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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마트의 비밀

점장이 임원 되는 곳 … ABC마트에 숨은 경영ABC

2015. 04. 17 by 김은경 기자

▲ ABC마트는 현장중심의 조직문화와 마케팅 전략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진=지정훈 기자]
비정규직은 없다. 매장의 말단 직원이라도 실력과 열정만 있으면 임원 배지를 달 수 있다. 노스펙 고용원칙 덕에 ‘공평한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다. 국내 슈즈 멀티 스토어 선두기업 ABC마트엔 남들이 잘 모르는 경영ABC가 숨어 있다. 

# 짝짝짝. “어서 오세요. ABC마트입니다. 원하는 사이즈가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한번 신어보셔도 돼요.” 서울 명동 중심가에 둥지를 튼 슈즈 멀티 스토어 ‘ABC마트’ 매장 앞. 젊은 점원이 박수를 치며 행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활기찬 목소리에 뭔가 흥미로운 일이 생길 것만 같다. “이 제품은 10% 할인해드려요. 정말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얇아진 지갑 탓에 쇼핑이 두렵던 차에 듣던 중 반가운 얘기다. 저절로 매장으로 발길이 향한다. 매장 내부는 남대문 시장을 찾은 듯 자유분방하고 편하다. 다양한 제품을 신어볼 수도 있고 꼭 사지 않아도 눈치 볼 필요가 없다. 운동화는 물론 구두·샌들·부츠까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성별, 연령대별 제품도 모두 갖추고 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함께 찾아도 어색하지 않다. 편안함과 편리함이 한지붕 아래서 공존하는 ABC마트는 이렇게 종합신발 쇼핑몰로 자리를 잡고 있다.

# “아디다스 슈퍼스타 있어요?” “나이키 맥스2015는요?” 명동의 또 다른 ABC마트 메가스테이지 매장. 이곳엔 유독 신상품이나 유행상품을 찾는 고객이 많다. 메가스테이지는 기존 ABC마트의 매장보다 조금 더 많은 제품과 신발 브랜드를 만날 수 있도록 특화한 프리미엄 매장이다. 특히 명동 매장은 100여종 이상의 신발브랜드에 의류브랜드까지 갖추고 있어 방문객이 꽤 많다. 그래서 신발을 좋아하는 패션피플 사이에선 ‘신발의 성지聖地’ 쯤으로 통한다. ABC마트가 대중과 마니아를 모두 충족하는 신발트렌드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ABC마트를 단순한 ‘신발숍’으로 인식해선 안 된다. 이곳엔 다양한 신발만큼이나 차별화된 경영원칙이 숨어 있다. 직원은 물론 소비자의 마음을 훔칠 수 있는 ‘유혹의 기술’도 가득하다.

 
◆원칙1 | 비정규직 없다 = “우리 매장은 대부분 정규직이에요. 주말엔 손님이 많아 매장별로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하기도 하지만 상시 근무하는 직원들은 거의 정규직이죠. 본사 근무자는 100% 정규직이구요. 정규직 채용은 ABC마트에선 문화나 다름없죠.” 매장에서 만난 한 직원에게 ‘ABC마트 정규직이냐’고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ABC마트는 사람으로 굴러가는 회사다. 그래서 정규직 채용원칙을 고수하면서 고용문화를 안정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실제로 전국에 164개의 매장이 있는 ABC마트의 정규직 인원은 지난해 기준 1478명이다. 올해는 약 400명을 늘려 최대 1900명의 정규직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규직 채용’을 고수하면 노동의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비용절감을 위해 비정규직을 늘리는 것도 문제지만 정규직에 집착하는 것도 리스크가 있다. ABC마트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유통업계는 일의 특성상 이직률이 높은 편입니다. 돈만 많이 준다고 하면 이직을 하죠. 그래서 정규직이란 개념이 성립되기 힘든데 ABC마트는 정규직 채용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조금 더 장기적 비전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ABC마트가 ‘정규직 채용원칙’을 고수하는 이유는 또 있다. 100% 직영이라는 ABC마트의 구조 때문이다. ABC마트는 표준화된 제품과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직영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ABC마트는 전국 유통방에 신발 등을 공급하는 사업구조”라며 “직영점이 아니라면 경영전략과 비전을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ABC마트의 ‘정규직 고집’이 생존과 성장을 위한 전략이라는 얘기다.

◆원칙2 | 스펙은 거추장스러운 허울 = ABC마트가 다른 기업과는 다른 점은 하나 더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학력 중심의 채용을 하는 것과 달리 ABC마트는 ‘노스펙’ 고용원칙을 적용중이다. 학벌·성별·나이와 관계없이 능력 위주로 사람을 뽑는다는 거다. 전 직원 중 초대졸 이하를 가진 직원이 90%에 달할 정도다.특별한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를 제외하곤 ‘매장 직원’을 채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영업현장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 때문이다. 이는 창업주인 강정호 회장의 경영철학과 궤를 함께한다. 강 회장은 평소 “전략을 짜는 머리 역할을 하는 직원은 몇명만 있어도 된다”며 “정작 중요한 건 실행하는 조직”이라며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BC마트에 입사하면 무조건 매장근무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매장관리, 고객소통 등을 통해 사소한 것이라도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이런 원칙은 매장의 판매사원, 점장, 심지어 본사 임직원에게 적용된다. 특히 대표이사를 비롯한 본사 직원은 매주 일요일 현장근무에 투입된다. 공휴일도 예외는 없다. 현장에 투입된 직원들은 해당 매장의 점장 또는 매니저를 팀장으로 삼고, 그 지시를 따르며 영업에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들이 판매하는 제품의 관리, 고객과의 소통 등 현장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다. 회사경영과 마케팅 등 통합된 전략을 수립하는데 필요한 통찰력도 갖게 된다. 다양한 현장의 경험을 통해 각자의 업무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ABC마트가 그 무엇보다 ‘현장’을 중시하는 까닭이다. 이 때문인지 ABC마트엔  유독 ‘현장 출신의 본부장’이 많다. 최근엔 본사 내 5개 본부 중 2곳에서 매장 출신 본부장이 배출됐다.

이 결과는 현장 직원에게 강력한 동기부여를 주고 있다. 매장의 말단에 있는 영업직 직원도 마음만 먹으면 리더가 될 수 있어서다. ABC마트의 한 현장 직원은 “매장에서 열심히 일하면 매니저가 되고, 점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며 “매장관리를 잘하고, 실적을 잘 내면 본사 임원까지 갈 수 있어, 인생의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누구든 능력만 발휘하면 꿈을 이룰 수 있는 조직문화는 ABC마트의 자산이다.

◆원칙3 | 아침에 소통하라 = ABC마트는 독특하게 하루를 연다. 매일 아침 업무를 시작하기 전, 본사와 매장의 모든 임직원이 조회를 여는 것이다. 2011년 취임한 이기호 대표도 예외일 순 없다. 조회시간엔 전날 실적과 신상품 세일즈 포인트, 목표달성방안 등을 토론하고 공유한다. 고객의 주문사항이나 직원교육도 이때 이뤄진다. 마지막으로 ‘접객의 3대 다짐’ ‘5대 구호’를 외친 후 조회를 마친다. 이 조회는 ABC마트의 임직원을 하나로 묶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네트워크를 통일성 있게 돌아갈 수 있는 환경도 마련해준다.

◆원칙4 | 소통은 ABC마트의 힘 = ABC마트는 신발을 대량 구매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신발 카테고리 킬러’ 유통사다.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세계 100여개 이상의 브랜드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중엔 실적이 좋은 브랜드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트렌드를 잘못 읽은 브랜드는 손실만 입을 공산도 있다. 이런 이유로 ABC마트는 100여개 브랜드와 합리적인 토론과 합의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판매할 상품을 매년 5월쯤 미리 구매한다.
 
전년 실적에 맞게 예산을 배정한 뒤 각 브랜드로부터 주력상품을 제안받고 논의를 거친 후 최종 구매를 하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상품의 품질은 향상되고, 실패확률은 줄어들었다. 협력사와의 ‘건전한 상생관계’를 유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이런 소통과정을 거쳐 들여온 코코모즈, 블라도, KIWI 등 브랜드는 성공을 거뒀다. 회사 관계자는 “유통망이 없는 브랜드, 열정과 실력은 있지만 시장이란 장벽에 부닥쳐 판로를 개척하지 못하고 있는 신생 브랜드에 이런 소통과정을 거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특별한 경영원칙을 통해 ABC마트는 성장의 날개를 활짝 펴고 있다. 2013년 2월 프리미엄 편집숍 ‘프리미어 스테이지’를 론칭한 ABC마트는 같은해 5월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나이키·아디다스의 숍인숍 매장 ‘메가스테이지(ABC마트 강남본점)’를 오픈했다. 이후 서울 명동·대구·부산·광주에 매장을 확대하며, ‘스마트 콜라보레이션’이라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2013년 6월에는 서울 혜화동 대학로에 ‘누오보(오리지널 여성 슈즈 브랜드)’ 단독숍 1호점을 오픈, 브랜드별 매장을 선보였다.

소비자층과 상권 특성에 따라 매장 등급화도 추진 중이다. 젊은층이 많이 모이는 곳엔 프리미엄 매장 ‘메가스테이지’를 론칭하고, 가족 단위 소비자가 많은 곳엔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 식이다. 회사 관계자는 “상권을 차별화하는 전략과 유통 캐릭터를 달리하는 전략을 동시에 구사해 브랜드 파급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단계별 전략으로 성장동력을 더 빠르고 더 강력하게 돌리겠다는 거다. 그들의 사명, ABC(마트)처럼…. 
김은경 더스쿠프 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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