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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그룹 진입시킨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자수성가 ‘끝판왕’ 규제 탓에 골머리

2017. 05. 17 by 성태원 대기자

▲ 김홍국 회장이 지난해 4월 열린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좌담회에사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하림그룹이 최근 재계 순위 30위에 오르면서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김홍국(60) 회장이 조그만 닭고기 회사를 수십년 만에 ‘한국의 30대 그룹’ 반열에 올려놓은 것. 30대 그룹에 오르면 대개의 기업인들은 반색하기 마련인데 김 회장은 그런 느낌을 별로 주지 않고 있다. 기업을 더 키우고 싶은데 이런저런 규제로 성장이 제자리걸음을 할까 봐 걱정되기 때문일까.

김홍국 회장이 최근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지난 1일 하림그룹이 정부(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대규모 기업집단(이하 대기업집단)’으로 다시 지정됐기 때문이다. 그는 31년 전 세운 닭고기 회사 하림을 중소기업, 중견기업을 거쳐 마침내 자산규모 10조5000억원, 재계순위 30위라는 대기업집단 반열에까지 올려놓은 주인공이다. 

세간에서는 그를 자수성가의 ‘끝판왕’으로 부른다. 그런 만큼 이번에 ‘한국의 30대 그룹’ 타이틀을 딴 데 대해 그가 무척 반겨야 할 텐데 그렇지 않아 보인다는 얘기가 재계에 돌고 있다. 오히려 대기업집단에 가해지는 새로운 규제 때문에 애써 키운 자신의 사업이 성장을 멈출까봐 걱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김 회장의 그런 걱정을 반영이나 하듯 하림은 지난해 4월 대기업집단에 편입됐다가 반년 만인 9월에 다시 제외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자산 규모 9조9100억원인 하림이 900억원이란 간발의 차이로 대기업집단 지정에서 제외된 것. 재계 순위는 38위, 계열사 수는 58개였다.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이 8년 만에 자산 총액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생긴 일이었다.

당시 하림 관계자는 “기준 변경으로 좋아질 것도, 나빠질 것도 없다. 지정 여부와 무관하게 대기업집단에 준하는 시스템을 갖춰나갈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새로운 규제에 직면해 이런저런 준비를 해야 했던 하림에는 한숨 돌릴 수 있는 기회가 된 것도 사실이었다. 이후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부지를 4525억원에 인수하는 등 사세를 키우면서 제외 7개월 만인 이번에 다시 대기업집단에 포함됐다.

지정 그룹 수는 2016년 4월 1일 65개에 달했으나 자산 기준이 10조원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9월 30일 28개 그룹으로 반 이상 줄어들었다. 올해 5월 1일 하림, KT&G, 한국투자금융, KCC 등 4개 그룹이 추가되고 1개 그룹이 탈락(현대그룹)하면서 지정 그룹은 31개로 늘어났다. 농업 기업으로선 국내 최초로 하림이 자산 총액 10조원이 넘는 대기업집단에 발을 디뎠다는 기록도 남겼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과 이로 인한 시장경쟁 저해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대기업집단 제도를 도입ㆍ운용하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상호출자제한제도 등으로도 불리는 이 제도는 대기업집단 지정 기업들의 계열사 간 상호출자, 신규순환출자, 채무보증 등을 금지한다. 그룹 소속 금융ㆍ보험사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고 총수 사액편취도 규제를 받는다. 또 기업집단 현황공시ㆍ대규모 내부거래 이사회 의결 등 공시 의무도 주어진다.

재계는 하림그룹이 30대 그룹으로 성장하기까지 김 회장의 왕성한 기업 인수ㆍ합병(M&A)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2001년 천하제일사료와 한국농수산방송(현 NS홈쇼핑), 2007년 선진(돈육 가공), 2008년 팜스코(축산물 사육), 2011년 미국 닭고기 업체 알렌패밀리푸드 등을 잇달아 인수했다. 2015년에는 자산 4조원이 넘는 대형 매물 팬오션을 인수해 몸집을 한꺼번에 키웠다. 해운업체 팬오션의 인수 성공을 계기로 김 회장은 ‘한국의 30대 그룹’ 타이틀을 따게 됐다. 이로써 내로라하는 기업인들이 포진한 한국 재계에 ‘기업가 김홍국’의 얼굴도 확실히 각인시켰다.

도전으로 재계 30위 일궈

자수성가에 얽힌 그의 일화는 숱하게 많다. 초등생 시절 외할머니가 선물했던 병아리 10마리를 수백마리로 키워내며 축산사업가의 꿈을 꾸던 일, 18세(고3)가 되자 아예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섰던 일 등등. 그는 조그만 닭고기 회사 하림에서 출발해 곡물 유통부터 사료, 축산, 육가공식품까지 수직 계열화를 이뤄냈다. 사업 착수 약 40년 만에 연 매출 8조원대, 자산 10조원대의 30대 그룹을 일궈낸 것이다.

대형 종합식품회사를 꿈꾸고 있는 그는 ‘안전지대를 떠나라. 궁리하며 가라’는 경영철학으로 회사를 키워냈다. 특히 도전정신에 바탕을 둔 그의 기업가 정신은 요즘같이 경제가 주눅 든 시대에 자주 인용된다. 2014년 11월 그는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1세가 섰던 이각 모자를 약 26억원에 낙찰 받아 세계적인 뉴스메이커가 됐다. 일본 박물관과의 경합으로 낙찰가가 4배 가까이 올랐지만 평소 나폴레옹의 ‘불가능은 없다’는 도전정신과 긍정적 사고를 높이 샀던 그는 결국 구매를 성사시켰다.

그는 “나폴레옹의 모자가 아니라 나폴레옹의 정신을 산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아예 김 회장은 지난 3월 16일 성남시 판교벤처밸리 NS홈쇼핑 별관에 100㎡(약 30평) 규모의 ‘나폴레옹 갤러리’를 오픈했다. 보관 중이던 나폴레옹 이각모와 관련 품목 8점을 무료로 볼 수 있도록 상설 전시한 것. 이날 그는 자신의 처지에 낙담하기 쉬운 젊은이들에게 꿈을 향해 열정적으로 도전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올 1월 신년사에서 김 회장은 “하림그룹은 육류ㆍ단백질 식품에서 종합식품사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시켰고, 농장에서 식탁으로 이어지는 식품 사슬 관리를 곡물 유통 단계로까지 심화시켰다”면서 “올해 식품 비즈니스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유통ㆍ물류ㆍ외식ㆍ식품을 아우르는 초대형 종합식품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최근 급식사업이나 가정간편식 업체 인수전에도 뛰어들고 있다.

그는 중견기업 시절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정부의 기업 규제정책 개선을 공개적으로 촉구해왔다. 나폴레옹 갤러리 개관식에서도 “상호출자제한기업(대기업)에 들어가면 기업을 운영하는 데 규제가 많다.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에 따라 180여개의 규제 또는 지원이 생기거나 없어진다”며 “(선진국 수준으로) 규제를 완화해 경제인들의 창의적 경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규제로 성장 멈출까 ‘걱정’

특히 “중소기업에 각종 혜택을 주면서 대기업에는 역차별적인 규제를 적용한다”면서 “그같은 경영환경은 기업을 키우기보다 규제를 피하기 위해 제자리걸음을 하게 만든다”는 말도 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 중 우리나라의 대기업 규제가 제일 많다면서 그러면 기업가 정신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기업 성장에 대한 꿈이 여전해 보이는 그에게 대기업집단 지정으로 인해 받게 되는 각종 규제가 새로운 고민거리로 등장한 셈. 중소ㆍ중견기업 시절엔 회사 성장의 발판이 됐던 수직계열화가 앞으론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으로 귀결될지 모른다는 걱정거리를 안게 됐다.

재계 일부에서는 하림이 이제 중소ㆍ중견기업이 아닌 30대 그룹에 올라선 만큼 자신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책임도 잘 감당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성장 가도에 차질이 좀 있더라도 이전보다 높은 수준의 책임과 의무를 다할 때가 됐다는 얘기다. 한국 재계에 걸출한 자수성가형 기업인이 갈수록 줄고 있는 시기라서 그런지 김 회장이 ‘대기업집단 하림’을 어떻게 이끌고 갈지 더욱 주목된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l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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