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金의 시대’ 오나

▲ 연초 1700달러를 웃돌았던 금가격은 기록적인 하락률을 보였다.

올해 원자재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고공행진을 잇던 금가격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달러화 가치의 상승과 실수급 감소 우려가 금값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2014년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금소비를 이끄는 주체인 중국경기의 회복세가 2014년 상반기에 뚜렷해질 전망이라서다.

현재 금가격은 온스당 1323달러다. 연초 대비 22.1% 떨어졌다. 연평균 가격 기준으론 전년대비 13.2%가 하락했다. 금가격의 장기하락기였던 1980년대와 맞먹는 기록적인 하락률이다. 금가격의 변동폭도 커졌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 활황물 기준 고점은 1월 22일 기록했던 온스당 1705.5달러였고 저점은 6월 28일 기록한 1182.6달러였다. 6개월 사이에 522.9달러의 변동폭을 기록한 셈이다. 그렇다면 금가격이 벼랑 끝에서 춤을 추는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금가격에 영향을 미친 거시경제환경이 썩 좋지 못했다. 세계경제는 장기적 저성장 징후를 띠었다. 반면 인플레이션 우려는 상당히 낮았다. 이런 가운데 미국 중심의 경기회복세가 나타났지만 시장에 강한 영향을 끼치진 못했다.  이는 금가격의 3대 결정 변수(인플레이션ㆍ달러화 가치ㆍ실수급) 가운데 인플레이션과 달러화 가치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다시 말해 달러 자산 대비 금의 상대적인 투자매력도가 약화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초부터 단기 성격인 비상업 선물 매매에서 금의 매도 흐름이 뚜렷해졌고 순매수는 빠르게 줄었다. 또한 중장기 투자 성격의 금 ETF(Exchange Traded Funds)에서도 자금 유출이 지속되면서 시장변화에 따라 빠르게 움직이는 ‘스마트 머니(Smart Money)’의 이동현상이 나타났다.

인플레이션과 달러화 가치가 금가격에 불리하게 작용했지만 실수급이 금가격의 강세를 지지할 것이라는 기대가 4월까지 이어졌다. 2009년부터 순매입 기조로 전환한 중앙은행의 금 보유 의지가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과 실물 금수요의 50%가량을 차지하는 인도와 중국의 금수요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거시적 환경 약화에도 금가격의 약세가 완만하게 진행된 이유다. 하지만 지난 4월 실수급에 대한 기대마저 무너졌고 금가격은 8%가량 급락했다.

중앙은행 금수요의 기대를 무너뜨린 사건은 키프로스 중앙은행의 금 매각 발표였다. 키프로스는 4월 구제금융 자금 조달 방법으로 보유하고 있던 13.9t에 달하는 금 매각 계획을 발표했다. 시장은 금 보유량이 많은 다른 유럽 재정 국가의(이탈리아ㆍ스페인ㆍ포르투갈ㆍ그리스) 금 매각 가능성을 우려했다.

아울러 중국과 인도의 금수요 증가 추세가 지속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도 확대됐다. 그 원인은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부진에 따른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인도의 금수요 감소는 예상된 결과였다. 금 수입 규제와 루피화 가치 하락이 계속돼 금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자는 계속되는 중국의 금수요 증가세가 인도의 수요 위축을 상쇄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중국 경기 둔화가 이러한 기대심리의 붕괴로 이어졌고 금가격은 직격탄을 맞았다. 게다가 세계금협회(WGC)에서 발표한 올해 1분기, 2분기의 금 소비량이 총량 기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금에 대한 투자매력은 더욱 떨어졌다.

금값 하락과 함께 떨어진 투자 매력

이처럼 금가격을 결정하는 3대 변수가 모두 불리하게 작용하면서 금가격은 악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6월에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출구전략 시행 가능성으로 인한 달러화 강세 우려와 중국의 신용경색에 따른 소비위축 우려 등이 이어졌고 금가격의 하락세는 계속됐다.

한가지 의문점은 금의 투매를 불러일으킨 중앙은행과 신흥국의 금 소비 감소가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었느냐다. 중앙은행 금 소비에서 매입 규모가 다소 둔화된 것은 사실이다. 전세계 외환보유고 중 달러자산의 비중을 보면 2011년 2분기 60.47%를 저점으로 2013년 2분기 현재 61.94%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기타 자산의 비중은 4.89%에서 2.85%까지 하락했고 유로화 자산의 비중도 26.75%에서 23.83%로 줄어들었다. 외환보유에서 금보다 달러화 자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얘기다.

▲ 미국 달러화 강세는 금값에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총 외환 보유 중 금 보유의 비중이 하락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음에도 중앙은행은 과거와 달리 금 매입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올 2분기는 미국 경제 회복세에 따른 출구전략 우려가 높아진 동시에 신흥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확산되면서 달러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시기였지만 매입세는 유지됐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의 금 매매가 매각으로 돌아설 우려는 없을 것이란 예상이다.

신흥국의 금 소비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올해 인도의 금 수입관세는 계속해서 인상됐다. 루피 환율의 상승세도 계속돼 인도의 금 소비량은 매우 부진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2013년 인도 금 소비량은 금가격 하락에 힘입어 1분기와 2분기 각각 전년대비 25.35%와 70.05% 증가했다. 시장의 우려와 달리 금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의 금 소비량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2012년과 달리 2013년 중국 경제는 소비 둔화를 겪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금 소비량은 전년동기대비 18%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분기 금 소비량은 전분기 대비 둔화됐지만 전년동기대비로는 88.2% 증가했다. 신흥국 경제 경착륙에 따른 금 실제 소비 위축 우려는 쓸데없는 걱정이었다는 것이다.

금 실물 소비의 50%가량을 이끄는 중국과 인도의 소비량이 사실상 견고했지만 올 5월과 8월 발표됐던 WGC의 금 수급 보고서는 시장에 실망을 안겨줬다. 2013년 1분기 금수요가 13% 감소한데 이어 2분기에는 금가격이 전년동기대비 12%나 하락했지만 금수요량은 12%나 감소해 16분기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금 소비 급감은 실제 소비가 아닌 금 ETF에서의 자금 유출에 원인이 있다. ETF 환매분이 금 소비량에서 마이너스로 표현됐기 때문이다. 보석과 산업수요, 투자부문에서의 금괴ㆍ메달ㆍ금화(코인) 소비량은 모두 전년대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결국 수요가 감소했던 부분은 달러화 강세 전망의 영향을 많이 받은 투자 부문내 EFT와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었다. 실물 수요는 여전히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꾸준한 증가세 보이는 금 소비

미국 경제 회복에 따른 달러화 강세와 저성장이라는 거시적 환경으로 금 투자 매력이 약화된 것이 사실이다. 또한 중앙은행 수요와 신흥국 수요에 대한 의문이 확산되면서 투매가 유발됐다. 하지만 중앙은행 수요는 일시적인 감소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신흥국 수요는 시장의 걱정과 달리 견고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2014년은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의 경기 모멘텀 강화와 달러화 약세를 예상하고 있다. 이는 금가격 상승을 불러올 수 있는 요인이다. 또한 금 소비를 이끌어갈 주체인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2014년 상반기에 크게 부각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가격의 반등 탄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온스당 145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서지영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 aroma840@de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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