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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나를 바꿔놓은 한 문장 |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회장

사람을 알아야 경영이 보인다

2017. 11. 24 by 이필재 인터뷰 대기자

전성철(68) 세계경영연구원 회장은 “사람을 알아야 경영을 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람이야말로 기업이 보유한 가장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사람엔 경영자 자신도 포함된다. CEO 스쿨을 경영하는 전 회장은 그래서 경영자들에게 소크라테스가 갈파한 대로 “너 자신을 알라”고 주문한다.

▲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회장은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그 사람의 가치관, 콤플렉스, 소질을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경영이란 인간에 대한 이해이다. 인간을 제대로 이해해야 기업 경영을 잘할 수 있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회사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사람은 기업이 보유한 자산 중 가장 크고 중요한 것이죠.”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IGM) 회장은 “공장을 돌리려면 기계를 알아야 하듯이 경영을 잘하려면 사람이라는 자산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고 깊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엔 경영자 자신도 포함이 됩니다. 남을 알기 전 자기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의외로 자기를 잘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아요. 그런데 사람은 누구나 자기를 샘플로 남을 이해합니다. 그래서 자기를 잘 알아야 합니다.”

그는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그 사람의 가치관, 콤플렉스, 소질을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을 시킬 땐 우선 그 사람의 가치관을 파악해 그 가치관에 따라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도록 자극을 주어야 한다. 가치관에 비추어 일의 의미를 설명하면 생산성이 올라가게 마련이다. “사람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목숨을 던지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가치관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그는 심야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상가로 향하는 사람을 예로 들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다음날이 발인인 친한 친구의 부친상이 떠올랐습니다. 그 시간에 장례식장으로 차를 돌리는 결정을 내리는 건 그 사람의 가치관과 떼어 놓고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는 성장기에 자신의 어머니가 들려 주신 ‘만상이 불여심상萬相不如心相(관상, 수상, 족상 등 만 가지 관상이 좋다 해도 심상에 미치지 못한다)’도 결국 가치관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 곧 가치관이 의사 결정을 좌우하기 때문이죠.”

콤플렉스는 열등감과 죄의식이다. 그는 자신이 감정적이고 사려 깊지 못하다는 콤플렉스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누군가를 질책하고 나면 자책을 하게 된다고 했다. “누군가 이런 저의 콤플렉스에 대해 이야기하면 예민해집니다. 자신의 콤플렉스를 알고 나면 자기 행동에 대한 해석이 잘 돼 정리도 쉽게 할 수 있죠.”

그는 콤플렉스는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콤플렉스가 생긴 무의식 속 에피소드와 직면해 그 얽힌 실타래를 풀어 주면 거기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리더십도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리더십이 최고입니다. 리더는 조직의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자면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죠.”

전 회장의 트레이드마크는 가치관 경영이다. 그는 사람뿐만 아니라 기업이라는 법인을 움직이는 본질도 가치관이라고 주장한다. 기업의 핵심 요소는 구성원의 머릿속에서 관찰되는 가치의 흐름이라고 말한다.

그는 가치관 경영의 성공 사례로 IBM이 망하기 일보 직전 서비스 중심의 회사로 환골탈태해 기사회생한 것을 들었다. 샘 팔미사노 전 IBM 회장은 당시 800명의 고위 임원에게 IBM의 가치가 어떤 것이 되어야 하겠느냐고 물었다.

이렇게 수렴한 의견을 바탕으로 만든 핵심 가치를 IBM 내부망에 올리고 전 세계 30만명의 임직원으로 하여금 48시간 동안 코멘트를 달게 했다. “그 많은 IBM의 사업 단위가 저마다 자율경영을 하면서도 일사불란하게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건 이렇게 가치를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IGM의 핵심 가치는 ‘회사에 기여하는 만큼 내게 돌아온다’입니다. 자연계의 만유인력만큼 확실한 사회 법칙은 세상에 공짜란 없다는 겁니다. 공짜로 뭘 얻으면 결국 대가를 치르게 되죠. 복권에 1등 당첨돼 행복해진 사람이 없고 불행하지 않은 재벌 2세가 없습니다.”

전 회장은 자신과 IGM은 요즘 지구촌적 변화인 4차 산업혁명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이 일을 잘할수록 사람은 인간으로서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법률가라면 설득력과 협상 능력이 더 중요해집니다. 법률적 판단은 갈수록 AI가 사람보다 더 잘할 것이기 때문이죠. 모든 직역에서 요구되는 건 창의성입니다. 그래서 창의적인 사람을 뽑아 써야 합니다. 창의성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AI가 대체하기 어려울 거예요.”

4차 산업혁명을 읽는 키워드로 그는 세 가지를 제시했다. 융합, 공유, 기하급수다. IT 활용으로 우선 화학적인 것과 물리학적인 것,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 인간과 기계를 융합하는 시대가 열렸다. “야광 토끼는 토끼에 해파리 유전자를 집어넣어 생물학과 공학을 융합한 겁니다. 이 조합의 가능성이 거의 무궁무진해 레고 놀이에 비유하면 레고 조각 100개를 갖고 놀다 1억 개짜리 레고 장난감을 선물 받은 셈입니다.”

▲ 전 회장은 “카카오뱅크가 대형 은행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공유의 시대가 열려 기업간 역량이 평준화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사진=뉴시스]

그는 미국 자동차 회사 로컬 모터스를 예로 들었다. 3D프린터로 차를 만드는 이 회사 직원은 100명에 불과하지만 플랫폼을 기반으로 4만5000명의 디자이너와 협업한다. 그 덕에 신차 개발 비용을 1000분의 1로 감축했고, 개발 기간은 5분의 1로 단축됐다.

반면 지난 100년 동안 자동차 시장을 지배한 GM의 디자이너 수는 1만명에 ‘불과’하다. 그는 플랫폼 혁명 덕에 공짜 세상이 열렸고 대기업의 전유물이었던 자원을 중소기업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카카오뱅크로 대형 은행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공유의 시대가 열려 기업 간에 역량이 평준화된 덕분이죠. 이렇게 공유와 융합을 통해 생산성이 높아진 기업이 기하급수 기업입니다. 산술급수로 성장하는 기업이 1m씩 전진해 30m 갈 때 기하급수 기업은 10억m, 지구를 스물두 바퀴 돌 만큼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런 시대엔 대기업에 의존하는 경제의 효과도 작아질 수밖에 없어요. 대기업 중심 성장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전 회장은 미국 변호사다. 미국 뉴욕 맨해튼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를 거쳐 김앤장에 몸담았다. 세종대로 옮겨 경영대학원장을 지낸 후 그는 IGM을 창업했다. 경영을 가르치는 건 로스쿨을 다니기 전 MBA를 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인생 2막을 사는 지혜를 구했다.

“인생의 목표는 행복한 삶입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불변하는 목표죠. 그러자면 자신의 가치관에 맞고 소질을 살릴 수 있는 일, 자신의 콤플렉스를 완화할 수 있는 그런 일을 해야 합니다. 적어도 둘 중 하나 가치관과 맞든지, 아니면 소질을 살릴 수 있든지 해야죠. 가치관에 맞는 일은 만족감이 커요. 소질을 살리는 일은 잘하게 돼 재미가 있습니다. 어쨌거나 자신에 대한 이해를 넓혀야 합니다. 소크라테스가 갈파한 대로 우선 ‘너 자신을 알라.’”
이필재 더스쿠프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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