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 안 먹히는 8ㆍ28 대책

집값은 개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새 출발을 앞둔 신혼부부의 달콤한 꿈도 집값 앞에선 어쩔 도리가 없다. 내집 마련을 꿈꾸는 30~40대 중년과 무주택자에게도 집값은 넘기 힘든 거대한 산이다. 8ㆍ28 대책 이후 바뀐 부동산 풍속도를 살펴봤다.

▲ 정부가 '8.28 대책'을 통해 내집 마련을 유도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내년 2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 이진현씨와 김소라씨. 32살 동갑내기인 두사람은 내년 초에 서울을 떠날 생각이다. 신혼집을 경기도 남양주시 인근에 얻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당초 계획은 이씨가 살고 있는 서울 신림동 전셋집에서 신혼살림을 차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올 12월 전세 계약 갱신을 앞두고 집주인이 전세를 2000만원 더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집주인은 전세를 올려주지 못하면 월세로 전환하겠다고 통보했다. 전세든 월세든 신혼부부에게는 부담인 것은 똑같다. 빚을 더 낼까도 생각해 봤지만 혼수 준비로 많은 대출을 받은 상태. 두 사람은 32년 간의 서울생활을 청산하기로 했다. 이씨는 “앞으로 집 때문에 가슴 졸이며 살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정신이 혼미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가 ‘8.28 전ㆍ월세 부동산 대책’을 통해 내집 마련을 유도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10월 7~10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3명에게 ‘현재 집을 구입하기 좋은 시기인가’를 물어본 결과, 전체 응답자의 30%가 ‘좋은 시기’, 49%는 ‘좋지 않은 시기’라고 밝혔다. 21%는 의견을 유보했다. 국민 10명 중 7명이 집 구입 여부에 부정적인 셈이다.

주목할 것은 주택구입 가능성이 큰 중년층과 무주택자의 응답이다. 30대(60%)와 40대(57%)에서는 ‘좋지 않은 시기’라는 응답률이 높았다. 무주택자의 67%도 ‘좋지 않은 시기’라고 했고, 유주택자는 39%가 ‘좋지 않은 시기’라고 응답했다. 반면 50대의 경우 ‘좋은 시기’와 ‘좋지 않은 시기’가 각각 35%, 39%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60세 이상은 ‘좋은 시기’라는 답변(35%)이 ‘좋지 않은 시기’라는 응답(22%)보다 많았고, 43%는 의견을 유보했다.

이번 조사가 시사하는 점은 ‘8ㆍ28 대책’이 발표된 지 한달여 만에 여론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8ㆍ28대책 발표 직후인 9월 초 설문결과와 비교하면 ‘좋은 시기’ 응답은 4%포인트 줄었다. 반면 ‘좋지 않은 시기’ 응답은 7%포인트 늘었다. 특히 40대(39%→57%)와 50대(25%→35%)에서 ‘좋지 않은 시기’라는 의견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문제는 지금이 집을 구입할 시기냐 아니냐가 아니다. 집값 전망에 대한 국민의 여론이 달라진 것이다. 집값 상승 전망이 9월 설문조사 때보다 7%포인트 늘었지만 집을 구하기에는 좋지 않다는 의견이 더 늘었다.

전셋값 전망에 대해선 54%가 ‘오를 것’으로 내다본 반면 ‘내릴 것’이란 응답은 14%에 그쳤다. 21%는 ‘변화 없을 것’, 11%는 의견을 유보했다. 국민 4명 중 3명이 앞으로 전셋값이 더 오르거나 지금과 같은 시세를 유지할 것으로 본 것이다.

실제로 전월세시장은 거래량이 꾸준히 줄고 있지만 전세금 상승세가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10월 23일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올 3분기 전월세 거래량은 총 30만8632건으로 2분기(35만300건)에 비해 13.5% 줄었다. 2분기 거래량도 1분기(37만8463건) 대비 8.03% 감소했다. 8•28대책 후속 조치인 취득세 영구 감면 시기와 소급 적용 범위 등이 연기된 데다 전세 수요가 공급에 비해 많은 탓이다. 정부의 8ㆍ28대책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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