뛰어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고가 이미지의 백화점을 고수해 온 현대백화점이 유통 트렌드 변화 속에서 어떻게 체질을 변화시킬지도 관전포인트”라고 말했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story6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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