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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의 ‘CEO, 나를 바꿔놓은 한 문장’ | 최명화 최명화&파트너스 대표

인생이라는 여행길은 여정 자체가 보상

2017. 05. 11 by 이필재 인터뷰 대기자

최명화(52) 최명화&파트너스 대표는 스티브 잡스가 한 말을 자신의 ‘인생 문장’으로 꼽았다. “여정 그 자체가 보상”일 때 얻는 만족감ㆍ자존감이야말로 진짜 보상이라고 말했다. “보상의 총화도 커집니다. 내일도 보장된 새로운 보상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고, 오늘의 여정 자체에 집중하게 돼 궁극적으로 결과도 좋아지기 때문이죠.”

“‘인생이라는 여행길은 여정 그 자체가 보상입니다(The journey is the reward)’. 여행한 결과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사실이 보상이 아니라 여행이란 목적지로 향하는 과정 그 자체이기 때문이죠.”

최명화 최명화&파트너스 대표는 스티브 잡스가 오래전 한 이 말을 자신의 ‘인생 문장’으로 꼽았다. “잡스가 세상을 떠난 2011년 가을 그의 책을 다시 읽는데 이 문장이 제 마음으로 들어왔습니다. 현대자동차에 첫 여성 임원으로 몸담은 후 팍팍한 새 조직문화에 적응하느라 힘들 때였죠. 그 시절 하루하루의 성과 즉 결과에 이끌려 연연하는 삶을 살았다면 퍽 고통스러웠을 거예요. 연봉, 승진, 내가 주도해 만든 광고의 시청률 같은 성과를 잣대로 삼았다면 특별한 의미를 찾기 어려운 날들이 꽤 많았기 때문이죠.”  

그는 여정 자체를 스스로 보상으로 인정할 때 얻는 만족감ㆍ자존감이야말로 진짜 보상이라고 말했다. “그럴 때 보상의 총화도 커집니다. 내일도 보장된 새로운 보상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고, 오늘의 여정 자체에 집중하게 돼 궁극적으로 결과도 좋아지기 때문이죠.”

조직 생활도 비즈니스도 부침이 반복되고 긴 승부를 걸어야 하는 일종의 게임이다. 하루하루의 성과에 일희일비했다가는 지치고, 장벽에 부닥쳤을 때 나가떨어질 수도 있다. 그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 자체를 보상으로 받아들이면 봉급을 매일 받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자세로 일할 때 일의 완결성도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사실 내일 일은 누구도 모르는 거예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절대적 명제죠. 일정한 투입이 결과를 보장하지도 않고, 투입한 결과가 그 크기를 떠나 내 기대와 다를 때도 많습니다. 환율 변동 같은 외부 환경의 변화는 더욱이 정확히 예측할 수도, 컨트롤할 수도 없어요. 우리가 오늘의 일과를 보상이라고 받아들여야 할 이유죠.”

그는 큰 조직을 떠나 창업을 하고 나서 이 말이 더 와 닿았다고 말했다. 창업 초기는 보통 성과가 제대로 나지 않는 시간이다. 그는 이런 자세로 일에 임하면 결과보다 관계에 집중하게 되고 현장에서 벌어지는 매일의 일상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말했다. 

“더 많은 여성 기업 리더를 만들어 보겠다는 우리 회사의 목표는 사실 막막하고 정부 차원의 도움도 없습니다. 등락이 심하고, 어떻게 보면 일곱명의 파트너들이 공유하는 공동의 비전일 뿐이죠.”

지난해 초까지 그는 현대자동차 마케팅전략실장으로 있었다. 매킨지 마케팅 컨설턴트를 거쳐 두산그룹 브랜드총괄전무, LG전자 상무를 지냈다. LG전자 시절엔 최연소 여성 상무였다. 마케팅계 파워우먼인 그는 현대차 퇴사 후 일곱명의 파트너들과 교육ㆍ컨설팅 회사를 창업했다. 마케팅 임원 양성 과정인 CMO 캠퍼스를 운영 중이다. 그는 새 일을 시작할 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할 때도 이런 마인드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에게 ‘여정이 곧 보상’이라는 주술을 걸어보라고 했다.

그는 다행히 젊은 사람들이 기성세대보다 이런 면에서 더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기성세대가 성과의 유무로 판단한다는 점에서 이분법적이라면 젊은 세대는 다양한 가치를 추구합니다. 일례로 어떤 젊은이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페이스북 스타에, 스노보드 동호회에 가면 열혈 회원이죠. 다양한 보상에 익숙하다고 할까요? 이런 자세는 제가 젊은이들에게서 도리어 배웁니다.”

일확천금도 없고 ‘신분상승’도 기대하기 힘든 시대라 인생 여정은 성과를 내기 위한 투입이 아니라 그 자체가 보상이라는 마인드가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는 현대차 시절을 돌아보더라도 고액 연봉, 승진, 팀의 확대보다 첫 출근과 첫 회식, 마케팅을 통해 시장에서 얻은 좋은 반응, 만족스러웠던 첫 회의, 마음을 나눈 워크숍, 회사를 떠나려는 직원을 설득해 남게 한 일 같은 것이 더 큰 보상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보상의 특징은 나보다 남에게 시선이 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이런 보상은 고액 연봉의 증권사 딜러나 저임금의 마트 계약직이나 공평하다. 성과로 받는 보상이 작은 사람은 이렇게 매일 보상받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에 우울해질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반면 관점을 이렇게 바꾸면 미국 나사에서 청소 일을 하는 사람도 우주비행사를 우주에 보내는 것으로 자신이 하는 일의 목적을 재해석할 수 있다. 

성공이라는 목표에 집착하면 인생이 고달프고 성공을 향해 질주하다 도중에 나가떨어지기도 쉽다. 그는 과정을 보상으로 받아들이면 미래로의 여정을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시행착오에 대해서조차 레슨과 학습이라는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는 매일 결산을 합니다. 그런데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다 보상이 따라요. 예를 들어 협력업체가 우리가 요구한 대로 일을 하지 않았다면 커뮤니케이션을 잘못하면 비용을 치른다는 교훈을 얻는 식이죠.”

그는 최근에 만났다는 한 벤처기업가 이야기를 들려 줬다. 서울의 이름난 새 명소들을 디자인한 사람인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제전자센터의 작은 방에서 숱한 고생을 했다고 한다. 그 결과 지금은 신세계ㆍ롯데 등의 유통 대기업이 앞 다퉈 그와 작업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분의 헝그리 정신, 야망을 향해 달리는 열정, 일의 전 과정에서 완벽함을 추구하는 자세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고 그런 정신을 저의 일에 한번 적용해 보고 싶어요. 오늘 점심을 같이한 한 출판사 여사장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고 헤어졌는데 이분이 몇 시간 만에 다시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자기는 한 5년 빡세게 일해 번 후 은퇴하려고 했는데 오늘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더군요. 성과를 떠나 새로운 것에 눈뜨고 새로운 생각으로 무장하고 싶어요.” 

여정이 보상이라는 생각이 자칫 루저의 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성과가 잘 나지 않는 것에, 성과가 나지 않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 겹쳐 저성과자가 이렇게 자기 정당화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여정이 보상이라야 더 치열하게 일하고 결과가 더 ‘위대’해집니다. 물론 대기업 시절의 엄청난 연봉이 목적이라면야 지금 이 일을 못하겠죠. 이 일에 동기부여 자체가 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이 일이 재미있고 신납니다. 이 일의 재미와 이 일을 통해 나누는 재미가 연봉이 고점이던 시절의 총보상보다 커요. 무엇보다 이 일은 제가 죽을 때까지 할 수 있습니다.”

그의 마음에 자리잡은 한 문장은 세컨드 라이프를 앞둔 사람들에게 더 유용해 보인다. 은퇴 후 삶에 주어지는 보상의 객관적인 크기는 아무래도 전성기보다 작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과정이 보상이면 100세 시대를 맞아 인생이라는 여정이 길어질수록 총체적 보상도 커지게 마련이다.

“무엇보다 이게 삶의 진실입니다. 인생의 최종적인 결과는 죽음입니다. 죽음을 향해 가는 여정 그 자체가 보상이 아니라면 인생 참 허망하죠. 오늘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희생 제물이 아니라 나를 위해 마련된 최고의 선물입니다. 오늘의 완결성을 추구해야 연말 인사고과가 좋고, 인생 결산에서도 흑자가 납니다. 우직하게 오늘이라는 보상을 추구하는 게 조직생활에서 성공하는 비결이라는 거죠. 그렇게 본다면 영악한 전략이기도 해요.”  
이필재 더스쿠프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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