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Part1]전문가 인터뷰 | 전창수 중소유통연구원 원장

정부 지원책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전통시장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살리겠다며 도입한 유통규제들도 별다른 약발이 없다. 지금 필요한 걸 뭘까. 약발이 더 센 유통규제를 꽂아야 할까, 아니면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할까. 전창수 중소유통연구원 원장에게 답을 구했다.
 

▲ 전통시장이 살아나기 위한 해법은 대형마트 규제가 아니다. 규제는 규제를 낳을 뿐이다.
+ 유통규제 실효성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전통시장 매출은 줄어들고 대형마트는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원론적으로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결국은 시장 전체를 하향평준화로 몰고 가기 때문이다. 규제보다는 상생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잘되는 사람이 못하는 이들에 퍼주는 게 아니라 못하는 이들을 육성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중요한 건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보인다.
“동반성장기금 또는 상생발전기금(가칭) 등을 만들어 대기업과 소상공인이 상생할 수 있는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가령 소상공인들과 상생 기금을 만드는 기업들에 조세특례법에 따라 한도와 관계없이 법인 소득 공제의 혜택을 주는 식이다.”
유통규제 실효성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전통시장 매출은 줄어들고 대형마트는 마이너스 성장을 

+그러려면 정부 역할이 중요할 거 같다.
 
“맞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처간 협의다. 이런 정책이 집행되려면 관련 부처의 협의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그런데 부처 이기주의가 늘 말썽을 일으킨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청에서 소상공인 관련 사업을 제안했다고 치자. 그러면 관련 부처들이 이를 수용하고 협조해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밑바닥에서 아무리 노력해봐야 기득권이 협조를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진짜 기득권은 대기업이 아니다.”
쫖 유통 규제의 틈새를 파고들고 기업들이 꼼수를 부리는 일이 늘고 있다. 대형 마트를 출점하기 전에 인근에 있는 상인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뒷돈을 살포한 사례는 대표적이다.

“법은 발생하지 않은 문제까지 예측해서 만드는 게 아니다. 문제가 생기면 이를 규제하자고 만드는 게 법이다. 그런데 민간 사업자들은 입법 예고 전부터 이를 피해가는 방법을 만들어 놓는다. 규제(법)는 일반인의 생각을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 법이 없어도 건강한 시장이 가장 이상적이다.”

+올 초에 한 백화점이 전통시장과 상생발전 협약을 맺고 전단지를 배포했다. 재래시장 상인을 교육하는 대형 유통채널도 있다. 어떻게 보나.
“상생 개념에서 바라보면 긍정적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상생 활동을 잘 뜯어보면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한 협상용이거나 생색내기용이라는 게 문제다. 최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국감에서 상품공급점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마찬가지다.[※ 참고: 상품공급점은 개인 슈퍼마켓 점주가 도매상이 아닌 대형 유통채널과 계약하고 필요한 물품을 조달받아 운영하는 상점이다. 대형 유통채널의 로고와 상호를 사용하기도 한다.] 사실 상품공급점을 애초 시작한 게 문제다. 상품공급점은 누가 봐도 편법으로 골목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대기업이 나설 분야가 아니다.”

규제 없는 시장이 바람직하지만…

+ 소상공인 교육이나 컨설팅을 하다 보면 많은 이야기를 들을 거 같다. 이들이 가장 힘들다고 말하는 게 어떤 건가.
“매출이 좀처럼 늘지 않는 것이다. 소상공인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면 물건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장사가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을 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안 본다. 사람들이 대형마트에 가는 이유는 가격이 저렴해서가 아니다.”

 
+ 그러면 뭐가 문제인가.
“이마트 제품값은 저렴하다고 보기 힘들다. 동네 중대형 마트(330㎡~1650㎡)에서 물건을 사는 게 오히려 싸다. 대형마트를 가는 가장 큰 이유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어서’다. 또 다른 이유는 접근성과 주차편의성이다. 가격은 그다음 문제다. 백화점·편의점에 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비싼 줄 알면서도 간다. 가격이 아니라 문제는 상권이다.”

+ 그렇다면 어떻게 고객을 끌어 모을 수 있을까.
“소비자가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주차공간’이 협소해서다. 그럼 주차시설을 만든다고 소비자가 찾을까. 꼭 그렇지도 않다. 앞서 말했듯 소비자들이 차를 끌고 대형마트를 찾는 것은 여러 가지를 ‘원스톱’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시장도 그런 기능을 갖춰야 한다. 주차시장을 마련했으면 소비자가 필요한 것을 해결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차를 갖고 오는 고객들은 적어도 이곳에서 1시간 정도는 쇼핑을 하겠다는 의미다. 전통시장에도 농수산 식품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가게, 옷가게 등 다양한 콘텐트를 배치해야 한다.”

+ 수원시 장안구에 있는 한 전통시장에 다이소가 둥지를 틀었더라. 전통시장의 콘텐트를 강화한 사례로 적합해 보이는데.
“좋은 시도다. 전통시장 내 점포의 구성을 다변화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똑같은 아이템을 넣지 말고 다양한 콘텐트를 넣어야 한다는 얘기다. 전통시장에 벤처 개념을 도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디어 상품을 판매하는 점포를 넣는 식이다. 그러려면 상인들의 양보가 있어야 한다. ‘고객 소비행동 심리학’을 기초로 구매동선을 짜서 점포를 배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 어려운 이야기다. 예를 들어 설명해 달라.
“야채 같은 가벼운 상품을 앞쪽에 배치하고 뒤로 갈수록 무거운 상품을 디스플레이하는 식이다. 농수산 식품뿐만 아니라 가공식품·공산품·의류 등의 다른 품목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거다. 마지막에는 이를 보관·운반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 이 전략을 통하면 재래시장을 찾는 젊은층도 많아지겠다. 사실 전통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고객도 상인도 ‘올드’하다는 것 아닌가.
“맞다. 전통시장에 가면 50~60대 고객만 온다. 조명 달고 간판 바꾸고 지붕 씌운다고 젊은 사람들이 오는 것은 아니다.”

+ 그렇다면 정부의 ‘전통시장 살리기’ 정책도 변해야 할 것 같다.
“10여년 전부터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에 수천억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별다른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시장 상인들은 되레 더 힘들어졌다고 아우성을 친다. 정부정책과 사업은 철저하게 마케팅 측면에서 진행돼야 한다. 관련 부처 공무원들은 자신들이 지원하는 단체, 다시 말해 소상공인들이 겪는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확인·검증하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점포 다변화 전략이 ‘상수’

+ 그래서인지 전통시장 지원책을 보면 현실성이 부족해 보인다.
“개별시장에 맞는 지원책이 필요한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해당 지역의 전통시장 상권과 고객 특성을 파악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지를 연구해야 한다. 특정 시장은 지역 상인들과 해당 지역 전문가들이 더 잘 안다. 이들의 의견을 경청해 시장별로 필요한 지원 방안을 만들고, 계획서로 제출해야 한다. 전문가 집단의 심의를 통해 관련 부처에서 이를 검증·판단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원 정책 분야를 정해놓고 ‘이거할 사람’ ‘이거할 사람’ 하는 식의 지원은 수요자가 아니라 공급자 중심이다. 크게 보면 예산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갑甲의 지위를 억용해 횡포를 부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소상공인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는가.
“대한민국 소상공인들은 개성이 강하다. 대부분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소상공인 컨설팅을 하다 보면 어려움이 많다. 아무리 조언을 해도 실천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나들가게 60여곳 상인을 교육할 때 장벽을 느꼈던 이유다. 상인들도 마인드를 바꿀 때가 됐다. 그러기 위해선 상인의 현주소에 걸맞은 교육이 필요하다. 상인들의 마인드부터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후에 매뉴얼을 만들고 업종 개선이나 업종 전환을 꾀해야 한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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