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해운업, 어디로…

침체에 빠진 해운업계가 올 3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한진해운은 2013년 3분기 2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적자 전환했다. 무려 123% 감소한 수치다. 매출은 2조70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줄었다.

▲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자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진해운은 전체 매출 80%를 차지하는 컨테이너 부문에서 태평양과 구주 노선의 수송량이 전년 동기보다 각각 4%와 6% 증가했지만 공급 과잉으로 인한 낮은 운임 때문에 478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벌크 부문에선 벌크선 운임지수(BDI)가 회복한 데 힘입어 작년 동기보다 394% 증가한 8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현대상선은 2013년 3분기 매출 2조2545억원, 영업손실 33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9% 개선됐다.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했다. 현대상선은 컨테이너 부문에서 서비스 재편과 원가절감 활동으로 흑자를 냈지만 벌크와 기타 부문에선 손실을 냈다.

주목할 점은 4분기 전망도 썩 좋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운업황의 회복은 빨라야 내년 하반기라고 예상하고 있다. 더욱이 내년 말에는 ‘선박펀드’ 만기도 돌아온다. 갚아야 할 돈만 계속 늘어나는 형국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2009년 정부가 구조조정기금 4669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선박펀드가 내년 말 종료된다. 이는 선박펀드에 선박을 매각한 해운사가 내년 말까지 해당 선박을 되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 선박펀드가 인수한 선박은 총 33척이다. 이 중 한진해운이 가장 많은 17척을, 현대상선은 4척을 캠코에 넘겼다.

 
‘세일 앤드 리스’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해운사는 그간 해당 선박에 대한 용선료(출자금 6~8%)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운용해왔다. 문제는 해운사가 뱉어야 할 인수 자금이다. 당시 선박 33척에 대한 총 매입가는 1조599억원으로 이를 다시 되사려면 배 1척당 평균 300억원대의 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해운사는 과중된 재무 부담과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선박 인수 자금을 마련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진해운은 올해 상환해야 할 기업어음(CP)만 1200억원이고, 내년에는 총 3900억원을 조달해야 한다. 부채비율은 올 6월 말 기준 775%에 달한다. 현대상선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2010년 198%였던 부채비율은 올 6월 850%까지 올라갔고, 내년에 총 8200억원의 CPㆍ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자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진그룹에서 계열분리 추진 중인 한진해운은 지주사(한진해운홀딩스) 지분을 담보로 그룹에 손을 벌렸다. 올 초에는 부산항에 있는 크레인 장비와 컨테이너선 등 자산을 매각했다. 4억 달러(약 4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상선 또한 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 50%를 비롯해 컨테이너 박스, 일부 선박 등을 매각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