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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경 쉐우드가구 사장

로빈 후드의 숲에서 꿈을 키우다

2015. 12. 02 by 박소현 기자

▲ 이희경 쉐우드가구 사장. [사진=지정훈 더스쿠프 기자]
참 버티기 힘든 시기다. 내수 침체가 갈수록 심해져서다. 가구 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돈 없고 브랜드 없는 중소 가구업체는 말 그대로 ‘죽을 맛’이다. 그렇다고 모든 중소 가구업체가 시름시름 앓고 있는 건 아니다. 남다른 품질과 가격 경쟁력으로 성장세를 그리는 업체도 있다. 41년 전통의 쉐우드가구가 대표적이다.

국내 가구 업계에 모처럼 활력이 감돌고 있다. 글로벌 가구공룡 ‘이케아’가 지난해 말 한국에 상륙한 이후부터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극심한 내수 침체로 명맥이 끊긴 가구업체도 허다하다. 대부분 중소 가구업체들이다. 가구업계마저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모든 중소 가구업체의 맥이 빠진 건 아니다. 묵묵하게 성장 엔진을 돌리고 있는 업체도 있다. 가구 업계에 ‘물건 잘 만드는 회사’로 정평이 나 있는 쉐우드가구가 대표적이다. 쉐우드가구는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진 브랜드는 아니다. 하지만 가구 업계에서 이 업체를 ‘모르면 간첩’이다.

“정의롭게 가구 만들겠다”

1974년 7월 율림가구로 설립된 쉐우드가구는 리바트·노송가구·썬퍼니처·우아미·동서가구·바로크가구·에넥스 등 국내 유수의 가구 브랜드와 업무 제휴를 맺고 가구를 납품했다. 자체 브랜드 ‘쉐우드가구’를 론칭한 건 1991년. 2000년에는 회사명까지 ‘쉐우드가구’로 바꿨다. 이 회사의 이희경(57) 사장은 “납품을 하다 보니 우리 브랜드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브랜드’를 론칭했는데, 지금은 뿌듯하다”고 말했다.

‘쉐우드’는 로빈 후드가 살던 숲의 이름이다. 이 사장의 50년 지기知己가 ‘로빈 후드처럼 정직하고 정의롭게 가구를 만들라’는 의미로 지어줬다. 이는 이 사장의 경영 철학이기도 하다. “쉐우드가구가 가장 자부하는 것은 품질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정직을 철칙으로 삼고 있죠.”

 
실제로 쉐우드가구 홈페이지에는 가구 재료와 제작 과정 등이 상세하게 소개돼 있다. “소비자에게 재료를 정직하게 공개하고 최고의 품질을 만들자”는 이 사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하지만 중소 가구업체가 ‘품질’과 ‘정직’만으로 살아남긴 어렵다. 판매 채널을 확보하지 못하면 제아무리 좋은 품질의 가구도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사장은 2000년대 초반 새로운 유통 채널로 떠오르던 TV홈쇼핑을 발빠르게 공략했다. 유통 단계를 줄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잘나가던 가구 브랜드마저 줄줄이 쓰러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도 이 회사가 꿋꿋이 버틸 수 있었던 건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사장은 안주하지 않았다. 2010년 이후 또 한번의 변화를 직감했기 때문이다. 바로 ‘온라인 채널’의 급부상이다. 그 무렵, TV홈쇼핑 매출의 감소로 부심하던 그는 ‘온라인 시장’의 성장을 예측하고 채널을 갈아타 버렸다. 주위의 반대를 무릅쓴 결정이었지만 그의 예측은 적중했다. 온라인 유통업체가 가파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쉐우드가구의 지난해 매출은 20억여원이다. 브랜드 매출과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매출의 비중은 7대3이다. 흥미롭게도 브랜드 매출의 100%는 온라인 채널에서 나온다. 이 사장의 ‘온라인 채널 전략’ 덕분이다.

모바일 유통 채널 검토

이 사장은 최근 모바일 채널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OEM 비중은 줄이고 있다. 그 빈자리를 차별화된 프리미엄급 브랜드 론칭, 쉐우드 전문숍 오픈 등으로 메우겠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그는 “가구를 제작한 지 40년이 넘은 만큼 이젠 쉐우드가구를 소비자가 ‘좋은 제품’이라고 인정해 주는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혹자는 ‘무모한 도전’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중소 가구업체가 살아남기 워낙 힘든 환경이라서다. 하지만 그는 지금껏 꿈을 키웠고, 그 꿈은 숲을 이뤘다. 로빈 후드가 살던 쉐우드에선 오늘도 그의 꿈이 자라고 있다.
박소현 더스쿠프 기자 psh056@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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