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익의 CEO 에세이

▲ BMW는 경영이사회와 감독이사회를 두고 있다. 경영민주화의 살아 있는 모습이다.(사진=뉴시스)
한국소비자의 생활은 단순명료하다. 재벌기업이 만든 아파트에서 잠자고 일어나 재벌이 만든 옷을 입고 문을 나선다. 재벌이 만든 자동차를 타고 재벌기업에서 근무한 후 재벌 조카가 하는 술집에서 떠들다가 퇴근한다. 그런 후 재벌TV를 보다가 잠이 든다. 이게 일상생활이다.

한국 소비자의 상품 선택은 매우 한정돼 있다. 가전제품은 삼성전자 아니면 LG전자다. 중소기업 제품이 있거나 수입제품이 끼어 있지만 애프터서비스(AS) 등 여러 면에서 삼성 아니면 LG의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도 그렇다. 현대자 아니면 기아차다. 현대차ㆍ기아차는 사실상 한 회사나 마찬가지다. 아니면 외제차를 타야 한다. 주유소도 마찬가지다. SK에너지 아니면 GS칼텍스 간판 아래 자동차를 갖다 댈 수밖에 없다. 

재벌 소속이거나 그 소비자거나

아파트도 그렇다. 삼성물산 래미안,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GS건설 자이, 대림산업 e편한세상, SK건설 VIEW, 롯데건설 캐슬, 대우건설 푸르지오, 한화건설 꿈에 그린 정도는 돼야 입주해서 살다가 쉽게 팔고 이사를 갈 수 있다.

양복 브랜드도 대체로 재벌 소속이다. 에버랜드(옛 제일모직)의 갤럭시와 로가디스, LG패션의 마에스트로와 타운젠트, 코오롱의 캠브리지 정도는 돼야 시장에서 보인다. 그래서 한국소비자의 생활은 단순명료하다. 재벌기업이 만든 아파트에서 잠자고 일어나 재벌이 만든 옷을 입고 문을 나선다.

재벌이 만든 자동차를 타고 재벌기업에서 근무한 후 재벌 조카가 하는 술집에서 떠들다가 퇴근한다. 그런 후 재벌TV를 보다가 잠이 든다. 이게 일상생활이다. 그렇게 사는 것이 한국 엘리트라고 부를 수 있는 상위층 국민이다. 거의 모든 한국인이 재벌 소속 아니면 재벌기업 상품의 소비자들이다. 그래서 부익부 빈익빈은 점점 심화돼 가고 있다. ‘이게 산업화ㆍ민주화를 이뤘다는 나라의 국민인가’라는 자성의 소리가 드디어 튀어 나오고 있다. 경제민주화가 바로 그 결과물이다.

그런데 경제민주화는 과연 무엇인가. 우선 한국경제학계의 큰 별인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의 통찰을 살펴보자. 변 교수는 일찍이 분배와 경제정의, 그리고 경제민주화를 주창하며 경제학자로서, 교육자로서, 실천적 지성으로서 평생을 바쳐왔다. 그에 따르면 경제민주화란 경제의 민주적 관리(R. E. Dahl, A Preface to Economic Democracy. 1975) 또는 운용화다.

민주적이란 비전제적ㆍ비소수지배적ㆍ비군사독재적ㆍ비독점적ㆍ비명령적으로 정의할 수 있다. 달(R. E. Dahl)은 그것의 기준으로 평등한 투표, 유효한 참여, 분명한(enligh tened) 이해, 대중다수(the domos)에 의한 의제 최종관리, 포괄성(inclusiveness)을 들고 있다.

따라서 경제민주화와 병행해서 시장경제의 창달도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시장경제는 정부의 개입이나 간섭이 없는 경제도 아니고 또 지나친 정부의 개입이나 간섭이 있는 제도도 아니다.

2012년 대선 당시 김종인 전 경제수석의 주창도 음미해야 한다. 그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있던 1987년 당시 헌법 119조 2항에 이른바 ‘경제민주화 조항’이 포함될 수 있게 애쓴 경제학자이며 행정가이며 정치인이다. 그는 최근 “현재 경제구조로는 ‘창조경제’가 이룩될 수 있겠느냐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또한 모든 것에 앞서 경제민주화가 되려면 시장의 주체인 기업, 그중에서도 재벌의 경영이 민주화돼야 한다.
 
시장경제는 완벽하지 않아

독일 기업은 이원적 이사회를 갖고 있다. 이를테면 BMW는 경영이사회와 이를 견제하고 경영이사의 임명권을 갖고 있는 감독이사회를 두고 있다. 감독이사회는 주주측 대표 10명과 독일 자동차 노조와 BMW사원들이 추천한 노조 측 대표 10명 등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바로 경영민주화의 살아 있는 모습이다. 부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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