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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한국종합기술 신임 사장이 말하는 ‘기술’

이상민 한종기 신임사장 “밥 사고 술 산다고 영업 되는 것 아니다”

2019. 04. 17 by 김정덕 기자

국내 상장사 중 첫 종업원지주사 한국종합기술이 지난 2월 직원 투표를 통해 이상민(59) 부사장(플랜트부 본부장ㆍ부사장)을 새 사장으로 선임했다. 2018년 외부 공모로 뽑은 전임 사장이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떠난 그 자리다. 사장이 돌연 바뀌는 만큼 한종기의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실적이 떨어진 영향도 있다. 뭔가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한 상황, 이상민 신임 사장은 어떤 해법을 갖고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지난 1일 그를 만났다. 

이상민 한국종합기술 신임 사장은 “기술경쟁력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영업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사진=천막사진관]
이상민 한국종합기술 신임 사장은 “기술경쟁력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영업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사진=천막사진관]

지난 2월 15일, 엔지니어링업체 한국종합기술(한종기)의 새 수장을 뽑는 자리. 이상민 신임 사장은 1차 본선 투표에서 35.03%에 득표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다행히 1위 득표율(41.07%)이 50%를 밑돌아 결선투표가 진행됐는데(1차에서 과반 득표율 나오지 않으면 결선), 여기서 이 사장은 대역전극을 이뤄냈다. 직원들이 회사 대표를 투표로 뽑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인데, 결선투표제까지 진행됐으니 한종기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쥘 만했다.

이렇게 CEO를 투표로 뽑는 한종기는 독특한 회사다. 국내 상장사 중 첫번째 종업원지주사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당연히 운영하는 게 쉽지 않다. 전임 사장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떠난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는 해석이 많다. 사장을 종업원이 직접 뽑는 만큼 그들의 다양한 의사를 존중하고 아우를 수 있는 인사가 키를 잡지 않는다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실적이라도 좋으면 잡음이 덜할 텐데, 그렇지도 않다. 종업원지주사로 바뀌기 전인 2016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996억원과 42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엔 각각 1909억원과 62억원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이 회사는 언급했듯 상장사다. 임직원들이 지주사(한국종합기술홀딩스)를 통해 52.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나머지는 일반 주주들이 갖고 있다. 악화일로를 걷는 실적을 ‘상장사 첫 종업원지주사’라는 타이틀로 상쇄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이 신임 사장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가보지 않은 길을 계속 가야 하는데다, 켜켜이 쌓은 난제도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해법을 갖고 있을까. 

✚ 당선을 축하한다. 소감을 듣고 싶다.
“감사하다. 어깨가 많이 무거울 뿐이다.”


✚ 결선투표를 통해 당선됐는데. 어떤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보나.
“2위여서 안 될 걸로 생각했다. 그럼에도 직원들이 날 사장으로 뽑았다는 건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름대로는 ‘국내 최초의 종업원지주사’라는 타이틀에 맞게 이끌어달라는 요구로 이해하고 있다. 가까스로 사장에 당선된 만큼 반대했던 사람들에게도 인정받도록 노력하겠다.”


✚ 노력은 말에 그칠 때가 많다. ‘노력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세가지 정도다. 가장 먼저 얘기하고 싶은 건 투명경영인데, 나의 근태상황과 일정을 공개하려 한다. 일정은 일별로 나눠서 상당부분 공개할 생각이다. 솔선수범하면 다른 이들도 따라오지 않겠냐는 거다.”

✚ 두번째는 뭔가. 
“직원들과의 끊임없는 소통이다. 가령, 부서장이나 팀장 등과 월 2회 정도 질의응답을 갖는 식이다. 이미 시행 중인데 이를 통해 각 부서의 어려움도 직접 듣고, 각 부서에는 회사 사정도 수시로 알려준다. 또한 이익을 배분하거나 회사가 어려워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등의 안건이 있을 땐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결정할 생각이다.”

✚ 의사결정이 늦어질 것 같기도 한데.
“촌각을 다투는 사안이 아니라면 조금 늦어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직원들이 임금을 반납했을 때도 그런 과정을 거쳤는데, 별 잡음이 없었다. 이런 일은 위에서 지시를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 세번째는 뭔가. 
“공금 사용 내역을 상당부분 공유하려 한다. 물론 구체적으로 모든 걸 공유하기는 힘들다. 업무상 나중에 알려야 할 것도 있다. 중요한 건 대략이라도 알려주겠다는 거다. 그 자체가 갖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고 본다. 종업원지주사라면 당연히 그래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 사용 내역을 모두 공개하면 영업을 하는 게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아직은 우리나라 정서의 특성상 밥한끼 함께 못한다면 정떨어져서 되겠는가. 그 정도도 못할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이제 밥 사고 술 사면서 영업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거다. 김영란법이 생기면서 그런 분위기가 정착되고 있지 않나. 그런 영업이 통하는 업계라면 바꿔야 한다.”


한종기는 엔지니어링사다. 건설이나 토목(사회간접자본), 플랜트 등에서 설계와 감리, 건설관리(CMㆍConstruction Mana-gement)와 같은 업무들을 수행한다. 따라서 영업활동을 통한 수주가 실적의 첫걸음이다. 

“공금사용 내역 공개할 것”

✚ 조금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기술경쟁력을 최고 무기로 삼아 영업하면 된다. 이미 회사는 이런 방식으로 영업을 해왔다. 공금 사용 내역을 공개하겠다는 게 큰 리스크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 기술경쟁력을 장담하나. 
“그렇다. 부서장으로서 영업을 했던 경험을 토대로 말하는 거다. 경쟁사에 발주를 하면서도 우리와 일하고 싶다는 발주사들이 꽤 많았다. 밥 사고 술 샀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의 경쟁력 덕이었다.” 

✚ 예를 들면.
“한 지자체로부터 음식물처리 시스템과 관련한 타당성조사를 의뢰 받은 적이 있는데, 큰돈이 되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을 공들여 최선을 다해 결과물을 제출했다. 당시 큰 호평을 받았다.”

✚ 기술경쟁력 얘기가 나온 김에 한가지 짚고 갔으면 한다. 한종기의 기술경쟁력이 해외로 진출할 만큼의 수준이라고 생각하나.  
“그건 아니다. 사실 그 정도로 만들어 해외시장까지 진출하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 그 한계가 뭔가. 
“내부적인 것과 외부적인 것 두가지다. 먼저 해외에서 능숙한 현지 언어로 리포트를 만들고,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기술인력이 많지 않다. 업계 전체로 봤을 때도 그렇다. 물론 한계라고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자체 연구개발의 일환으로 기술인력들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 외부적인 건 뭔가. 
“정부의 역할 부족이다. 그동안 국내 건설업계는 공공발주를 통해 하드웨어 경험치를 부단히 쌓았다. 이를 통해 해외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는 엔지니어링업계는 그런 경험치를 쌓지 못했다. 신도시 조성이나 재개발, 혹은 토목사업을 한다고 하면 정부가 설계 의뢰를 통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해줘야 경험치가 쌓일 텐데 그런 게 없었다.”

기술경쟁력으로 영업

사실 국내 엔지니어링기업은 시공사에 설계만 해주는 용역업체로 전락한 지 오래다. 그들의 업무를 명시한 법적 용어가 ‘설계용역’일 정도다. 선진 엔지니어링기업의 역할은 다르다. 예를 들어 부동산개발을 한다면 첫 단계부터 참여해 전체 그림을 그린다. 엔지니어링업체가 도시 하나를 개발하는 밑그림을 그리는 건데, 이를 ‘마스터 엔지니어링’이라 한다.

이 신임 사장은 “이런 걸 하려면 도시계획은 물론 설계ㆍ언어ㆍ건축ㆍ경제 등 다방면의 지식과 경험을 두루 갖추고 있어야 한다”면서 “설계용역만 해본 국내 엔지니어링업계는 해본 적 없는 분야이기 때문에 해외 진출도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정부의 역할이 부족하다는 주장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해 달라. 
“원자력발전소를 내다 팔겠다면서 국내에서 하나도 안 지어봤다면 팔리겠는가. 국내에서 해봐야 해외에서도 경험치를 인정받을 거 아닌가. 근데 도시계획 밑그림을 누가 그리나. 정부가 다 한다. 이걸 민간에 맡겨본 적이 없다. 정부가 국토개발계획을 추진할 때 그 용역을 맡아서 한 게 당시는 공사公社였던 한국종합기술이다. 수십년간 그대로다. 정부가 이런 환경이 바뀌어야 한다는 걸 몰랐던 것도 아님에도 고쳐진 게 없다. 역대 정부에서도 좋은 전략을 수립했지만 계획에 머물렀다.

✚ 그건 무슨 말인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엔지니어링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발전방안은 물론 구체적인 실천사항들을 내놨다. 하지만 현실화한 건 거의 없다. 일례로 국내에는 설계와 감리 업무가 분리돼 있다. 그렇게 하면 설계를 모르는 사람이 감리를 보고, 감리를 모르는 사람이 설계를 하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한다. 설계와 감리가 한데 묶어야 하는 이유다. 박근혜 정부 당시 규제를 혁파한다고 할 때 다 나온 얘기다. 그런데도 여전히 똑같다.”

✚ 정부도 산업 육성을 위해 변화해아 한다는 건가. 
“그렇다. 뭐 대단한 변화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설계가 용역이 아닌 컨설팅이라는 인식부터 바꾸면 하나씩 바뀔 수 있을 거라 본다. 그래야 설계가 가장 먼저 시작될 수 있다.” 

✚ 정부와 건설업계에 이런 목소리를 낼 생각인가. 
“적극적으로 시장을 바꿔야 우리도 살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언급했던 것처럼 기술경쟁력을 앞세워 영업을 하려면 그렇게 바꿔 나가야 한다.”

 ✚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상장사 최초의 종업원지주사가 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쉽지 않다고 안 하면 바뀌는 것도 없다. 명색이 상장사 최초의 종업원지주사인데, 이런 의무감은 가져야 하지 않겠나. 실제로 우리가 일부 사업의 콘셉트를 바꾼 적도 있다.”

“젊은 인재 바글바글하게 만들 것”

✚ 그게 뭔가. 
“수도권매립지를 설계한 경험을 토대로 10년간 사업 연구를 해서 정부에 제안을 했다. 쓰레기를 많이 축적하면서도 빨리 썩게 해서 단기간에 안정화하고, 매립지에서 나오는 가스는 포집해서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제안한 거다. 현재 그 제안이 받아들여져 착착 진행 중(침출수 매립시설 환원정화설비공사)이다. 이게 바로 기술력을 가진 엔지니어링의 힘이다. 단순 설계만 담당한다면 못하는 것들이다.”

✚ 잘 알려지지 않은 성과인 것 같다.
“맞다. 기술경쟁력으로 영업을 하겠다는 게 바로 이런 거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우리 기술경쟁력을 알려서 영업하겠다는 거다. 그러면 분명 실적도 개선될 거라 생각한다.”

✚ 한종기의 미래상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나를 비롯해 전 직원이 바라는 건 비슷할 것 같다. 최종 목표는 ‘상장사 최초의 종업원지주사’로서 살아남는 게 아니다. 여기에 더해 경영은 투명하고, 업계의 변화도 이끌며, 실적까지 좋아 젊은 인재가 바글바글한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

✚ 어깨가 더 무거워질 것 같다.
“그런가(웃음). 열심히 하면 가능할 거라 생각한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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