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진짜 8조원 투자하나?

▲ 기획재정부는 에쓰오일에 공장증설부지를 공급하는 방안을 통해 8조원의 투자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현실은 다르다.(사진=뉴시스)
기획재정부는 올해 5월 ‘규제개선을 통한 투자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기재부가 예상한 총 투자효과는 12조원. 이 중 에쓰오일이 투자하겠다고 밝힌 금액이 8조원이라는 게 기재부의 주장이다. 그런데 정작 에쓰오일은 “투자할 수 있다고만 말했을 뿐 구체적인 금액을 언급한 적은 없다”며 못마땅한 눈치를 보낸다. 대체 무슨 일일까.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지만 부지 확보가 어렵다.” 올 4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외국인투자자 간담회에 참석한 나세르 알 마하셔 에쓰오일 CEO는 이렇게 말했다. 실탄은 있는데 과녁이 없다는 불만 섞인 말이었다.

그러자 5월 1일 기획재정부가 기업투자를 유도하겠다며 ‘규제개선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그중에는 기업의 투자활동을 막는 규제ㆍ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 지연ㆍ지역 여론 등을 정부가 해결해주면 12조원의 투자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에쓰오일의 투자활동을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울산 온산산업단지에 있는 한국석유공사의 유류저장시설을 지하로 옮기고, 에쓰오일이 지상에 제2정유ㆍ석유화학 공장을 증설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기재부가 밝힌 에쓰오일의 예상투자금액은 8조원에 달한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 완화로 한동안 보류됐던 투자 계획을 다시 적극 검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에쓰오일의 투자는 기재부의 발표처럼 그리 간단하게 이뤄질 것 같지 않다. 석유공사 부지를 계획대로 에쓰오일이 쓸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에쓰오일이 8조원을 투자해 석유공사 부지에 공장을 증설한다는 계획이 확정된 것처럼 보도됐지만 너무 앞서나간 얘기”며 “결정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에쓰오일이 제2의 공장을 지으려면 석유공사의 유류저장시설을 지하로 옮겨야 한다”며 “문제는 지하유류저장시설 위에 정유시설을 놓을 수 있느냐인데, 현재 안정성 조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조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에쓰오일의 8조원 투자계획은 한낱 공염불에 그친다.

 
석유공사로선 부지감정절차를 거쳐 추가비용 없이 유류저장시설을 지하로 이전할 수 있을지도 따져봐야 한다. 손해를 감수하고 부지를 매각했다간 사후에 낭패를 볼 수 있다. 더구나 관련 부지(토지)를 매각할 땐 국가계약법에 따라 공개매각절차를 밟아야 한다. 수의계약으로 특정기업에 팔면 특혜시비가 일 가능성이 크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에쓰오일이 8조원을 진짜로 투자할지 여부다. 회사 관계자는 “다들 8조원을 운운하는데, 우리가 얼마를 투자할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단 한번도 없다”며 “부지문제가 해결되면 투자를 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8조원이라는 숫자는 기재부 보도자료에만 등장할 뿐 투자주체가 불확실하다.

무엇 하나 결정된 게 없는 상황에서 ‘에쓰오일 8조원 투자’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진 이유는 무엇일까. 실타래는 기재부에서 얽히고설켰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주무부처 혹은 기관과 협의조차 하지 않은 채 설익은 투자계획ㆍ투자효과를 발표했을 가능성이 커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산자부로부터 보고 받은 내용”이라며 “기업에 따로 확인해 보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juckys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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