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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의 ‘CEO, 나를 바꿔놓은 한 문장’ | 서정훈 제너럴바이오㈜ 대표

잘 살려면 누구나 소명감이 필요하다

2017. 06. 09 by 이필재 인터뷰 대기자

서정훈(43) 제너럴바이오㈜ 대표는 대기업 엔지니어 출신 사회적기업가다. 그는 소명감을 느낄 때 비로소 우리 삶의 모든 것들이 의미를 얻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가 소명이라는 말에 꽂힌 것은 스펜서 존스 박사가 쓴 「선물(Present)」을 접한 후다. 우리가 현재라는 선물을 선용하려면 소명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누구나 살아가는 데 소명감이 필요합니다. 어떤 종류의 것이든 소명감을 느낄 때 비로소 우리 삶의 모든 것들이 의미를 얻게 되죠.”

서정훈 제너럴바이오 대표는 이 이야기를 스펜서 존스 박사가 쓴 「선물(Present)」에서 접했다고 말했다.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은 ‘현재는 선물’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과거로부터 배워 미래를 설계해 현재를 살아가면서 지금의 삶에 충실하려면 저는 소명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사회적기업가는 태생적으로 외로울 수밖에 없다. 사회적기업을 경영하는 오너는 그래서 소명의식, 사명감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사회적기업도 세련되게 영리를 추구하고, 이익을 창출할 만큼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더욱이 장애인ㆍ취약계층 직원과 일반 직원들을 잘 아울러 사업에 동참하게 만들려면 오너가 굳건한 의지는 물론 나름의 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치열하게 살다 보면 문득 힘들고 외로울 때가 있어요. 이때 이 문장이 저를 다독이고 다시 단단하게 만듭니다.”

그는 이 책을 10여년 전 처음 읽었다. 이 문장에 꽂힌 건 그러나 5년여 전이다. 그 무렵 회사 매출이 크게 늘어났고 사업이 본 궤도에 진입한 듯했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그를 응원했다. 그러다 회사가 정체를 겪었다. 무엇이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언제부터 문제가 생긴 걸까? 이 길이 아닌가?

돌이켜보니 직원 등 회사 일로 만난 사람들과 회사 방침을 둘러싸고 견해차가 있었다. 이해관계의 충돌도 있었다. 다른 사회적기업가, 정부 쪽 사람들과도 이런저런 일로 부딪쳤다. 실적이야 더 열심히 뛰면 끌어올릴 수 있었지만 관계의 문제는 그런 방식으로 풀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장애인과 취약계층을 고용하니 처음엔 다들 좋게 봐 줬습니다. 시간이 꽤 흐른 어느 날 문득 내가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머리도 식힐 겸 양수리를 찾았다. 산길을 돌아 돌아 어느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혼자 앉아 있는 그에게 혼자서 일하는 카페 사장이 다가와 「선물Present」을 건넸다. ‘소명’에 대해 언급한 구절이 그의 마음에 와 닿았다.

“다음 날부터 다시 죽자고 뛰었죠. 본래 제가 사색형이 아니라 행동형 인간입니다. 사회적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요구하는 시장경제 체제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습니다.”

제너럴바이오는 전북 완주군에 있다. 사회적기업으로 친환경 주방ㆍ세탁 세제 등 생활용품, 바이오 식품, 기능성 화장품 등을 만든다. 구성원 중 장애인이 30%, 취약계층의 전체의 65%이다.

이 회사는 주름살 개선용 화장품 리프팅겔을 독일의 유명 화장품 업체 클랩 코스메틱사에 납품한다. 2년여 전엔 높은 점수로 글로벌 사회적기업 인증인 ‘비코프(BCorpㆍBenefit Corporation)’를 받았다. 당시 전 세계 1400여개의 비코프 인증 업체 중 7위에 랭크됐다.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 중 비코프 인증을 받은 회사는 지금도 소수다.

유통 쪽으로도 진출했다. 그가 만든 공정 다단계 유통회사 지쿱은 국내 16곳에 캠퍼스라는 이름의 교육장을 마련했다. 웬만한 대도시엔 이 캠퍼스가 있다. 지난 3월엔 미국에 진출했다. LA, 뉴욕, 뉴저지 세곳에 캠퍼스를 세웠다. 내년 3월엔 필리핀, 6월엔 베트남에 진출한다.

그가 찾은 미국 한인사회는 의기소침해 보였다. 젊은 사람들은 현지인들이 둘러친 ‘유리천장’에 부닥친 듯했다. 고등학교까지는 별 차별 없이 다녔지만 대학에 진학한 후 따돌림을 당했다고 말했다. 탁월한 일부를 제외하고는 졸업 후 괜찮은 직장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지쿱을 통해 열심히 벌어 현지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기부를 해보자고 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차츰 한인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겠죠.”

현지 진출을 위해 찾은 필리핀엔 기부 문화 자체가 없는 듯했다. 남부 지역에 태풍이 몰아쳐 큰 피해를 입었지만 현지 대기업들이 피해 복구를 위해 한푼도 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가 만나 본 현지 젊은이들은 남 탓만 했다.

“부모와 학교를 탓했고 정부와 지자체에 대한 원망을 쏟아냈습니다. 그 친구들에게 언제까지 남 탓만 할 거냐고 했어요. 그럴 시간에 일을 하든지 미래를 위한 공부를 해 보라고 했습니다.”

지쿱 사람들은 자존감이 높다고 한다. 30%는 과거 네트워크 마케팅에 종사했던 사람들이다. 지쿱에 근무하면서 이들이 표정이 밝아지고 삶의 질도 높아졌다고 그는 말했다. “과거 일부 다단계 유통이 사회 문제가 됐다면 지쿱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냅니다. 저를 포함해 우리는 서로를 지쿠퍼라고 부릅니다. 더 이상 네트워커도 다단계꾼도 아니죠.”

▲ 서 대표는 “소명은 크고 위대한 것에만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주변의 작은 것에서 차분히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사진=제너럴바이오 제공]
그가 입은 지쿠퍼 티셔츠엔 ‘소셜 이노베이터’라고 인쇄돼 있었다. 그는 혁신가라기보다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LG전자 엔지니어 출신이다. 지금도 일주일에 100시간 이상 일 하지만 그 시절 지독한 일중독자였다. 그렇게 사느라 아이가 천식으로 고생하는 걸 까맣게 몰랐다. 아이의 건강을 챙기려 완주로 내려왔다. 밤하늘에 가득한 별을 본 순간 연고지도 아닌 이곳에 정착하기로 마음먹었다. 힘들긴 했지만 일이 잘 풀렸다. 취약계층을 고용했다. 그러다 아예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했다. 

그는 소명이라는 말 자체가 사회적기업가와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이윤을 사회와 나누지 못하는 건 자본주의 자체의 속성 같습니다. 사회적기업가는 일반 기업인보다 평소 소명에 대해 10배는 더 많이 생각할 거예요.”

그는 자신의 경영 철학과 방침을 잘 수긍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경영이 나의 소명이라고 말한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채용 등 인사, 조직 및 이익 관리, 사내문화와 기부에 이르기까지 회사의 모든 결정에 이런 생각이 영향을 미칩니다. 저는 우리 회사 구성원은 물론 새 정부와 정치권, 탄핵을 끌어낸 시민들에게도 소명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소명은 크고 위대한 것에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작은 것에서 차분히 시작할 수 있어요.”

제너럴바이오는 이르면 오는 11월 코스닥에 상장한다. 사회적기업으로서는 첫 진입이다. “늦어도 내년 4월까지는 마칠 수 있을 거예요. 사회적기업은 이익 배당에 제한이 있고 청산 때 자산이 정부에 귀속되는데 이런 규정이 상법상 주주 이익을 침해한다는 해석이 있어요. 하지만 사회적기업도 이익 배당을 3분의 1이나 할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이익을 3분의 1이나 배당하는 일반 기업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 회사가 코스닥에 진입하면 소셜 섹터에 더 많은 자본이 들어오는 계기가 될 겁니다.”

서 대표는 증권사 측이 10위권 안 대형 로펌의 법률 검토를 받으라고 요구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지쿱을 장차 글로벌 시장의 유통 강자로 키우는 꿈을 꾼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공정 다단계 유통 기업으로 큰 무대에서 겨뤄 보고 싶습니다. 일본과 중국, 중동을 제외하면 아시아권에서는 1등 할 자신 있습니다.”
이필재 더스쿠프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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