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순신의 CEO story

당연함에 사로잡혀있다는 것은 고정관념으로부터 멀어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조직성장을 저해하는 명제가 될 수 있다. 새로운 시각을 지닌 인재는 고착화된 조직에 활력을 더하고 창조를 가능케 하는 싱크탱커(Think Tanker)로서 빛을 발할 수 있다.

▲ 업종 불문한 인재 이동이 늘고 있다. 사진은 애플의 유통담당 수석 부사장으로 영입된 안젤라 아렌츠 버버리 전 회장.
업력 40년을 자랑하는 A그룹은 1차 산업을 기반으로 사업 다각화를 통해 업계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관련 산업에 조예가 깊고 잔뼈가 굵은 원로들이 건재한 게 성공 비결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A그룹에서 미팅을 요청해왔다. 사장 자리를 맡을 만한 인재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요구사항이 남달랐다. 다른 업종에서 큰 조직을 지휘한 경험이 있는 경력자를 찾는다고 했다. 글로벌 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인재를 원한다는 거였다. 조직혁신은 물론 미래 먹거리에 대한 아이디어까지 낼 수 있으면 금상첨화라는 뜻도 밝혔다.

업종 넘나드는 인재들

외부 인재들에게는 철옹성과 같았던 A그룹이 첨단산업이나 트렌드에 민감한 기업들이 뽑을 법한 인재를 원한다고 하니 그 이유가 궁금했다. A그룹 관계자는 “변화의 흐름을 인지하고 그에 걸맞은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 유수 글로벌 회사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넓은 시각을 지닌 경쟁력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는 다른 산업군에서 성공과 혁신의 아이콘으로 입증된 인재의 역량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A그룹처럼 조용히 성장하던 회사가 외부인재를 수혈하면 조직 전체가 흔들릴 만한 기류가 형성될 수 있다. ‘인사 실험’이라며 입방아에 오르내릴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A그룹의 케이스는 인력시장에서 특별하지 않다. A그룹 같은 인사 정책은 글로벌 기업에서도 종종 통용돼고 있고 앞으로도 이와 같은 물결은 거세질 전망이다.

스티브 잡스를 잃은 애플은 올해 들어 버버리 회장, 입생로랑 CEO 출신 등 명품 브랜드의 최고경영자를 공격적으로 영입했다. 글로벌 자동차기업 GM의 최고경영자 대니얼 애커슨은 군 장교출신이자 세계 최대 사모펀드 칼라일 그룹에서 근무했던 경력자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의 CEO 경력은 각양각색이 됐다. 국내에도 비슷한 예가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다국적 기업 출신인 L사장을 영입한 건 대표적 사례다.

국내 한 카드사는 인재를 선발할 때 금융 분야가 아닌 업종 불문 다양한 분야의 경력자를 채용한다. 호텔리어ㆍ컨설턴트ㆍ연구원 등의 경력자를 채용하는 일도 있다. 이들의 각기 다른 역량을 한데 모아 성공적인 시너지로 연결했다. 이 카드사의 인력풀은 금융업 출신의 인력이 대거 포진해 있는 다른 카드사와는 확실히 구분된다. 혁신적 파괴를 강조하는 카드사 사장의 철학이 인사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이런 사례는 인재의 이동이 동종산업ㆍ분야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걸 잘 보여준다. 업종을 넘어 인재가 이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술(Technology) 분야에서 주로 쓰이던 융합이란 개념을 인력(manpower) 시장에도 적용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융복합 개념, 인력시장에 적용해야

올 9월 「관점을 디자인하라」의 저자 박용후 관점 디자이너(Prospect Designer)를 초청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사내 특강을 진행했다. “당연함을 의심하라”는 그의 한마디는 혁신의 딜레마에 빠진 기업에 경종을 울렸다. 그는 “당연함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은 고정관념으로부터 멀어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조직성장을 저해하는 명제가 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새로운 시각을 지닌 인재는 고착화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창조를 가능하도록 하는 싱크탱커(Think Tanker)로서 빛을 발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인재 발굴에 새로운 프레임을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이사 storytelling883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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