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왕섭의 Brand Speech

▲ 칠성사이다는 코카콜라의 킨사이다와 닥터페퍼 스내플의 세븐업을 이긴 로컬 브랜드다.(사진=롯데칠성음료 제공)
글로벌 브랜드는 오랫동안 축적된 문화적 유산, 여러 국가에서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쌓은 경험과 노하우, 거대한 마케팅 자본까지 모든 걸 갖고 있다. 로컬 브랜드가 이길 수 있을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늘 예외는 있는 법. 로컬 브랜드도 전략만 잘 짜면 승산이 있다.

글로벌 브랜드와 로컬 브랜드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당연히 글로벌 브랜드가 이길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전 세계를 통틀어 코카콜라만큼 강력한 글로벌 브랜드는 없다. 그러나 탄산음료시장으로 좁혀보면 코카콜라의 ‘킨(Kin)’과 같은 글로벌 브랜드와 싸워 이긴 로컬 브랜드가 있다. ‘칠성사이다’다. 다만 아직까지 어떤 서적이나 보고서에서도 칠성사이다의 성공전략을 찾지는 못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일단 글로벌 브랜드의 특징들을 살펴보자. 글로벌 브랜드는 로컬 브랜드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첫째 글로벌 브랜드와 로컬 브랜드는 브랜드 자산 규모에서부터 엄청난 차이가 난다. 브랜드 인지도는 물론 장기간의 마케팅 투자를 통해 구축된 브랜드 이미지도 글로벌 브랜드가 훨씬 강력하고 호의적이며 독특하다. 동일 품질을 전제로 브랜드의 지불 가능 가격을 비교해 봐도 소비자는 글로벌 브랜드에 높은 값을 지불한다. 당연히 브랜드 충성도도 월등히 높다.

둘째, 브랜드 개성에도 큰 차이가 있다. 명품이라 불리는 브랜드만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화장품 중에서 ‘샤넬’이나 ‘루이뷔통’ 등을 로컬 화장품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명품 브랜드가 브랜드 개성에서 확실한 차이를 두고 있다는 건 이론의 여지가 없다.

셋째, 글로벌 브랜드는 대체적으로 특정 제품의 범주에서 선도자인 경우가 많다. 인터브랜드에서 매년 발표하는 세계 100대 브랜드는 대부분 전에 없던 혁신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그 제품 범주를 꿰찬 브랜드들이다. 이후 절대적인 경쟁 우위를 기반으로 전 세계로 해당 브랜드의 영향력을 확대했다. 글로벌 브랜드는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코카콜라(탄산음료)’ ‘IBM(비즈니스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컴퓨터 소프트웨어)’ ‘구글(인터넷 서비스)’ ‘맥도날드(패스트푸드)’ ‘나이키(스포츠 용품)’ ‘인텔(컴퓨터 하드웨어)’ ‘애플(스마트폰)’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더구나 맥도날드 매장에서 판매되는 ‘빅맥’은 세계 여러 국가의 물가 수준을 파악하는 지표로도 활용된다.

 
강력한 파워를 가진 글로벌 브랜드에 대항하면서 준비가 소홀하다면 백전백패 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브랜드와 로컬 브랜드의 전쟁에서 반면교사로 삼을만한 유용한 사례가 있다. 스포츠 용품 브랜드 ‘프로스펙스’의 흥망사다. 1980년대만 해도 프로스펙스와 나이키의 가격대는 비슷했다. 둘 다 고급스럽고 세련된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프로스펙스를 신으나 나이키를 신으나 사용자의 이미지는 같았다.

하지만 이 상황을 바꾸는 변화가 일어났다. 1988년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와 1990년대 인터넷의 확산으로 인한 ‘정보 탐색의 편의성 증가’다. 이로 인해 나이키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 수 있었지만 프로스펙스는 점차 쇠락의 길을 걸었다. 프로스펙스는 젊음의 아이콘이던 서태지와 협업 브랜드를 만들기도 했지만 시작된 쇠락을 막지는 못했다. 결국 ‘국산품 애용’이라는 초라한 마케팅을 끝으로 프로스펙스는 LS그룹에 인수됐다.

흥미로운 건 프로스펙스가 LS그룹으로 인수된 이후다. 이미지 중심의 나이키에 대응해 워킹화ㆍ성장 촉진화ㆍ조깅화 등의 기능성 브랜드로 재활성화하면서 과거의 영화를 되찾아가고 있어서다. 경쟁자는 같은데 역량이 달라진 것이다. 경쟁구도를 재편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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