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 구조조정 이유

금융업계는 올해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저금리ㆍ저성장의 영향으로 증권ㆍ보험ㆍ은행 등 모든 업종의 수익률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계 기업의 실적부진은 심각하다. 낮은 인지도에 영업력 부재가 발목을 잡고 있다. 외국계 은행이 몸집 줄이기에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실적 부진에 빠진 글로벌 은행이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금융업계가 초겨울을 힘겹게 맞이하고 있다. 저금리ㆍ저성장 탓이다. 선진국 금융기술을 가진 외국계 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올 3분기 외국계 은행의 실적은 큰폭으로 줄어들었다. HSBC은행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67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3분기보다 56% 줄어들었다. 순이자마진(NIM)은 전년 동기비 0.39% 하락한 1.63%를 기록했고, 자기자본수익률(ROE)은 8.04% 떨어진 7.80%에 머물렀다.

올 3분기 22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한국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3분기까진 1600억원이 훌쩍 넘는 누적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1070억원에 그쳤다. 총자산이익률(ROAㆍ0.25%)은 전년 동기비 0.23% 하락했고, 3.53%에 그친 ROE도 전년 동기 7.74%보다 4.21% 떨어졌다. NIM 역시 2.05%로 0.09% 하락했다.

 
씨티은행은 3분기에 279억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53.3%, 전분기 대비 53.4% 줄어들었다. 외국계 은행들이 최근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간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장 파격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한 곳은 HSBC은행이다. 7월 5일 수익성이 낮은 소매금융 업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10월에는 국내 11개 지점 가운데 본점을 제외한 10개 지점을 폐쇄하기 위한 예비인가를 받았다. 개인금융 부문에서 근무하는 203명의 직원도 명예퇴직을 통해 정리하고 있다.

SC은행은 전국 350개 지점의 25%를 차지하는 100여개의 지점을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앞선 2011년에는 800여명 규모의 명예퇴직을 실시했고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도 매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씨티은행은 소매금융부문을 정리하고 있다. 올해에만 22곳의 점포를 폐쇄했다. 시티은행의 점포수는 출장소를 포함해 지난해 말 218개에서 올해 9월 말 현재 196개로 감소했다. 인력조정도 이뤄졌다. 지난해말 200명의 직원이 희망퇴직을 통해 회사를 떠났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 은행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국내은행에 비해 영업력과 인지도가 떨어져 외국계 은행이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계 은행의 시장점유율은 한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시장점유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나선 외국계 은행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국계 은행은 수익률 분석 과정을 통해 비수익사업을 정리하고 있는 것”이라며 “핵심사업 위주의 사업재편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계 은행의 축소가 금융 산업의 규제와는 큰 상관이 없다”며 “규제는 국내 은행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계 은행관계자는 “신규 사업 추진을 어렵게 하는 진입규제와 같은 불합리한 규제가 분명히 있다”며 “핵심 사업을 선정해 집중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계 은행의 실적 부진은 어려운 국내은행의 영업환경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자구책을 동원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한동안 지속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서구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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