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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서비스원 확대에 숨은 우려

독점, 차별, 비대… 공공의 국유화는 ‘선’일까

2019. 05. 24 by 이정우 인제대(사회복지학) 교수

노인돌봄, 장애인활동지원, 국공립보육, 요양 등 전국의 각종 사회서비스가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광역지자체가 운영하는 ‘사회서비스원’을 통해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일자리가 창출되고, 사회서비스 관련 업종의 노동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는 듯하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서비스 국유화는 독점성과 형평성 논란을 유발할 게 뻔해서다.

사회서비스원을 통해 관련 종사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지만, 역차별 논란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사회서비스원을 통해 관련 종사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지만, 역차별 논란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사회서비스원이 확대 운영될 전망이다. 정부 방침에 따라 사회서비스원이 지역사회의 국공립 서비스를 총괄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낯선 개념인 사회서비스원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노인돌봄, 장애인활동지원, 국공립보육, 요양 등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의 사업과 시설을 지자체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공익법인이다.” 사회서비스원은 현재 서울ㆍ대구ㆍ경기ㆍ경남에서 시범사업 중이다. 

정부는 조만간 이 사업에 붙어 있는 ‘시범’이란 딱지를 떼어낼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일 “사회서비스 정책을 전문적으로 지원하고, 광역지자체의 사회서비스원 설립ㆍ운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사회서비스 중앙지원단’을 설립했다. 아울러 “2022년 17개 시ㆍ도에 사회서비스원을 만드는 등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는 계획도 발표했다.

정부에 따르면 사회서비스원은 시설의 관리ㆍ행정요원은 물론 서비스 종사자들을 직접 고용하고, 관리하는 주체로서의 역할도 맡을 예정이다. 한마디로 사회서비스원이 지역 사회서비스의 유통 및 인력시장을 총괄하는 사령탑이 된다는 거다. 그럼 정부는 사회서비스원을 통해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 걸까. 

첫째, 사회서비스 분야의 일자리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일례로 사회서비스원은 올해 약 1700명의 서비스 제공인력을 직접 채용할 계획이다. 2022년에는 최대 6만3000명이 사회서비스원의 관리를 받으면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예측이다. 

둘째,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사회서비스원은 서비스 종사자들을 직접 고용한다. 따라서 만성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저임금ㆍ임금착취ㆍ인권침해 등과 같은 부작용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근로계약을 통한 정식 채용이니 고용안정성도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지역사회의 유ㆍ무형 복지자원을 상호 연계하는 게 가능하다. 아울러 사회서비스의 질적 수준도 향상될 여지가 있다. 넷째, 국가의 공적 재원으로 운영되는 사회복지시설을 공적 기구인 사회서비스원이 직접 운영함으로써 시설운영 과정의 비리나 부정, 결탁 등의 문제를 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숱하다. 그 배경엔 우리 사회의 기본질서와 배치되는 사회서비스원의 설립목적, 운영방식 등이 깔려 있다. 

사회서비스원은 지역 사회서비스의 유통체계와 인력운용 방식의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으로 도입됐다. 현행 사회서비스 분야에서의 열악한 근로환경, 시설운영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정과 비리 등을 국가가 엄격하게 관리ㆍ감독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은 자율과 시장이다. 따라서 어떤 사안에 국가가 개입하고자 할 땐 엄격한 논리적 근거와 정당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사회서비스 분야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과연 필요한지, 그 방법은 적절한지 따져봐야 한다. 예를 들어보면 이해하기 쉽다. 사회서비스원은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종사자의 인력수급과 시설운영의 전반에 걸쳐 독점적 지위를 행사할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이는 사회서비스 분야를 국유화하는 것이다. 당연히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될 공산이 크다. 

예상되는 문제점은 숱하다. 먼저 사회서비스의 가격이나 서비스 종사자의 임금체계가 시장원리가 아닌 정치적 논리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국가는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흔히 발생하는 이해충돌을 조절ㆍ중재하는 능력을 상실할 수 있다. 정부가 직접 이해당사자가 돼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회서비스원을 포함한 운영기관이 방만해질 수도 있다. 공적기구는 이윤을 창출할 동기가 크지 않은데다 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정치적인 의사결정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 우리는 이미 공기업들이 방만한 운영으로 적자를 내고도 임금에 있어서는 한치의 양보도 허용하지 않는 경우를 숱하게 봐왔다. 그들을 철밥통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래서다.

마지막으로 사회서비스원이 인력수급을 독점하면 형평성 논란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사회 곳곳에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는 저임금 취약노동시장에서 유독 ‘사회서비스원’만을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서다. 

복지국가서도 ‘국가 개입’은 최소화

더구나 사회서비스원의 지배력이 커질수록 민간시설의 경쟁력이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회서비스 시장에 ‘공공에 의한 독점’이 생기면서 그로 인한 폐해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거다. 국가의 공적재원이 투입된 사회서비스 시설이라고 해서 반드시 국가가 직접 관장해야 하는 건 아니다. 그 당위성이 자동적으로 생기지도 않는다. 

정부가 주장하는 것과 달리 국가 개입의 폭이 커질수록 공공성이 회복되는 것 또한 아니다. 현실에선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이 종사자 개개인의 가치관이나 직업윤리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더 많다. 강력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서구 복지국가들은 사회서비스 운영의 기본원칙을 ‘국가 개입의 확대’가 아니라, ‘시장의 자율과 경쟁’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우리 정부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정우 인제대(사회복지학) 교수 socwjwl@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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