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뉴스Q

기사검색

주요메뉴

본문영역

「그러나 내겐 당신이 있습니다」 사랑과 희망 그리고 문학

[Weekly BOOK Review ] “그래도 괜찮아”

2019. 05. 27 by 이지은 기자
우리는 문학을 통해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공감하며 가르침과 용기를 얻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문학을 통해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공감하며 가르침과 용기를 얻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무언가를 깨닫게 되는 이야기,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글, 때론 아프게 때론 기쁘게 다가오는 구절까지…. 우리는 문학을 통해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공감하며 가르침과 용기를 얻는다. 작가 장영희는 “문학이란 어렵고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용기를, 사랑을, 인간다운 삶을 가르쳐 주는 대상”이라고 했다. 그에게 있어 삶을 지탱해 준 것은 사랑과 희망, 그리고 문학이었다.

「그러나 내겐 당신이 있습니다」는 장영희 교수가 남긴 글 중 감동적인 문장들을 추려 묶은 10주기 기념 도서다. 치열한 삶 속에서 엮어낸 ‘사랑’과 ‘희망’의 문장들은 더 느리게, 더 깊이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책의 제목에서 ‘당신’은 나를 사랑해 주는 누군가인 동시에 글을 통해 위로하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준 장영희 교수이기도 하다. 독자들인 ‘나’에게 그가 글로써 희망과 사랑을 전하는 것이다. 그의 문장은 자신의 삶이 버겁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그 무게를 덜어내고 내면에 숨어 있던 희망을 꺼낼 수 있게 다독인다.

시인 이해인, 소설가 박완서, 화가 김점선 등 많은 이들이 장영희의 문장을 사랑했다. 「코리아타임스」에 영문 에세이를 기고하던 그는 월간 ‘샘터’에 칼럼 ‘새벽 창가에서’를 연재하면서 우리말 에세이를 본격 집필했다. 「내 생애 단 한번」으로 ‘아름다운 문장상’을 받았고 「문학의 숲을 거닐다」, 「생일」, 「축복」 등 모든 저서는 그가 떠난 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스테디셀러로 사랑받고 있다.

1장 ‘아프게 짝사랑하라’에는 상처받을까봐 사랑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사랑에 대한 잠언을, 2장 ‘How to Love, How to Live’에는 청춘들에게 건네는 문학과 인생에 대한 조언을 담았다. 3장 ‘네가 누리는 축복을 세어 보라’는 일상 속에 숨어 있는 행복을 발견하는 지혜를 전하며, 4장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에는 아름다운 희망 메시지들이 담겨 있다.

“그 아저씨는 가위를 쩔렁이며, 목발을 옆에 두고 대문 앞에 앉아 있는 나를 흘낏 보고는 그냥 지나쳐 갔다. 그러더니 리어카를 두고 다시 돌아와 내게 깨엿 두 개를 내밀었다. 순간 아저씨와 내 눈이 마주쳤다. 아저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주 잠깐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괜찮아.” 무엇이 괜찮다는 건지 몰랐다. 돈 없이 깨엿을 공짜로 받아도 괜찮다는 것인지, 아니면 목발을 짚고 살아도 괜찮다는 말인지….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내가 그날 마음을 정했다는 것이다. 이 세상은 그런대로 살 만한 곳이라고, 좋은 친구들이 있고 선의와 사랑이 있고, ‘괜찮아’라는 말처럼 용서와 너그러움이 있는 곳이라고 믿기 시작했다는 거다.”

그는 세상 사는 게 만만치 않다고 느낄 때, 죽을 듯 노력해도 맘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오래전 따뜻한 추억 속 골목길에서 들은 말, “괜찮아”를 떠올렸다고 했다.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지금의 우리에게 장영희, 그가 남긴 문장들이 속삭인다. “그래도 괜찮아.”

세 가지 스토리

「크레이지 호르몬」
랜디 허터 엡스타인 지음 | 동녘사이언스 펴냄 


국제육상경기연맹이 지난해 남성호르몬으로 성별을 판단해, 여성 선수의 출전 자격을 결정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렇다면, 호르몬은 성별 결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이 책은 호르몬이 성 분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간성인(inter sex)’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이분법적 성별시스템을 돌아보게 한다. 아울러 100년 남짓된 호르몬 연구의 발자취와 호르몬의 비밀을 소개한다.

「세계를 읽다, 타이완」
우 링리ㆍ크리스 베이츠 지음 | 도서출판 가지 펴냄


타이완은 ‘지리가 역사를 만든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으로 향하는 관문이라는 지리적 여건 때문에 일본, 유럽, 미국 등으로부터 간섭 받고 식민지로 활용됐다. 하지만 그 덕분(?)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아시아의 호랑이’로 경제 기적을 일굴 수 있었다. 이 책은 각각 타이완과 미국에서 태어난 부부의 경험을 바탕으로 타이완과 중국의 미묘한 관계, 타이완 사람들이 늘 시끌벅쩍한 이유 등을 이야기한다.

「모든 것은 그 자리에」
올리버 색스 지음 | 알마 펴냄

의사이자 과학자, 작가로 활동한 올리버 색스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 쓴 에세이집이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첫사랑’에선 그가 유년시절부터 지금까지 사랑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2부 ‘병실’은 의사와 과학자로서, 면모가 돋보이는 에세이이자 ‘치유 공동체’를 향한 따뜻한 호소다. 3부 ‘삶은 계속된다’는 우주에 대한 동경, 생명체를 향한 애정을 담은 에세이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