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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세컨드 라이프 ➐ 유승렬 벤처솔루션스 대표

대기업 사장 자리 던지고 나와 즐거운 인생

2017. 09. 28 by 이필재 인터뷰 대기자

유승렬(67) 벤처솔루션스 대표는 15년 전 봉급쟁이로서 정점에 있을 때 스스로 물러났다. 가용 시간의 10%만 일에 투입한다는 그는 수입은 줄었지만 인생을 즐겼다고 말했다. 세라비~

▲ 유승렬 벤처솔루션스 대표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면 내가 누구에게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사진=유승렬 대표 제공]

“10년 연하의 사람들을 극진하게 대하되 그들에게 자기 경험을 전수하려 들어선 안 됩니다.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면 배울 게 많고 덩달아 젊어지죠. 이들에게 구닥다리 경험 말고 지식과 지혜를 전수하고, 동기 부여를 해야 돼요. 바로 코칭이죠. 그러자면 책을 많이 읽어 꾸준히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 합니다.”

유승렬 벤처솔루션스 대표는 “그 지식조차 받아들일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만 전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 “만화에 나오는 도사는 문하생에게 3년 동안 설거지만 시킵니다. 그 기간 과연 학습에의 의지가 있나 시험해 보는 거죠.”

그는 2002년 SK주식회사(SK이노베이션의 전신) 사장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 벤처솔루션스를 창업했다. 주로 벤처ㆍ중소 기업 CEOㆍ임원들을 대상으로 코칭과 컨설팅을 했다. 지금은 벤처기업 두곳에서 경영 자문을 한다. 그는 “요즘은 가용 시간의 10%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취미생활과 노는 데 쓴다”고 말했다. “코칭ㆍ컨설팅 외에 시뮬레이션 모델을 개발하는 벤처를 설립해 운영하다 매각했습니다. 65세 이후로는 고문ㆍ사외이사ㆍ감사 자리도 연임이 안 되더라고요.”

그는 “내가 운빨이 좋은 사람인데 사업 운은 없는 거 같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서너배는 운이 좋은 행운아예요. 교육열이 높은 부모를 만난 것도, 평생 동안 전쟁을 겪지 않은 것도 운이죠. 유공(SK의 전신) 같은, 오너가 쪼지도 쥐어짜지도 않는 회사에 들어가 사장까지 한 것도 운이고요.”

SK를 떠난 후로도 대기업 CEO보다 수입은 적었지만 인생을 즐겼다고 그는 말했다. 올드 팝과 흘러간 우리 가요의 음원 파일을 모으고 악보를 챙겨 정리하는가 하면 친구 부부 대여섯 커플에게 라인댄스 강습을 하기도 했다. 음원 파일은 4000여곡에 이른다.

4년 전엔 「베타커뮤니케이션」이란 책을 냈다. ‘성공하는 기업을 만드는 핵심 인재의 소통법’이라고 부제를 달았다. 기업 내 주요 갈등이 커뮤니케이션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깨닫고 회사 내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제안했다. “말주변이 없어도 커뮤니케이션은 잘할 수 있습니다. 회사 일은 ‘독고다이’로 하는 게 아니라 그룹 활동입니다. 일을 잘 분담하고 성과를 잘 취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죠.”

이때 포지션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와 상대방 그리고 일 자체의 포지션을 정확히 알아야 커뮤니케이션 에러를 막을 수 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면 내가 누구에게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즉 무엇(what)을 커뮤니케이션하느냐가 어떻게(how) 커뮤니케이션을 하느냐보다 중요하죠.”

▲ 유 대표는 “배우자를 존중해야 은퇴 후 배우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사진=유승렬 대표 제공]

그는 또 사고와 언어 그리고 행동이 동조화돼야 업무의 효율과 완성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동조화가 일어나도록 하려면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군부대가 이동을 할 때 지휘관이 자신의 지시를 부하들로 하여금 복창하도록 하는 게 좋은 예다. “앞으로 50m 전진” 하고 외치고 이를 똑같이 복창하게 하는 식이다. 언어의 동조화다.

“협력과 대화를 잘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입니다. 과거엔 ‘공부해서 남 주나’ 했는데 ‘남 주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합니다. 남들에게 주면 그들 중 일부가 받은 만큼 돌려줘요. 설사 스펙이 안 좋아도 일만은 일류 대학 출신보다 더 잘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은퇴 후 배우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배우자를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존중해야 할 나보다 나은 나의 반쪽(better half)인 거죠. 그러면 서로 부딪칠 일이 없습니다.”

그가 SK를 자기 발로 걸어나왔을 때 그의 부인은 큰 충격을 받았다. 대기업 사장 사모님으로서의 우아한 삶을 포기하기 힘들어 했다. “당신이 나의 행복을 빼앗아갔다”고 원망도 했다. 그는 배우자와의 이런 갈등을 밤마다 함께 걸으면서 풀었다. 함께 여행을 다니고 각종 댄스도 함께 배웠다. 요즘은 혼자 다니는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여행은 물론 외식도 골프 라운딩도 함께 한다.

“퇴근 후 전문서적 읽어라”

그가 SK를 떠난 후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분식회계 사건으로 재판을 받았고 결국 횡령죄로 옥고를 치렀다. 그 전에 회사를 그만뒀기에 그로서는 화를 면했다고 할 수 있지만 자기만 살길을 찾은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시선도 받았다. “남아 있었으면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았을 거예요. 비즈니스에 대한 결정은 회장이 내리지만 경영 외적인 문제는 내가 나서 차단할 수 있었을 거 같고, 그래서 일면 사임을 후회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최 회장과 단둘이 다보스포럼에 갔다가 귀국편 비행기에서 사직한다고 털어놓았었습니다.”

그는 최 회장에 대해 “경영 전략과 사업 수완이 빼어나고 깜짝 놀랄 만큼 뛰어난 아이디어를 내놓곤 했다”고 회고했다. “그럴 때면 ‘나도 공부깨나 했는데 나는 왜 저런 발상을 못했을까’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였어요.”

일중독자이던 임원 시절 한 계열사 간부가 그에게 일과 가정을 양립시키는 방법을 물었다고 한다. 그의 답변은 배우자에게 이렇게 물어보라는 것이었다. ‘회사 생활 대충 하다 명퇴 당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열심히 일해 사장까지 하는 게 나을까?’ 그는 중소기업 신입사원 연수 때 스피치를 부탁 받으면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열심히, 일 잘하면 회사를 100배 이상 성장시켜 여러분 모두 사장이 될 수 있습니다. 일 잘하는 법은 책에 나와 있습니다.”

42세에 종합기획 담당 이사가 됐을 때부터 그가 회사 구성원들에게 했던 이야기다. “1960~1970년대엔 야근 많이 하는 사람이 출세했습니다. 지금은 야근할 시간에 책 보고 공부하는 사람이 출세하는 시대입니다. 정시에 퇴근해 TV 보지 말고 전문서적을 읽으세요.” 그는 자신이 사장을 지냈기에 노후 걱정 없이 세컨드 라이프를 즐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신입 사원 시절 포부가 작아 내가 사장밖에 못 됐는지도 몰라요.”
이필재 더스쿠프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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