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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나를 바꿔놓은 한 문장 | 김승호 스노우폭스 회장

나는 내 생각의 소산이다

2017. 01. 19 by 이필재 인터뷰 대기자

CEO는 기업의 주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다. 회사의 비전을 설정하고 경영에 대해 책임을 지는 외로운 자리다. 이들의 경영 좌우명은 무엇일까? CEO들 마음 속에 자리잡은 한 문장, 이들의 일과 삶을 바꿔놓은 한 문장을 탐색해 본다.

▲ 김승호 스노우폭스 회장은 “나는 내 생각의 소산이다”라는 석가모니의 말을 실행에 옮긴 게 성공의 비결이라 말했다.[사진=스노우폭스 제공]
“현재의 나의 모습은 과거 내가 한 생각의 결과물입니다. 사람의 생각이 어떤 물리적 힘을 지녔기 때문이죠. 단적으로 생각을 효율적으로 하는 사람이 세상을 이끌고, 지배도 합니다.”

김승호(53) 스노우폭스 회장은 석가모니가 했다는 “나는 내 생각의 소산이다”라는 말을 실행에 옮긴 것을 자신의 성공 비결로 꼽았다. “미래 나의 삶을 바꾸려면 지금 나의 생각을 바꾸면 됩니다. 현재의 나를 빚은 생각을 앞으로도 계속 하면서 미래의 내가 바뀌기를 바라는 건 불합리한 기대예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이야기도 같은 맥락이죠.”

스노우폭스는 세계 최대의 도시락 회사다. 김밥ㆍ스시를 파는 그랩&고(GRABㆍNㆍGO) 개념의 첫 레스토랑으로 미국ㆍ한국 등에 1200여개 지점을 뒀다. 편의점과 식당의 중간 모델인데 자기가 먹을 걸 골라 담아 계산한 후 들고 나가면 된다.

식당은 테이블 회전율을 극대화해야 성공한다. 그런데 그랩&고는 고객이 테이블을 점유하지 않아 회전율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김 회장은 “업주와 소비자는 물론 매장을 임대한 건물주까지 모두가 윈윈하는 공생형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스노우폭스 첫 매장을 열었을 때 그는 미국 지도를 사다 벽에 걸고 그 위에 앞으로 미 전역에 낼 300개의 지점을 표시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런 그를 이상하게 봤다. 그의 말을 귀담아들으려 하지도 않았다. 지점 수가 1200개를 넘기자 사람들이 그를 다시 봤다.

“제가 지점을 3000개 차리겠다고 했더니 이제 사람들이 믿어줍니다. 사람의 잠재력은 그 사람이 하는 생각의 크기에 비례합니다. 생각이 커지면 거기에 맞춰 행동이 달라집니다. 전국적 규모의 사업을 꿈꾸지 않는 사람이 전국적인 사업가가 되는 일은 거의 없어요. 꿈을 이룬 사람들은 무엇보다 그 꿈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원한 사람들이죠.” 그는 도원의 결의를 맺은 삼국지의 세 장수를 예로 들었다. 제왕을 꿈꾸고 왕으로서의 기품을 갖춘 유비와 달리 관우와 장비는 무예는 뛰어났지만 왕이 될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는 것이다.

“정치인 김영삼이 대통령이 된 것도 일찍이 까까머리 중2 시절 하숙집 책상머리에 '미래의 대통령 김영삼'이라고 써 붙일 만큼 대통령이 되겠다는 각오가 단단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인 중 가장 성공한 해외 외식 기업인인 그 역시 그랬다. 그는 목표와 꿈을 이루고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그것들을 종이에 매일 100번씩 100일간 손글씨로 썼다고 한다. 매장을 새로 차릴 땐 매장 안 모습을 그려 본다. 이미지화다.

“100번 쓰기는 단순한 행동이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려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하다가 중단하면 그렇게 절박하지 않은 거죠. 자신의 목표를 명확히 인지하면 주변 상황의 변화 등 변수가 생겼을 때 쉽게 알아챌 수 있습니다. 반대로 목표가 명확하지 않으면 기회가 있어도 잡을 수 없죠. 운도 작용합니다. 행운은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준비된 사람을 찾아가죠. 물론 이렇게 100번씩 쓴다고 꿈이 다 이루어지는 건 아니에요. 그러나 실현될 확률은 현저하게 높아집니다. 저는 이 방법으로 일곱번 꿈을 이뤘습니다.”

중앙대 영문과 1학년 때 만난 아내와의 결혼이 그중 하나다. 당시 그녀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그는 사귀기도 전 그녀와 결혼하기로 마음먹고 이같은 바람을 매일 100번씩 종이에 썼다. 두 사람 사이에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들에게는 편지를 썼다고 한다. 스노우폭스라는 상호는 그가 아내의 성(백白)을 변주한 것이다. 미국에서 스노우폭스로 성공하기 전 그는 일곱번 사업에 실패했다. 이불가게를 할 땐 남대문시장의 베갯잇, 커튼 등을 사다 팔았다.

▲ 김 회장은 명함 뒷면에 0.3㎜ 볼펜으로 갖고 싶은 것들을 적음으로써 목표를 떠올린다고 말했다.[사진=아이클릭아트]
가격차가 최대 20배였다. 미국사람들은 이들을 세트로 구매하는 것을 몰랐던 게 패착이었다. 한국에 세트 문화가 없던 시절이었다. 지역 신문사를 차렸을 땐 동업자들과 문제가 생겼다. 7명의 주주가 기사 마감 때마다 서로 부딪쳐 신문이 엉망이 됐다. 권한과 책임이 명확하지 않았던 탓이었다. 증권ㆍ선물회사는 전문성도 경험도 없이 뛰어든 결과 문을 닫았다. 한국식품점, 컴퓨터조립사업, 건강식품점 등을 연이어 차렸지만 벌이는 사업마다 망했다.

일곱번째 사업에 실패한 후 그는 귀가해 아내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서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그때 아내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나가서 웨이트리스 할 테니 다시 한번 도전해 봐요.” 그는 가족의 지지가 없었다면 거기서 쓰러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사업을 하는 동안 겪은 갖가지 실패는 지금 하는 비즈니스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교훈이 됐습니다. 예방주사를 맞은 격이죠.”

그는 여러 사업체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 회사의 경영을 그는 7명의 사장에게 위임하고 있다. 그는 증자 여부, 임원 인사, 신규 사업 진출 등 세가지만 결정한다. “저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제가 너무 많이 관여해야 하는 사업은 아예 벌이지 않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농장을 운영한다. 이 농장에 그가 직접 울타리를 치려 했을 때의 일이다. 그의 어설픈 솜씨를 보고 마을의 릭이라는 중노인이 나섰다. “내가 죽은 후에도 멀쩡하게 서있을 울타리를 만들어 주겠소.” 과연 솜씨가 달랐다. 그 튼튼한 울타리가 그만 그가 불도저로 건드리는 바람에 손상이 됐다. 손질을 하고 있는데 릭이 지나가다 보고 벌컥 화를 냈다.

“남의 농장에 와서 그가 어이없게도 ‘내 울타리를 왜 이렇게 만들어 놓았냐’는 거예요. 그런 관점에서 일하는 사람을 그때 처음 봤습니다. 일종의 장인정신이죠. 릭 덕에 내가 하는 일의 스탠더드를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높은 수준에서 일을 해야 일의 성과를 높일 수 있죠. 이런 성찰 역시 생각의 소산입니다.”

그는 언젠가부터 해마다 명함 뒷면에 0.3㎜ 볼펜으로 갖고 싶은 것들을 적는다고 했다. 사고 싶은 건물, 갖고 싶은 자동차 모델 같은 것이다. 그는 이 중 약 70%를 손에 넣었다고 털어놓았다. 지금은 다섯가지 목표만 적어 넣는다. “포브스 400대 부자 진입, 100명의 주변 사람 백만장자 만들기, 회사 매출액 목표 등이죠. 백만장자 만들어 주기는 저로서는 일종의 영악한 목표입니다. 이들을 백만장자로 만들려면 저부터 억만장자가 돼야 하거든요.”

그는 일주일에 한 권꼴로 책을 읽는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공부하듯이 독서를 한다. 책에 빠지게 된 계기가 있었다. 학창 시절 그는 아주 평범한 학생이었다. 소심했고 성적도 중하위권이었다. 어느날 버스에서 문고판 책을 한권 주웠다. 그의 책상 위에 놓인 이 책을 보고 담임 교사가 교무실로 그를 불렀다. 121권의 책 제목이 적힌 목록을 건넸다. 난생처음 교사의 관심을 받은 그는 2년에 걸쳐 그 책을 다 읽었다. “책을 읽으면 독자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이 생기죠. 지금도 용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책값입니다. 
이필재 더스쿠프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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