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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 김택진 vs 넥슨 김정주 경영권 분쟁

맞붙은 양김, 누구 입김 셀까

2015. 02. 02 by 이호 기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게임회사는 넥슨과 엔씨소프트다. 그런데 두 회사간 운명을 건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다.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경영 참여를 공식 선언한 것. 넥슨의 적대적 인수ㆍ합병(M&A)이 구체화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엔씨소프트도 신뢰가 깨졌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사건의 전말을 살펴봤다.

글로벌 게임회사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경영 참여를 공식 선언했다. 넥슨은 엔씨소프트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 목적’에서 ‘경영 참가 목적’으로 변경한다고 1월 27일 공시했다. 넥슨은 경영참가를 선언하면서 엔씨소프트에 대해 임원의 선임ㆍ해임, 정관 변경, 배당, 회사의 합병 및 분할, 주식 교환 및 이전, 영업의 양수도 등에 관여하겠다고 밝혔다. 넥슨은 2012년 6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로부터 지분 14.68%를 확보,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지난해 10월 8일 추가로 지분 0.4%(8만8806주)를 매입해 총 15.08%(330만6897주)를 보유하고 있다.

 
넥슨의 이번 공시는 투자자 입장에서 더는 지켜만 보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시장에 무성했던 소문인 적대적 인수ㆍ합병(M&A)이 구체화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넥슨은 이런 의혹을 단칼에 부인했다. 넥슨 관계자는 1월 28일 “적대적 M&A가 목적이라고 하면 지분 매입을 더 하고 이사회를 소집하면 되는데 굳이 주식보유 목적을 변경하고 공지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빨라지는 시장 변화에 맞춰 긴밀하게 협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절차”라며 “여전히 엔씨소프트와 대화를 통해 해결, 협업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덧붙였다.

넥슨은 보도자료를 통해 “엔씨소프트와 공동 개발 등 다양한 협업 등을 시도했으나, 기존의 협업 구조로는 급변하는 IT업계의 변화 속도에 민첩히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어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어려운 글로벌 게임 시장환경 속에서 양사가 도태되지 않고, 상호 발전을 지속해 기업가치가 증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자로서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며 “넥슨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엔씨소프트와 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엔씨소프트는 넥슨이 ‘단순 투자 목적’의 약속을 3개월 만에 어김으로써 신뢰가 깨졌다고 반발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넥슨이 스스로 약속을 저버리고 전체 시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다”며 “대화와 협력을 하기 위해서 ‘공시’라는 방법밖에 없었는지 의문”이라고 섭섭함을 드러냈다. 아울러 “넥슨의 일방적인 경영 참여 시도는 시너지가 아닌 엔씨소프트의 경쟁력 약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결국 엔씨소프트의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고, 더 나아가 한국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형ㆍ동생 사이에서 적으로

김정주 넥슨 대표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서울대 공대 선후배 관계로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 왔다. 개인적 친분으로 두 사람은 2012년 6월 미국 게임회사 ‘일렉트로닉아츠(EA)’를 인수하기 위해 처음으로 주식 거래를 시작했다. 당시 김택진 대표는 후배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시가 26만8000원의 주식을 25만원으로 할인해 넥슨에 지분을 매각했다. 이로써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주식을 14.68% 확보, 최대 주주가 됐다.

하지만 양사가 계획했던 EA 인수가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고 함께 진행 중인 사업 또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자 둘 사이가 서서히 금이 갔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게다가 지난해 10월 넥슨이 장내 매입을 통해 엔씨소프트의 지분 0.4%를 추가로 확보하며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당시 넥슨은 엔씨소프트와 상의 없이 주식을 취득했다. 넥슨의 ‘단순 투자목적’이라는 해명에 엔씨소프트는 섭섭함을 드러내면서도 “두고 보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런데 넥슨이 3개월 만인 1월 28일 ‘경영 참여’로 입장을 번복했다.

▲ 엔씨소프트는 넥슨 측에서 먼저 신뢰를 깼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엔씨 야구단의 창단식에 참석한 김택진 대표. [사진=뉴시스]
넥슨의 경영참여 발표 이후 엔씨소프트 주가는 가격제한폭(15%) 가까이 급등했다. 엔씨소프트는 1월 28일 오전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18만9000원)보다 2만8000원(14.81%) 오른 21만7000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29일이 되면서 주가는 하락했다. 김정주 회장과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넥슨이 지분 경쟁에서 엔씨소프트를 이기고 안정적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분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따라서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보유지분을 팔고 철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2012년 넥슨이 엔씨소프트 지분 14.7%를 확보할 때 취득단가는 주당 25만원이다. 현재 주가는 20만원선으로 현 시가로 지분을 넘기기엔 넥슨 측은 속이 쓰릴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넥슨의 엔씨소프트 경영 참여 선언은 지분 매각을 위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포석이란 시각도 있다. 최종적으로 김 회장과 김 대표 측이 가격 조율에 나설 수도 있다고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 양사는 “대화를 통해 적절한 해결책을 찾겠다”며 맥락을 같이 했다. 그러면서도 넥슨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라며 긴장감을 조성했으며, 엔씨소프트는 “적절한 대응”이라는 말로 적대감을 놓지 않았다. 대화로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3월에 개최되는 주주총회에서 넥슨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를 교체하거나 사내이사 및 감사를 통해 엔씨소프트를 견제하는 방안으로 경영권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택진 대표의 임기는 3월 28일 만료된다. 업계 관계자는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게임 개발 및 비즈니스 철학 등 문화적인 측면이 많이 다르다”며 “넥슨도 현실적으로 이 부분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대표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택진-김정주 화해 가능할까

김택진 대표가 주주총회 전까지 추가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택진 대표는 현재 9.98%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1대 주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최소한 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가능하다. 넥슨에 매각한 주당 25만원보다 비싼 가격에 살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하지만 넥슨이 주식을 되팔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 이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김택진 대표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자사주 매각을 통한 우회지분 확보에 나서는 것이다. 현재 엔씨소프트가 보유한 자사주는 8.93%를 우회지분으로 확보, 김택진 대표의 지분 9.98%와 합치면 18.91%로 넥슨이 보유한 지분 15.08%보다 많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갈등이 고조될수록 양사 모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 것”이라며 “이사 선임 등 경영에 일부만 참여하고 김택진 대표가 경영권을 쥐고 있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내다봤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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