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2] 직장인 잡는 물가 왜 오르나

▲ 지수물가와 체감물가의 괴리는 부동산 가격의 거품에서 비롯됐다.(사진=뉴시스)
정부가 발표하는 소비자물가는 생각보다 높지 않다. 이상한 일이다. 체감물가는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인데 말이다. 두 물가의 간극을 초래하는 이유는 여럿이다. 그중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변수는 ‘부동산’이다. 경제전문가들은 “물가를 잡고 싶다면 부동산부터 잡아라”고 조언한다.

물가는 ‘야누스’다. 누가 보느냐에 따라 다른 얼굴을 내비친다. 정부는 올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8%라고 발표했다. 10월은 더 낮은 0.7%다. 서민가계를 억누르던 물가가 ‘하락세’에 있다는 얘기다. 국내외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물가상승폭이 줄어드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체감물가는 달랐다. 한국은행이 올 10월 전국 도시 22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소비자동향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물가상승률은 0%대”라고 답한 이들은 전체의 6.1%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응답자(89.6%)는 “1% 이상 물가가 올랐다”고 밝혔다. 지수물가와 체감물가와의 괴리가 있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실질임금의 하락’에 있다.

최희갑 아주대(경제학) 교수는 “생산성은 꾸준히 개선됐지만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하락했다”며 “물가상승률과 실질임금상승률이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면 물가지수가 지금처럼 현실과 동떨어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4.6%였던 반면 실질임금상승률은 3.5%에 불과했다.

지수물가와 체감물가가 다른 이유는 또 있다. 물가지수를 산정하는 품목이 서민물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서다. 우석훈 성공회대(경제학) 교수는 “주요 소비물품은 해마다 조금씩 바뀐다”면서도 “하지만 소비자물가지수는 5년마다 조사하기 때문에 현재의 주요 소비물품이 측정대상에서 제외되기 일쑤”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엔 정치적인 목적으로 금 등 물가가 대폭 상승한 품목을 (측정대상에서) 제외했다”며 “물가지수가 객관적일 리 없다”고 지적했다.

지수물가와 체감물가의 간극을 벌리는 또 다른 주범은 ‘부동산’이다.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은 “경기침체로 에너지ㆍ농수산물 가격이 떨어지면서 물가가 하락한 건 맞다”며 “하지만 부동산에 낀 거품 때문에 물가하락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 문제는 부동산 문제”

 
사실 부동산 시장은 ‘불패’라는 간판을 달고 수십년간 꾸준히 상승세를 탔다. 때문에 집이 없고, 돈이 없는 사람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려 부동산에 찔러 넣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육박하게 된 건 이 때문이다. 부동산 채무자의 상황을 봐도 그렇다. 물가(부동산 가격)가 하락하면 금융부채는 늘어난다. 실질금리가 올라가서다. 그 결과 쓸 돈이 적어져 체감물가는 올라간다.

물가가 오르든 그렇지 않든 부동산 채무자의 ‘체감물가’는 높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부동산이 물가 괴리 현상의 시작점인 셈이다. 경제전문가들이 “부동산시장에서 거품을 걷어내야 물가정책을 제대로 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대인 소장은 “지금까지 정부가 취해온 부동산 경기부양책은 비정상적인 구조를 떠받치는 도구가 됐다”며 “충격(가계부채 증가)이 있더라도 연착륙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상조 한성대(무역학) 교수도 “물가 문제는 결국 부동산 문제”라며 “물가 괴리가 사라지려면 부동산 가격도 적정선까지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juckys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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