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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 톡톡히 하는 파리바게뜨

프랑스 파리에서 바게트로 날다

2015. 04. 01 by 김미선 기자

▲ 파리바게뜨 프랑스 파리 1호점인 샤틀레점.[사진=SPC그룹 제공]
파리바게뜨가 유럽에서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바게트’를 신명나게 팔고 있어서다. ‘김치나 팔아라’는 혹평을 이겨낸 결과라서 더 의미 있다. 파리바게트는 까다롭다는 파리지앵의 입맛을 어떻게 홀렸을까. 비결은 철저한 현지화와 톡톡 튀는 제품에 있다.

베이커리 업체 파리바게뜨의 ‘파리 도전’이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샤틀레(Chatelet) 1호점 오픈 이후 1년여 만에 ‘2호점’ 론칭을 준비 중이라서다. 프랑스 ‘파리’를 콘셉트로 만들어진 국내 베이커리 업체가 빵의 본고장이나 마찬가지인 파리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거다.  사실 파리바게뜨의 파리 진출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했다. 제과제빵 기술이 높은 파리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파리지앵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지에 파리바게뜨의 파리 진출 기사가 실리자 유럽인들 사이에서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빵이 아니라) 과자’ ‘프랑스인들은 보복으로 김치를 만들어야 하나?’ ‘파리바게뜨는 이름과는 달리 바게트를 거의 팔지 않는다’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하지만 파리바게뜨는 이런 우려를 불식하고 있다. 샤틀레점은 예상 외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파리바게뜨의 모그룹인 SPC에 따르면 샤틀레점은 오픈 후 세달 만에 방문객이 20% 이상 늘어나 하루 평균 800명 정도 방문한다.

▲ 파리바게뜨 샤틀레점이 파리지앵 사이에서도 인기다.[사진=SPC그룹 제공]
샤틀레점 매출은 오픈 초기 대비 25% 증가했고 일평균 매출은 국내 파리바게뜨 매장 평균치보다 3배 이상 많다. 파리에 거주하는 한 한인도 “실제로 잘 된다”며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원동력은 무엇일까. 파리바게뜨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내세웠다. 파리바게뜨 샤틀레점에서 팔리는 대부분의 제품은 프랑스 정통빵이다. 바게트를 비롯해 크루아상, 프랑스의 유명 디저트 마카롱과 에클레어 등을 판다.

아이러니하게도 샤틀레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빵은 다름 아닌 프랑스의 대표 빵 바게트다. 하루 800개 정도가 팔릴 정도로 잘 나간다. 파리바게뜨라는 이름대로 파리에서 바게트를 팔아 대박을 때린 셈이다. 이는 프랑스 현지 제빵사를 고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재 파리바게뜨 파리 샤틀레점에서 근무하는 제빵사는 100% 프랑스인이다. 그렇다고 파리바게뜨 DNA를 완전히 지운 건 아니다. 프랑스 사람인 샤틀레점 책임 제빵사는 한국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근무하며 SPC의 빵 제조법을 배우고 연구했다.

다른 프랑스 제빵사들도 다르지 않다. 오픈 초기 한국에서 SPC 제품의 레시피를 배워갔다. 새로운 레시피 교육이 필요하거나 신제품의 공동 연구가 필요하면 본사 제빵사들을 현지에 파견하기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파리바게뜨만의 독창적인 제품도 팔고 있다. 쉬폰케이크(스폰지처럼 부드럽고 폭신한 질감의 케이크)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쉬폰케이크는 일반적이지만 프랑스에서는 그렇지 않다. SPC그룹 관계자는 “쉬폰케이크를 사기 위해 일부로 찾아오는 현지인들도 있을 만큼 마니아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흔하지만 파리에서는 그렇지 않은 카페형 매장을 도입한 것도 인기몰이에 한몫했다. 샤틀레점은 200㎡(약 60.5평)의 넓은 규모에 46개의 좌석을 보유한 카페형 점포다. 프랑스 빵집은 기본적으로 테이크아웃 위주다. 편안하게 앉아 빵과 커피를 즐기는 파리바게뜨의 카페형 매장 그대로를 옮겨 파리지앵의 마음을 흔들었다.

 

BI 흔들린다는 지적도

물론 긍정적인 시각만 있는 건 아니다. 현지화를 강조하다보니 파리바게뜨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샤틀레 매장 BI는 한국의 파리바게뜨 매장 BI와 완전히 다르다. 외부 인테리어는 푸른색이 아닌 토프(Taupeㆍ회갈색) 계열을 사용해 언뜻 파리바게뜨 매장인지 알아보기 어렵다. 외부 간판도 마찬가지다. 블랑제리(Boulangerieㆍ빵집)라는 글씨가 크게 쓰여있는 반면 파리바게뜨 글씨는 작게 적혀 있다. 프랑스 빵으로 승부를 걸다 보니 한국 빵집의 장점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SPC 관계자 “세계 최고 수준인 파리의 정통 빵집들과 겨뤄 세계적인 빵집 브랜드로 인정받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현지화 전략을 쓴 것”이라고 밝혔다. SPC의 꿈은 파리 정복이 아니다. 프랑스 파리바게뜨 점포를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로 삼고 이를 교두보로 삼고 유럽을 비롯해 캐나다 등 범프랑스 문화권 시장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정공법으로 파리를 공략하겠다는 거다. 무모한 도전 같지만 지금까진 성공적이다. 이들의 도전에 관심을 쏟아지는 이유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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