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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성태원의 사람] 신창재 회장 “경영 목적은 사람” … 갑질 파문에 경종

2018. 05. 24 by 성태원 대기자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갑질 파문으로 재계 오너들이 괜한 눈치를 보게 됐다. 부자면 부자지 “그럴 수가 있느냐”며 여론이 비등하고 있기 때문. 이런 때에 신창재(65) 교보생명 회장이 구원투수처럼 나타났다. “기업의 본령은 사람(이해관계자)을 중시하는 인본주의적 경영에 있다”며 목청을 높인 것.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ICSB 포럼 기조연설을 통해서다.
 

신창재 회장의 인본주의 경영철학이 재계에 새 이정표를 놓을지 주목된다.[사진=뉴시스]
신창재 회장의 인본주의 경영철학이 재계에 새 이정표를 놓을지 주목된다.[사진=뉴시스]

“경영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익이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와 함께 발전하는 것에 있다.” “사회는 기업이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인본주의적 가치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경영학 교과서에 나오는 문구가 아니다. 신창재 회장이 세계중소기업협의회(ICSB) 포럼 기조연설에서 한 말이다. 해외에서 한 연설 내용이 거꾸로 국내에 전해져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왜일까. 

무엇보다 한진가家 오너들의 갑질 파문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거나 혼란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에게 위로와 함께 기업 경영에 대한 새 이정표를 제시해 줬기 때문이다. “아, 국내에도 이런 생각으로 기업하는 오너도 있구나”며 신 회장을 새롭게 보는 이들도 생겨났다. 내실을 추구하며 사람을 중시해온 그의 평소 경영철학이 요즘 세태와 맞물리면서 돋보였다고나 할까.

물론 그의 이번 연설 내용이 구두선口頭禪에 그쳐서는 곤란할 것이다. 신 회장은 그동안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경영 철학을 증명해 온 걸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게 밑바탕에 없이 이런 연설을 했다면 공허하게 들렸을 것이다.

이번에 신 회장을 초청한 곳은 유엔과 ICSB다. ICSB는 미국 워싱턴DC에 본부를 두고 중소기업 정책과 기업가 정신의 연구ㆍ확산을 목표로 활동하는 국제단체인데, 한국 등 세계 70여 개국에서 참여하고 있다. 한국 기업인 최초로 ICSB 포럼 기조연설자로 초청받은 그는 30여분간 영어로 연설했다. 생생한 경영사례를 바탕으로 유머를 섞어가며 자신의 생각을 소개해 큰 호응을 얻었다는 후문이다. 참석자는 각국을 대표하는 중소기업 경영자, 학자, 관료 등 200여명이었고 주제는 ‘지속가능한 인본주의적 이해관계자 경영’이었다. 

ICSB는 한국 대기업인 교보생명의 ‘이해관계자 경영(Stakeholder Relationship Management)’과 관련된 사례와 경영철학을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그를 연사로 초청했다. 신 회장은 19년에 걸친 교보생명 회장 경험과 그 이전의 산부인과 의사 생활 등을 아우르며 특유의 ‘인본주의 경영론’을 폈다. 

그의 연설 내용은 두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지금 시대에서 기업경영의 궁극적 목표가 무엇이어야 하느냐에 대한 대안 제시다. 둘째는 회사 임직원들이 인본주의적 경영에 공감하려면 어떤 실천 방안이 필요한가에 대한 답변이다. 

 

흔히 기업의 목표는 ‘이윤 추구’에 있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그는 연설에서 “사람은 공기 없이 살 수 없지만 공기를 위해 살지는 않는다. 기업에서도 이익은 생존을 위한 연료지만 그 자체가 경영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경영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익이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와 함께 발전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임직원ㆍ고객ㆍ투자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비즈니스의 도구가 아닌 인격체로 존중하며 그들과 함께 균형 있게 발전하는 게 경영의 목적이란 얘기다. 오너 경영자든 전문경영자든 이런 생각을 실천하는 경영자에게서 갑질 행태가 나올 리 만무하다.

그의 얘기를 좀 더 들어보자. “리더가 직원을 만족시키고 직원이 고객을 만족시키면 만족한 고객이 저절로 회사의 이익에 기여하게 된다.” “회사가 모든 이해관계자를 균형 있게 고려할 때 기업의 이익은 더욱 커지고 모든 이해관계자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선순환’을 만들어 지속가능경영을 펼 수 있다.”

이런 경영철학을 갖게 된 개인적인 배경도 소개했다. 선친인 신용호 창립자 때부터 이어져온 인본주의 기업문화와 생명보험업의 밑바탕에 깔린 휴머니즘이 교보생명 경영철학의 근간이 됐다는 것. 또 교보생명의 경영을 승계하기 전 불임전문의사로서 시험관 아기를 연구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았던 경험도 ‘사람 중시 경영’의 밑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유엔서 인본주의 경영 설파

기업 경영의 목표가 이윤보다 인본주의적 가치(사람 중시 및 이해관계자와의 공존공영) 창출에 있다고 주장한 그는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을 차용해 자신의 생각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모든 이해관계자는 기업에 대한 강한 주인의식을 갖고(Of the people), 모든 이해관계자가 직ㆍ간접적으로 기업 경영에 참여하며(By the people), 모든 이해관계자가 기업 경영의 최종 수혜자가 돼야 한다(For the people).”

인본주의 경영을 구현하기 위한 실천 방안도 제시했다. “직원들과 (인본주의 경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감성적 접근으로 심리적인 거리감을 좁혀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 그는 “기업 경영이란 고객과 사원의 가슴을 울리는 일”이라며 “직원들의 사기를 올릴 수 있다면 얼마든지 무대 위의 광대가 될 수 있다”고 말해 왔다. 실제로 그는 회장 재직 19년 동안 이와 관련된 숱한 일화를 남겼다.

 

우수 설계사들에게 상을 주는 고객만족대상 행사장에서 그는 개그 프로그램을 직접 패러디하거나 난타 공연을 하는가 하면 직원 세족식에도 참여했다. 앞치마를 두른 웨이터, 통기타를 든 가수 등으로 분장하거나 가짜 수염을 붙이고 이벤트에 불쑥 출연하기도 했다. ‘칭찬 경영’의 일환으로 모범직원들과 매달 거르지 않고 해온 점심 자리가 어느덧 19년이 됐다. 그간 점심식사에 초대된 직원이 800여명에 이를 정도다. 

한국 3대 생명보험사인 교보생명은 보험업계에서 우량 보험사로 꼽힌다. 금융그룹을 이룬 교보생명은 최근 자산 100조원을 넘겼다. 신 회장은 1996년 부친 신용호 창업주의 건강이 갑자기 악화하면서 이사회 부회장 자격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교보생명가家의 장남이었던 그는 한번도 경영인을 꿈꾸지 않았던 의사였지만 자신의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2000년 5월엔 대표이사 회장직에 올랐다. 취임 당시 2500억원이 넘는 적자 상태였다.

이후 19년 동안 그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헤쳐 나오며 교보생명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구조조정을 하고 내실 경영을 추구했던 그는 무척 신중한 경영 전략을 구사했다. 한국 보험업계의 유일한 오너 CEO인 그는 그동안 회사를 성장시켰지만 여러번 사업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지나치게 신중한 경영스타일이 흠이라는 지적도 받는다.

경영의 목적은 이익 아닌 상생

그는 2012년 KB금융 지분인수건, 2013년 ING생명 인수ㆍ합병(M&A)건, 2014년 우리은행 인수건 등 거의 해마다 주요 M&A나 신규 사업 진출에 나섰다가 중도에 포기했다. 2015년에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놓고 수개월간 타당성 조사를 하고 일본 현지조사까지 했지만 예비인가 신청을 보름 앞두고 물러섰다. 

2015년까지 기업공개(IPO)를 하겠다던 공언이 올해도 물 건너갔다. 두 아들의 경영권승계 준비도 주목할 만한 게 없다. 대신 4차 산업시대를 맞아 보험 신기술과 미래 먹거리 발굴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그가 이번에 소개한 인본주의 경영철학을 계속 실천해 한국 기업경영 풍토에 선한 영향력을 많이 미칠 것을 기대해 본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l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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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lq8995 2018-05-24 21:29:59
훌륭한내용의연설을국제회의에서하셨다~g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