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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이순신공세가 124

‘전쟁의 그림자’ 노량에 드리우다

2016. 07. 29 by 이남석 발행인 겸 대표

이순신은 달아나려는 소서행장을 완전히 격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서행장의 뇌물을 받은 진린은 미적거렸다. 도리어 “남해에 있는 반군을 치러 가겠다”면서 이상한 소리만 늘어놨다. 이순신은 격하게 소리를 질렀다. “남해에 있는 사람은 모두 적에게 포로가 된 조선의 백성들이지, 어디 적이 있소?” 진린은 이순신의 강직함에 숨이 막혔다.

 
소서행장이 이순신을 찾아왔다. 하지만 순신은 소서행장이 꾀가 많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순신은 여러 가지 방물을 받지 아니하고 엄히 거절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임진 이래로 싸워서 얻은 전리품인 총검이 산과 같이 쌓였거든 너의 것을 받을 까닭이 있느냐? 또 만나기는 무엇 하려고 만난다는 말이냐? 전장에서 만나면 나의 날랜 칼에 너희 대장의 수급밖에 쓸 것이 없다!” 소서행장의 사자는 감히 말 한마디를 하지 못하고 물러갔다.

소서행장은 순신이 이렇게 강직하고 엄정하여 어찌할 도리가 없음을 알고 그다음의 계책으로 순신과 진린의 사이를 이간하려 하였다. 그래서 진린에겐 “조선군과 함께 진을 치고 있는 것이 상국의 위신에 관계되지 않소?”라는 내용의 글을, 순신에게는 “장군 같은 영무英武가 어찌하여 일개 진린에게 그 절제를 받고 있소? 소장은 장군과 적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장군을 흠모하는 충정으로 이 말을 하는 것이오”라는 글을 써서 사자를 통해 보냈다.

사자로 나선 사람은 일등 유세객이었다. 이순신은 소서행장의 계교가 지극히 교활하여 정녕 구원병을 기다리는 일종의 기미책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경상우수사 이순신李純信에게 병선 20척을 주어 노량목에 복병하게 하였다. 그러면서 소서행장이 보낸 사자에게 다음과 같은 글을 보냈다. “명나라 수군이 우리 땅에 온 이상에는 우리의 뜻으로 움직이는 것이 바른 도리이니 너희가 아랑곳할 바가 아니다.”

▲ 뇌물을 받은 진린은 소서행장에게 물길을 열어줬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자! 여기서 소서행장과 가등청정을 자세히 알아보자. 소서행장은 일본의 계堺(사카이)라는 지방에서 호상豪商의 아들로 태어났다. 교활한 상인의 성질을 닮아 한나라의 장수 진탕陳湯, 오나라의 장수 여몽呂蒙과 비슷한 유형의 가등청정과는 아주 딴판이었다.

적의 뇌물에 미혹된 진린

가등청정은 소박한 농가의 아들로 태어났다. 정직함은 옛날 위상魏尙이나 조운趙雲과 같은 무장이었다. 청정은 불교 법화종法華宗의 감화를 받았고, 행장은 야소교의 감화를 받아 세계적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평은 달랐다. 야소교도의 반란을 평정한 소서행장은 소인배 같은 교활한 인간이라는 혹평에 시달린 반면, 가등청정은 무사도의 정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날 밤, 이순신은 진린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조수가 깊으니 총공격을 행합시다.” 하지만 적의 뇌물에 취한 진린은 순신의 말대로 움직이지 아니하였다. 도리어 진린은 이렇게 반박했다. “나는 소서행장은 그냥 내버려 두고, 남해에 있는 적에게 항복한 반민을 먼저 칠까 하오.” 순신은 진린의 말이 무슨 뜻인지를 깨달았다. 그것은 ‘남해를 치겠다’는 명분으로 명나라 함대를 물려서 소서행장이 달아날 길을 열어 주자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순신이 계획한 왜교 총공격은 진린의 배신으로 차질을 빚고 말았다.

좋은 물때에 적을 치지 못한 순신은 되레 앞뒤로 적을 맞이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이순신은 진린에게 항언했다. “남해에 있는 사람은 모두 적에게 포로가 된 조선의 백성들이지, 어디 적이 있소?” 진린은 답했다. “이미 적에게 붙었던 놈들이면 적이나 마찬가지요. 지금 가서 치면 힘 아니 들고 수급을 많이 벨 터인데 아니 칠 것이겠소?” 순신은 정색을 하면서 “적은 치지 아니하고 도리어 난중亂中에 살려고 헤매는 불쌍한 조선의 인명을 살해한다고 하면 그건 누구의 뜻이오. 나는 포로 1인을 살려서 빼앗아 오는 것을 적의 수급 하나를 베어오는 것보다도 귀중하다고 생각하오. 또한 그것이 우리 진중의 군율이오. 그러니 어찌 그런 잔학한 일을 자행하겠소?”

진린은 이순신의 꾸짖는 말에 대로히여 “황제폐하가 내게 상방검을 주셨소!”라면서 장검을 만졌다. 순신 역시 대도를 잡으며 소리를 가다듬어 “나라를 위해 한번 죽음은 아깝지 아니하지만 나는 대장으로서 결코 적을 그냥 두고 우리 창생을 죽이지는 아니하겠소!”라고 한번 더 꾸짖었다.

극도로 분노했지만 진린은 순신의 정대함을 잘 알고 있었다. 순신 같은 위인을 일시적 감정으로 배반할 수도 없었다. 순신 역시 마찬가지였다. 진린의 탐욕스러운 허물을 개선하기를 아무쪼록 바라므로 진린의 마음을 되돌리려 하였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다툰 끝에 진린이 순신의 말을 듣기로 했고, 남해행行을 단념했다.

진린, 순신의 뒤를 따르다

하지만 적의 뇌물에 미혹이 된 진린은 소서행장의 병선 두척을 장도 해문 밖으로 내어 보내고 치지 아니하였다. 길을 열어준 것이다. 순신은 이 소식을 듣고 곧 진린을 방문해 “어찌해서 적선 두척을 나가기를 허락하였소?”라고 질문하였다.

진린은 “일본으로 퇴군한다는 통지를 하러 보내는 것이라기에 허락하였소”라고 답했다. 순신은 발을 구르며 이렇게 말했다. “큰일 났소! 정녕코 사천과 남해로 청원을 하러 간 것이 분명하니 우리는 이제 여기서 앞뒤로 적을 맞이하게 되었소. 반드시 사천 기타 각처에 있는 적선이 소서행장의 위급한 청원을 받고 노량목으로 넘어올 터이니 곧 가서 맞아 싸우지 아니하면 우리는 앞뒤로 협공을 당할 것이오!”

진린은 순신의 말에 깜작 놀라서 얼굴빛이 변하였다.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조선은 물론 명나라까지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럴까? 그렇다면 장군의 말대로 노량으로 가지요”라면서 노량으로 가는 길에 동참했다.
정리 | 이남석 더스쿠프 발행인 겸 대표 cvo@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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