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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수업

가장 무서운 명령 “알아서 해라”

2015. 01. 27 by 김우일 대우M&A 대표

A리더는 팀원의 모든 행동반경을 꿰차고 있다. ‘차질 없이 일을 하라’는 게 모토다. 반면 B리더는 팀원이 뭘하는지 별 관심이 없다. ‘알아서 하라’는 게 영令의 전부다. 누구 말이 더 무섭게 들리는가.

▲ 모든 상황에 꼭 맞아떨어지는 승리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사진=뉴시스]
대부분의 영웅은 승리와 패배를 반복하다가 궁극적으로 대성공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유종의 미를 거두는 셈이다. 그런 영웅에게 다른 사람이든 후세든 승리비법을 물으면, 일목요연하면서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 주곤 한다. 또한 그 비법들이 책으로 출판돼 세계 서점을 휩쓸며 승리를 애타게 갈구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유혹한다. 마치 승리의 여의주인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이런 비법들은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하지만 그 비법을 좇는다고 백전백승하는 건 아니다.

도리어 패배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필자는 수많은 경영컨설팅 사례를 통해 그 원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첫째, 세상의 모든 사람은 소질과 개성이 다르다. 처한 환경도 천차만별이다. 그럼에도 승리비법은 승자 1인의 ‘경우의 수’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각기 다른 소질, 개성을 가진 만인에게 적용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둘째, 승리 비법은 복잡한 상황의 전개가 끝난 ‘결과적 산출물’이다. 이런 이유로 승리비법을 도식화해 따로 떼어내 설정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역사상 백전불패의 인물을 꼽는다면 몽고의 칭기즈칸이나 일본의 검객 미야모도 무사시가 떠오를 것이다. 역사의 기록을 보면 두 사람은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았다. 800여년 전 칭기즈칸은 10만명에 불과한 유목민을 이끌고 전 세계를 휩쓸었다. 300여년 전 미야모도 무사시는 다른 유파의 쟁쟁한 고수들과 60여차례 결투해 패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두 사람의 승리비법은 뭘까.

필자는 패배를 몰랐던 두 사람의 승리비법을 탐구하기 위해 몽고와 일본의 서적은 물론 후손들로부터 내려오는 구전口傳도 살펴봤고, 그 결과 어렴풋이 승리비법의 윤곽을 잡을 수 있었다. 자! 얼마나 대단하고, 기막히고, 황홀하면서도 절묘한 신의 한수일까. 이렇게 기대하는 독자들이 많겠지만 실망할 준비 하시라. 두 사람의 승리비법이 누가 들어도 평범한 ‘인간의 한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알아서 싸울 뿐이다’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자유로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례를 더 가까운 곳에서 찾아보자. 한때 국내기업 순위 1ㆍ2위를 다투던 A그룹과 B그룹. B그룹은 무너졌지만 A그룹은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다. 그런데 두 그룹의 총수를 비교하면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난다.  B그룹의 총수는 총명한 두뇌와 성실함, 예지력을 겸비한 인물이었다. 그는 그룹의 모든 사업계획을 홀로 밤새워 검토하며 철저하게 따졌다.  세부지침 역시 경영진들에게 미주알 고주알 지시했고, 그런 경영진은 총수의 지시사항을 하나라도 빠뜨릴세라 받아쓰기에 바빴다. B그룹 총수는 마지막으로 꼭 이런 말을 남겼다. “지시사항을 차질 없이 하시오.”

A그룹 총수의 스타일은 완전히 달랐다. 경영진들이 사업계획을 따지는 자리에서 난상토론을 격하게 펼쳐도 그는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 그리고는 마지막에 경영진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알아서 하세요.” 어떤가. “알아서 하세요”가 “차질 없이 하시오”라는 말보다 훨씬 심도 있고 무섭게 들리지 않은가. 겉으론 자유로움을 주는 것 같지만 그 말엔 엄청난 권한과 책임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 “알아서…”가 최고의 승리비법으로 꼽히는 이유다. 
김우일 대우M&A 대표 wikimokgu@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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