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왕섭의 Brand Speech

▲ 아모레 퍼시픽의 설화수 브랜드는 동양과 서양의 미로 경쟁구도를 재편해 명품 브랜드를 이겼다.(사진=뉴시스)
브랜드 경쟁은 전쟁과 마찬가지다. 먼저 적이 하지 못하고,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영역을 쳐라. 아군이 보유하지 못한 병기를 보유한 다른 적군과 연대하라. 다만 연대한 적군은 아군에게 독이 될 수 있으니 그 사이에 아군의 역량을 강화한다.

로컬 브랜드가 글로벌 브랜드를 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글로벌 브랜드와 싸워 승리한 로컬 브랜드는 시장에 존재한다. 필승의 전략을 짜고 그에 걸맞은 전술을 구사했기에 가능했을 게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전략은 다음 세가지다.

첫째 전략은 ‘차별적 속성(differentiated attribute)’으로 경쟁 구도(frame)를 재편하는 것이다. 서구적 문화와 정통적 유산을 보유한 글로벌 브랜드와 싸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략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브랜드가 대표적인 예다. ‘한국적 자연을 담은 한방’을 핵심 가치로 잡고, 샤넬 등 명품 브랜드가 접근할 수 없는 기능과 속성 중심으로 경쟁구도를 재편해 성공을 거뒀다.
 
힘이 모자라면 빌려라

둘째 전략은 ‘빌려 쓰는(borrow)’ 것이다. 글로벌 브랜드와 비교해 브랜드 이미지가 떨어질 때 효과적이다. 브랜드 이미지는 오랜 마케팅의 결과물이다. 때문에 로컬 브랜드는 단기간에 이미지를 구축하기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글로벌 브랜드의 이미지에 직접 맞서는 전략은 효과가 없다. ‘빌려 쓰는 전략’에는 경쟁 브랜드의 영업권리 획득, 전략적 제휴(strategic alliance), 공동 브랜딩(co-branding), 협업(collaboration) 등이 있다. 현재 모 맥주회사가 일본의 ‘기린맥주’ 브랜드를 수입•판매하는 전략적 제휴도 때에 따라선 유용하다.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일정 기간 빌려 쓰는 대신 로열티(royalty)를 지불하거나 영구적으로 브랜드 영업권을 인수하는 전략도 있다.

이런 전략은 패션산업에 자주 등장한다. 2005년 LG패션은 경쟁이 치열한 아웃도어 시장에 진출하면서 프랑스 정통 아웃도어 브랜드인 ‘라푸마(Lafuma)’를 빌려 쓰고 로열티를 지급하다가 2008년 ‘라푸마’의 국내 상표권을 영구 인수하는 전략을 썼다.

셋째 전략은 자기만의 브랜드를 창조(create)하고, 장기적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브랜드를 빌려 쓰는 전략은 경쟁 열위의 상황을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기업 본원의 브랜드 경쟁력을 키우지는 못한다. 이에 따라 빌려 쓰는 전략을 취하더라도 자사가 보유한 모든 역량을 집중해 새로운 브랜드를 창조하고 육성해야 한다.

 
미국시장에 진출한 도요타는 프리미엄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지만 ‘편의성이 뛰어나고 저렴한 일본차’의 이미지를 떨쳐낼 수 없었다. 도요타는 2년 이상의 개발 기간을 거쳐 ‘렉서스(Lexus)’라는 프리미엄 글로벌 브랜드를 창조했다. 
 
브랜드 경쟁은 전쟁

아모레퍼시픽도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 프랑스 현지에 새 법인을 세우고, 프랑스에서 제품을 먼저 생산한 후 국내로 들여오는 방법을 썼다. 이런 전략을 통해 성공한 브랜드가 바로 ‘롤리타렘피카(Lolita Lempicka)’다.

브랜드 경쟁은 전쟁과 마찬가지다. 먼저 적이 하지 못하고,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영역을 쳐라. 아군이 보유하지 못한 병기를 보유한 다른 적군과 연대하라. 다만 연대한 적군은 아군에게 독이 될 수 있으니 그 사이에 아군의 역량을 강화한다. 혼자서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있다는 생각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가끔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상대를 인정하는 것이 이기는 전략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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