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의 눈에 비친 미국경제 현주소

▲ 10월 미국 연방공개위원회(FOMC)회의에서 양적완화 조치를 유지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양적완화 조치를 유지했다. 미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의 영향으로 고용시장은 위축되고 경제지표는 악화됐기 때문이다. 일시적 침체에 그칠 가능성이 크지만 하드패치(본격적인 경기침체)의 서막이 올랐다는 경고도 나온다.

10월 30일 열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는 시장의 예상대로 매월 85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매입하는 양적완화 조치를 유지했다. 미국 재정 관련 불확실성으로 인한 경기둔화와 올여름 이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고용시장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다.

문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양적완화 축소시점을 언제로 잡느냐다. 10월 30일 FOMC가 성명에서 ‘시장의 기대와는 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 근거는 두가지다. 첫째, 미 Fed는 경기판단과 관련 ‘경제가 완만한(moderate)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는 평가를 유지했다. 9월과 동일하다. 한편에서 제기한 점진적(modest) 속도로의 확장이라는 조정은 없었다. 또한 주택시장에 대해서는 최근 몇달 사이에 회복세가 둔화됐음을 인정했지만 9월에 언급했던 모기지 금리 상승과 금융경색 우려는 10월 성명에서 빠졌다.

실제 경제 상황과 다른 Fed의 시각

둘째, 지난 1년 동안 연방정부가 삭감한 재정규모를 감안하면 미국의 경제활동 여건과 고용시장은 경제 내구력 확대속도를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경제가 외형상 느리게 성장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흐름은 ‘회복기조’를 띠고 있다고 본 것이다.

 
여기에 Fed는 경제와 고용시장에 드리운 하강 위험이 약화되고 있다는 시각을 유지했다.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이나 재정 삭감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도 지적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Fed는 이번 성명에서도 자산매입속도를 조절하기에 앞서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추가적 증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양적완화 축소는 경제전망과 이를 둘러싼 잠재적 효과, 비용평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종합하건대, Fed는 향후 경제지표를 보고 양적완화 축소를 판단하겠다는 ‘조건부 방침’을 유지했다.

하지만 경기를 바라보는 Fed의 눈과 미국경제의 실제 상황은 다소 차이가 있다. Fed는 고용시장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지만 실제론 여름 이후 둔화되는 추세다.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과 부채한도증액 논란이 고용시장의 ‘둔화추세’를 더욱 심화했다는 얘기다. 미국의 민간 고용분석업체 ADP가 조사한 10월 민간취업자는 시장 예상 15만명을 밑도는 13만명 증가에 그쳤다. 전월 대비 1만5000명 감소한 것으로, 4월 이후 6개월만에 가장 소폭의 증가세였다.

10월 FOMC, 9월과 판박이 결과

또한 9월 민간취업자는 애초 16만6000명 증가에서 14만5000명 증가로 하향 조정됐다. 10월 재화산업 취업자는 건설업 취업자 호조를 바탕으로 2만4000명 증가하며 전월보다 늘어났지만 서비스업 취업자는 10만7000명 증가해 전월보다 감소했다. 미국 재정관련 불안요인이 민간 서비스업 취업자수에 영향을 끼친 셈이다.

▲ 연방정부 셧다운의 영향으로 미국의 고용부진이 심화됐다. 양적완화 축소를 위해서는 경제지표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ADP가 발표한 민간취업자의 부진은 노동부 발표하는 비농업취업자가 9월에 이어 10월에도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11월 8일 발표한 10월 미국 비농업취업자에 대한 시장의 예상은 9월 14만8000명보다 감소한 13만명 증가였다.

문제는 미국의 10월 고용시장이 부진할 경우다. 특히 그 원인이 여름 이후 둔화된 추세적인 고용이냐, 10월 연방정부 셧다운에 따른 일시적 부진이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만일 일시적 부진의 영향으로 10월 고용시장이 위축된다면 추세적인 고용부진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 연방정부 셧다운이라는 일시적 침체요인은 금세 해소돼 11월에는 고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세적 부진이 10월 고용부진의 원인으로 작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올 연말과 내년초까지 고용부진이 이어지면서 경제성장 기대치를 깎아버릴 수 있어서다. 현재로선 10월 비농업자자 고용지표가 부진하게 나온하고 해도 정확한 추세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행스럽게도 낙관적인 요소는 많다. 무엇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안정세를 띠고 있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는 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7월 이후에는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며 물가의 안정세가 유지되고 있다. 9월 미 소비자물가는 시장예상 수준인 전월 대비 0.2% 상승하며 8월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식품가격은 전월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지만 에너지 가격은 휘발유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전월대비 0.8% 상승했다. 하지만 9월 핵심 소비자물가는 시장예상 수준인 전월대비 0.1% 상승에 그쳐 2개월 연속 안정세를 이어갔다. 9월 미국의 헤드라인(식품ㆍ에너지 가격을 물가)과 핵심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기준으로 각각 1.2%와 1.7% 상승하며 연준의 물가억제선인 2%를 밑돌았다. 이에 따라 양적완화 축소 시점을 결정하는 데 물가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10월 미국경제는 연방정부 셧다운의 영향으로 고용부진이 심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심리 악화, 소비 부진, 제조업 경기 둔화 가능성, 주택시장 회복세 위축 등 경기회복을 막는 시그널이 많았다.

물론 일시적인 침체에 그칠 가능성이 크지만 소프트 패치(경기회복기의 일시적 침체)가 아닌 하드 패치(본격적인 경기 위축)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미 Fed가 12월 FOMC회의에서 양적완화 축소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한 양적완화 축소는 2014년에도 1월보다는 3월 회의로 연기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미국경기 침체 ‘일시적이냐’ 논란

미 Fed의 양적완화 축소 연기는 올 연말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유동성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걸 시사한다. 유동성 장세는 금융완화 정책, 경기회복 기대로 나타나고 실적 장세는 온건한 통화긴축정책, 경기회복 가시화의 영향을 받는다.

유동성 장세의 연장은 아직 글로벌 주식시장이 실적장세 진입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주식시장은 또 한번의 과도기적 조정국면을 맞을 공산이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자금의 흐름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제 향방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지표의 방향성이 세계경제의 바로미터라는 얘기다.
이상재 현대증권 이코노미스트 sangjae.lee@hdsr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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