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수 性과학 코너

▲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발기부전은 식습관과 생활습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사진=뉴시스)
우리나라 남성들은 정력이 떨어졌다고 느끼면 대부분 병원을 찾기보다는 민간요법에 관심을 갖는다. 병원에 가야 한다는 것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일부는 혼자 고민하거나 성생활을 포기한다. 또 일부는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자문을 구한다.

그러다 결국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성 성기능 개선제를 복용하거나 보양음식을 찾아다니는 게 전부다. 애꿎은 야생동물들이 수난을 겪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중 1990년대 말까지 해구신(물개 생식기)은 꿈의 정력제였다. 하지만 해구신을 복용한 이들 대부분은 효과가 없다며 다시 병원을 찾았다.

그럼 해구신이 왜 정력에 좋다는 말이 나왔을까. 물개가 한자어로 해구海狗다. 수컷의 몸길이는 암컷보다 두 배 이상 크다. 평상시엔 수천 마리가 군집생활을 하지만, 번식기가 되면 지역을 나누고 수컷 한 마리가 30∼50마리의 암컷을 거느린다. 이런 물개의 습성 때문에 해구신이 정력제가 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동의보감에도 해구신은 좋은 정력제로 소개돼 있으니 오죽했을까. 결국 1990년대 들어 한국과 중국에서 물개를 남획하는 바람에 한동안 물개가 멸종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다행히 비아그라가 개발된 1990년대 말 이후부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야생동물의 도살과 매매가 급격히 줄었다. 비아그라 출시 이전과 이후를 비교했을 때 해구신 판매량은 1996년 4만개에서 1998년 2만개로 절반가량 줄었다. 녹용(순록 뿔) 판매도 72%나 감소했다. 비아그라가 고개 숙인 남성뿐 아니라 야생동물에게도 구세주 역할을 한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중년이 되면 많은 남성들은 ‘고개 숙인 남자’라고 해서 성기능에 자신감을 잃는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1994년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각종 질병이 있는 미국 성인 남성 40~70세 1290명을 무작위 추출해 설문조사한 결과 52%가 완전 발기부전이나 경도의 발기부전상태였다고 한다. 보고서는 발기부전을 겪는 이유를 마약이나 음주, 흡연 등 불건전한 생활과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니 이상신호가 온다면 정력제를 찾기에 앞서 일단 자신의 식생활과 생활을 살펴봐야 한단 거다. 기름진 음식은 고지혈증과 동맥경화증을 부르고, 음주나 흡연이 발기부전을 일으킨다는 건 더 이상 새로운 사실도 아니다.

보고서는 치료 중인 당뇨병 환자 28%, 치료 중인 심장병 환자 39%, 고혈압으로 약물을 복용 중인 환자 15%에게서 발기부전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우울증이 있으면 발기부전이 많고 극심한 우울증 환자 중 90%는 완전 발기부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가 주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문제가 생기면 정력제가 아니라 전문의를 찾으라는 거다. 혼자 고민하고 감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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