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한진해운 계열분리

그녀의 꿈은 탈脫한진그룹이었다. 2008년 한진해운 경영을 맡은 최은영 회장은 2009년부터 ‘계열분리’ 꿈을 꿨다. 언젠가부터 최 회장이 한진그룹을 박차고 나갈지가 관심사가 됐다. 그만큼 최 회장의 꿈은 무르익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침체 장기화가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 대한항공이 한진해운 유상증자에 참여할 경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한진해운의 경영권이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해운의 오랜 꿈인 ‘계열분리’가 멀어지는 모양새다. 한진해운은 11월 29일 신임 사장으로 석태수 한진 대표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과 한진에서 쌓은 물류산업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우수한 경영실적을 높이 평가해 신임 사장으로 영입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석 대표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만큼 한진해운에 대한 그룹 차원의 본격적인 경영 간섭이 시작되는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1984년 대한항공에 입사하며 한진그룹과 인연을 맺은 석 대표는 대한항공에서 황금보직이라 불리는 경영기획실장과 미주본부장을 지냈다. 2008년부터 한진 대표를 맡고 있다. 조 회장은 8월 석 대표에게 지주회사 한진칼홀딩스의 대표직도 맡겼다. 그룹 내에서의 석 대표에 대한 높은 평가를 보여주는 실례다.

이미 한진해운은 10월 30일 조양호 회장이 이끄는 대한항공으로부터 한진해운홀딩스가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 38.08% 중 15.36%를 담보로 15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은 상황이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한진해운으로서는 어둠 속 한 줄기 빛 같은 도움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경영권 방어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게 됐다.

현재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측은 한진해운홀딩스의 지분 26.49%를 보유하고 있다. 최은영 회장이 7.13%, 두 딸이 각각 4.73%, 양현재단이 9.9%를 지니고 있다. 여기에 프라임밸류(10.93%)와 힐스타에셋(9.23%) 등을 우호세력으로 두고 있다. 조양호 회장 측은 대한항공(16.71%)과 한국공항(10.7%), 한진(0.04%)을 통해 한진해운홀딩스 지분 27.45%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11월 초 대한항공은 1500억원 자금 지원과 관련 한진해운의 상환 능력 및 재무 건전성 등을 파악하기 위해 약 3주간의 실사를 진행했다. 업계는 단순 재무건전성 점검을 넘어선 경영실적 전반에 대한 사후관리를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더욱이 계열사 자금 지원을 이유로 인력을 파견하며 실사를 진행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최은영 회장과 함께 계열분리를 준비했던 김영민 사장이 물러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은 실사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면서 추가 지원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예상대로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1000억원의 자금까지 추가 지원할 경우, 실질적으로 조양호 회장에게 한진해운의 경영권이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한진해운은 내년에 만기 상환해야 할 기업어음(CP)과 회사채가 수천억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진그룹의 차입금까지 갚지 못하게 되면 최은영 회장이 계획했던 계열분리는 사실상 어렵지 않겠냐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진해운은 2012년 영업손실 1435억원, 올 상반기 1477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2008년부터 한진해운 경영을 맡아온 최은영 회장은 2009년 회사를 소지주회사 ‘한진해운홀딩스’와 해운사업 부문 ‘한진해운’으로 분할했다. 당시 최 회장은 본인과 자녀들이 보유하고 있던 한진해운 외 그룹 계열사 주식을 매각하는 등 계열분리를 추진해왔다. 최 회장은 조양호 회장의 제수다.
정의진 뉴시스 기자 jeenju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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