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 잡는 베네수엘라 대통령

▲ 11월 11일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가전제품 상점 앞에 사람들이 할인가격에 물건을 사려고 장사진을 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군대를 배치하면서까지 소매점의 대폭적인 가격 할인을 강제한 11월 11일(현지시간) 각 가전제품 상점 앞에는 사람들이 길게 섰다. 11월 첫째주 몇몇 가전제품 소매점을 장악한 마두로 대통령은 10일 밤부터 의류ㆍ신발ㆍ자동차를 비롯한 각종 상품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할인해주고 있는지 감시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또한 54%에 이르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정부가 각 소매점 마진의 이윤폭 상한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올 4월 대선 승리 이후 계속 하락하는 지지도를 만회하기 위해서 마두로가 시작한 일종의 도박이다. 20년 만의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인플레이션과 암시장에서 액면가의 9배로 팔리는 달러화를 감안한 비상조치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정책이 투자위축과 물자부족을 초래해 국가경제에 더 큰 손실을 입힐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마두로 대통령은 11월 10일 밤 연설에서 유대교ㆍ이슬람교ㆍ기독교의 경전에 나오는 ‘나쁜 상인’들에 관한 구절을 동원해 “그런 장사꾼들이 물건을 팔면서 서민의 등을 치는데 우리의 소중한 화폐를 쓰게 놔둘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자유시장경제를 신봉하는 경제전문가들은 경제 안정을 위해서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10년 전에 실시한 갖가지 규제를 철폐하고 볼리바르(베네수엘라 화폐)를 절하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지만 마두로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은 정적들의 사재기와 투기로 생긴 것이며 내부의 적들이 벌이고 있는 ‘경제전쟁’이 아니었다면 인플레는 16~18%에 그쳤을 것”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이지은 기자 suuju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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