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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나를 바꿔놓은 한 문장 |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

역사적 필연성 있는 사업을 하라

2017. 02. 09 by 이필재 인터뷰 대기자

김동호(30) 한국신용데이터 대표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손정의 키즈라고도 할 수 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그가 앞서 창업한 모바일 리서치 회사 아이디인큐에 16억원을 투자했다. 그는 손정의의 저서에서 접한 ‘역사적 필연성이 있는 사업을 하라’가 자신의 경영 좌우명이라고 밝혔다.

▲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는 손정의 저서에서 접한 ‘역사적 필연성이 있는 사업을 하라’는 말을 경영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사진=한국신용데이터 제공]
“산업의 역사를 보면 어떤 필연적인 흐름이 있습니다. 이 흐름에 역행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하기는 굉장히 힘들어요. 어느 산업이나 혁신이 일어나기는 하죠. 하지만 비즈니스에 성공하려면 시대의 흐름을 타야 합니다.”

20대에 두번의 창업에 성공한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는 손정의의 소프트뱅크도 역사적 필연성을 사업 선택의 기준으로 삼았기에 중소 소프트웨어 유통회사에서 세계적인 IT 회사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아이디인큐와 한국신용데이터를 5년 간격으로 연이어 창업했다. 2011년 설립한 아이디인큐는 오픈서베이를 하는 모바일 리서치 회사다. 이 회사는 2013년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16억원을 투자 받았다. 그는 지난해 대주주로 있는 아이디인큐의 일상적인 경영에서 손을 뗐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중소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해 지난해 12월 출시했는데 지금 제2금융권에서 테스트 중이다.

역사적 필연성은 어떻게 알아챌 수 있을까. 그는 노력한다고 그런 안목이 생기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사람들은 흐름의 방향이 정해지기 전 시장에 뛰어듭니다. 저는 첫 회사인 아이디인큐를 2011년 초 창업했는데 당시 스마트폰이 700만대가량 보급됐었습니다. 시대의 방향이 51%는 결정됐을 때였죠. 어떤 의미에서는 현실적인 접근이었습니다. 반면 카카오톡 김범수 이사회 의장은 그로부터 1년 전 스마트폰이 130만대쯤 보급됐을 때 시장 상황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론칭했어요.”

새 시대를 연 기업가로 그는 김재철 동원그룹 창업주를 꼽았다. 부경대(옛 국립수산대) 출신인 김 회장은 1950년대 후반 한국의 원양 어선 1호가 출항한다는 신문 공고를 보고 지원을 했다. 20년 경력의 선원도 타 본 적 없는 배였다. 1년간 무급으로 일하겠다고 우겨 이 배에 오른 그는 약관 28세에 원양어선 선장이 된다. 이 무렵 우리나라는 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덕에 국내총생산(GDP)이 급성장했고 원양어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원양어업은 역사적 필연성이 태동하던 산업이었던 셈이다.

“김 회장은 말하자면 선구안이 있었다고 봅니다. 이런 선구안이 생기려면 자신이 뛰어들려는 산업의 역사를 공부해야 합니다. IT 산업의 경우 PC의 보급, PC 통신 및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 스마트폰의 보급이 산업의 전환점이었는데 스마트폰의 확산은 앞의 두 이정표를 보고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어요. 제가 지난해 한국신용데이터를 설립해 핀테크 사업에 뛰어든 것도 앞서 2015년 여름 핀테크 활성화 이야기가 나온 후입니다.”

스마트폰 보급은 이미 포화 상태다. 특히 네이버 등 대기업들이 진치고 있다. 여전히 모바일 시장에 기회가 있을까. 그는 피트니스 O2O 업체 인밸류넷을 예로 들었다. 이 회사는 통합 회원권이라는 아이디어 하나로 8년에 걸쳐 전국의 약 2300개 피트니스를 묶었다. 하나의 회원권으로 어디든 이용할 수 있다. 이 회사가 이 비즈니스에 뛰어든 것은 O2O 붐이 일기 전이었다.

그는 아직 빅 플레이어가 뛰어들지 않은 무주공산이 지금도 많을 거라고 말했다. “모바일 시장은 여전히 기회의 땅이라는 거죠.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체제의 후발 주자입니다. 서방에 벤치마크가 많다는 것이 우리의 이점이죠. 올해 불확실성이 크다는 건 관점을 바꾸면 역설적으로 올해 기회가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불확실성은 변동성의 이음동의어예요. 사업 기회가 많지 않던 분야에서 국지적으로 기회의 문이 수시로 열릴 겁니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장에 기회가 많듯이 변화가 빠른 시대엔 비즈니스 기회가 극대화됩니다. 올해 성장률이 2%라면 국지적으로 어떤 산업, 어떤 지역에서는 10%의 성장이 이뤄질 수도 있고 마이너스 성장을 목도할 수도 있습니다. 직장인도 나의 커리어를 지속가능한 흐름 속에 있는 산업에 베팅해야 합니다.”

▲ 김동호 대표는 변동성을 남보다 앞서서 받아들여야 기회를 얻는다고 강조했다.[사진=한국신용데이터 제공]
역사적 필연성이라는 화두가 창업가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O2O 붐과 동떨어진 분야에서는 역사적 필연성이 어떻게 적용될까? 그는 의료영상 진단 스타트업 루닛을 지목했다. 기술력이 뛰어난 이 회사는 국내파 카이스트 박사들이 창업했다. 미국의 유명 IT 미디어가 뽑은 글로벌 100대 AI 기업으로 진단의 정확도가 IBM과 구글보다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락 지대는 안전 지대 아니다

“베이비부머인 동네 병원 의사가 루닛의 이미지 인식 기술을 활용해 MRIㆍ엑스레이(X-ray) 사진을 보고 진단을 하면 시간이 단축돼 나머지 진료 시간을 환자와의 소통에 돌릴 수 있습니다. 친절하다는 평판이 생기면 의사로서 경쟁력이 생기죠. AI 시대 경쟁력은 기술 개발의 주체에게만 요구되는 게 아닙니다. 앞으로 10년 이상 유저로서 기계를 잘 다루는 능력이 개인의 경쟁력을 좌우할 거예요. 새 기술을 열린 자세로 탐색해 보고 새로운 기계를 다룰 줄 아는 스마트 유저가 돼야 합니다.”

그는 안전 지대와 안락 지대를 혼돈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배 부르고 등 따스운 곳은 안락 지대일 가능성이 큽니다. 대체로 변동성이 작고 사람들이 좋다고 말하는 곳이죠. 변동성을 지렛대로 변화를 만들어내고 그 변화 속에서 기회를 잡는 주체가 될 거냐, 그 변화의 영향을 받는 객체가 될 거냐는 결국 선택의 문제입니다.”

안락 지대를 설명하기 위해 그는 다이어트를 예로 들었다. 몸을 불편하게 만들고 움직이기 싫지만 몸을 움직여야 다이어트에 성공한다. 안락한 환경을 벗어나 손발이 고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사에서는 필름 산업의 최강자였던 코닥의 몰락을 예로 들 수 있다.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는 코닥의 연구원이 개발했다. 코닥은 특허도 보유하고 있었다. 제품화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디카가 보급되면 고수익을 내는 필름사업부가 붕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기시장을 스스로 잠식하는 카니벌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에 대한 우려였다. 제살 깎기를 회피한 결과 코닥 제국의 영광은 빛을 잃고 말았다. 국내 통신사들이 무료 메신저에 대한 발상을 했지만 서비스를 미뤄 카카오톡에 시장을 빼앗긴 것도 이런 ‘혁신가의 딜레마’로 설명할 수 있다. 뒤늦게 통신 3사가 힘을 합쳤지만 그 막대한 인력과 자금을 투입하고도 결국 시장을 탈환하지 못했다. 

“변동성을 남보다 앞서서 받아들여야 기회를 얻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놓친 기회를 운 좋은 후발 주자들이 줍는 겁니다.”

그는 AI의 영향으로 20년 안에 사무직의 절반 이상이 어떤 형태로든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기계가 사람보다 더 뛰어난 단순반복과 모방 업무는 그 영향이 더 클 겁니다. 예를 들어 빈 칸에 숫자를 채우는 회계경리는 기계가 더 잘하겠지만 예술, 심리 상담은 기계가 잘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거예요.” 결국 한때 영어 능력이 그랬듯이 AI에 대한 친화력이 일과 삶을 결정하는 제2의 디지털 디바이드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AI 디바이드 시대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필재 더스쿠프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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