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근대 다시 읽는 해방 전前사」

 

▲ 이덕일 저|역사의 아침

베일에 싸인 1918~1945년의 생생한 역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놓고 우편향 논란이 일고 있다. 역사학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사 발전과정을 설명하는 틀이 바뀔 수 있어서다.

일례로 해방 후 좌우합작운동에 대한 기술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기존의 한국사 교과서는 좌우합작운동이 해방(1945) 후 분열돼 있던 좌익과 우익을 합작하려는 시도였다고 평가했다. 반면 올해 검정교과서로 채택된 교학사 교과서는 좌우합작운동에 대해 회의적이다. 미국과 소련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민주주의냐, 사회주의냐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합작운동이 설 자리가 미약했다는 것이다.

세계는 지금 역사전쟁 중

일제의 조선 지배를 서술하는 대목도 논란거리다. 경성의 발전에 대해 기존의 교과서는 이렇게 밝히고 있다. ‘경성의 발전은 일본인이 사는 남촌을 중심으로 이뤄졌고 한국인은 민족적 차별을 당했다.’ 교학사 교과서는 이와 다른 시각에서 서술한다. ‘한국인들을 내쫓은 것이 아니라 일본인들의 신시가지를 조성했다.’ 역사학계는 교학사의 기술이 일제의 식민지배를 미화하는 것처럼 해석된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역사논란은 교과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반 교양서적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한국ㆍ중국 등 이웃국가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서적이 베스트셀러(역사 분야)에 줄줄이 오르고 있어서다.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다. 일본에선 군국주의 역사를 옹호하는 우경화 세력이 노골적인 발언을 일삼고 있다. 총만 들지 않았을 뿐 곳곳에서 역사전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역사논란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답은 일제 식민시대를 살펴보면 쉽게 나온다.

「잊혀진 근대 다시 읽는 해방 전前사」의 저자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은 ‘사회주의’ ‘아나키즘 운동’ ‘일제의 만주 침략’ ‘부호의 등장’ ‘일제의 패망’ 등 다섯가지 프레임을 통해 근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당시 신문기사, 증언록, 사진 등 사료를 통해 해방 전 근대의 풍경을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의 가치는 학계가 중점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1918~1945년을 다룬 것이다. 그동안 한국근대사에서 배제된 사회주의와 아나키즘 운동 역사를 세상 밖으로 끌어냈다. 잊히고 묻히고 지워진 우리 근대사를 조명했다는 얘기다.

저자는 역사에서 가려진 인물과 사건을 복원해 새로운 근대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2012년 4월~2013년 3월 ‘중앙선데이’에 연재된 ‘이덕일의 사사사事思史: 근대를 말하다’ 칼럼을 모아 가장 치열하게 일제에 저항하고, 독립을 위해 싸웠던 해방 전 시대를 기록하고 재현한다. 역사평설을 표방한 책답게 저자의 뚜렷한 관점과 흡입력 있는 문체가 한국사의 복잡한 쟁점을 명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북 에디터 한마디

‘나뉘면 넘어지고, 합하면 반드시 일어선다.’ 몽양 여운형 선생이 생전에 남긴 말이다. 당시 여운형 선생은 김규식 선생과 손을 잡고 좌우합작운동을 이끌었다. 민족 좌우합작을 전개한 인물은 또 있다. 약산 김원봉 선생이다. 김구 선생과 함께 민족혁명당을 건설하고, 민족 규합에 힘썼다. 두사람은 좌우 대립이 극심했던 1930~1940년대 민족화합을 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이들의 이야기는 역사책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해방 후 그들이 선택한 노선(사회주의) 때문이다. 역사는 알려지지 않은 인물과 사건을 복원할 때 그 가치가 빛난다. 여운형 선생과 김원봉 선생이 재조명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덕일 저 | 역사의 아침


「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저│문학동네

 

소설가 김연수가 다섯번째 소설집. 2008년부터 2013까지 문예지에 발표한 단면 11편을 묶었다. 지난 5년 간 그가 쓴 소설엔 ‘나’가 아닌 ‘주변인’들이 나온다. 엄마가, 누나가, 이모가 들려주는 각자의 삶의 이야기다. 작가나 화자의 입을 통해 소설을 이끌어가지 않은 것은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과 타인을 이해하는 문제는 다르다’는 걸 말하기 위해서다. 더불어 타인의 삶을 제식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이해하려 애쓰고, 결국은 이해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소설의 힘이라고 강조한다.

「서울을 갈다(농부가 세상을 바꾼다 귀농총서40)」
김성훈 외 3인 저│들녘

 

주말농장이나 시민텃밭은 분양 공고가 나면 즉시 마감된다. 땅을 얻지 못한 사람들은 옥상이나 베란다에서 작물을 키운다. 그런데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한국에서 농사를 짓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혹은 “땅값 비싼 서울에서 무슨 농사냐”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선진국이라 부르는 미국ㆍ캐나다ㆍ일본ㆍ영국ㆍ독일 등은 국가 정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도시농업을 지원하고 있다. 왜일까. 도시농업에 대한 의문점을 세명의 전문가가 해결해준다.

「스마트 플랫폼 전략」
황병선 저│한빛미디어

 

글로벌 컴퓨터 시장을 장악한 마이크로소프트와 피처폰 강국이었던 노키아 사이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스마트 플랫폼 전략’을 세우지 못한 것이다. 반면 온라인 서점에서 책이나 팔던 아마존은 오늘날 스마트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으로 꼽힌다. 스마트 플랫폼 시장에서 탁월한 전략을 수립했기 때문이다. 경쟁력을 갖췄다는 얘기다. 이들의 스마트 플랫폼 전략은 어떻게 달랐을까. 저자 황병선은 애플과 구글 스마트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앱)스토어의 전략적 의미를 기획자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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