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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김상조號 성과 분석

김상조 2년 공과, 을 위했지만 슈퍼갑은 춤췄다 

2019. 07. 01 by 김정덕 기자

을乙을 위해 뛰었다. 시간이 날 때면 현장을 찾아 신고인과 대화를 나눴다. 신중했고, 마음을 열었다. 2년 만에 공정거래위원회를 떠난 김상조 청와대 신임 정책실장. 많은 전문가들은 그가 ‘갑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초석을 놨다는 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하지만 슈버갑甲 재벌을 견제하지 못했다는 건 김 실장의 과過라는 지적이 많다. ‘공정위 김상조호號’가 남긴 실적과 과제는 무엇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그 답을 냉정하게 찾아봤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재벌개혁 문제를 제대로 손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재벌개혁 문제를 제대로 손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한편으로는 너무 거칠다,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약하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경쟁법 체계의 기반과 사회의 현실적 요구를 조화시키는 최적의 지점을 찾도록 노력하고, 국회와의 충실한 협의를 통해 생산적 결론이 내려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2017년 6월 김상조 한성대 교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가 공정거래위원장에 취임하면서 했던 말의 일부다. 

그로부터 1년 후인 지난해 5월 열린 ‘문재인 정부 공정거래정책 2년의 성과와 과제’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했을 때도 그는 “진보와 보수 어느 한쪽의 칭찬을 받는 정책으로는 성공하지 못하고, 양쪽 모두의 비판을 받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사정기관 수장으로서 균형감과 유연함을 갖추고 업무에 임해야 협의도 가능하고, 정책적 반발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공교롭게도 김상조 실장의 예상은 현실이 됐다. 공정위 정책을 두고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쓴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가령, 김 실장이 야심차게 준비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을 놓고 보수에선 “규제가 너무 강하다”고 비판하고, 진보에선 “통과될 가능성이 희박한 법을 만드는 데 집중하느라 필요한 정책에는 소홀히 했다”고 쏴붙인다. 그의 말대로라면 나름 균형을 잘 지켰다는 방증일 수도 있지만 현실은 그만큼 냉정하다. 

그렇다면 김 실장의 ‘공정위 2년’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갑을문제 개선’을 김 실장의 공으로 꼽는다. 그는 취임사에서 “우리 사회가 공정위에 요구하는 것은 경제ㆍ사회적 약자를 보호해 달라는 것”이라는 말을 남겼는데, 그 말을 지키기 위해 힘을 많이 쏟았다는 얘기다.

 

‘공정위 김상조호號’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온 박상인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조차 “행정력을 최대한 동원해 갑질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한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김 실장은 ‘사람이 없어 못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끔 유통3법을 관할하는 조직이나 기술탈취 관할조직을 별도로 만들어 적극 대응했고, 성과도 냈다.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의 협력업체 기술탈취 사건을 적발하고, 올해 타이어 대리점주들에게 최저가격 준수를 강제한 타이어 제조사를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한 것 등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김 실장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애썼다는 평도 있다. 주로 불법 하도급 관련 소송을 진행해온 법무법인 도담의 김남주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는 “김 실장은 틈이 날 때마다 신고인을 직접 만나 공정위가 어떤 계획을 갖고 조사를 하고 있는지 설명했다”면서 “역대 공정위원장 중 이런 사람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갑을문제 개선은 칭찬할 만

하지만 갑을문제 개선, 현장행정을 빼곤 미흡하다는 평가가 더 많았다. 무엇보다 공정위의 몫인 재벌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데 많은 전문가들이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상인 교수는 “경쟁법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기업결합심사, 불공정거래 적발과 대응,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등의 문제들을 지나치게 등한시했다”면서 “김 실장이 노력했는데 잘 안 된 게 아니라 거의 손을 안 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김 실장은 일감 몰아주기와 비상장 자회사를 통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문제에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해소하라”면서 시종일관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참여연대 측도 비슷한 지적을 내놨다. 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지난 2년간 공정위가 재벌개혁을 위해 특별히 무엇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김 실장이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막는 게 재벌개혁’이라며 재벌개혁의 의미를 한정지은 건 그렇다고 치더라도, 사익편취조차 제대로 막지 않은 건 실책이다. 가령, 상장계열사와 비상장계열사에 총수일가 지분이 각각 30%와 20% 이상이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보던 것을 지분율이 20% 이상이면 무조건 규제하는 것으로 공정거래법 개편안을 냈다. 하지만 이건 시행령 개정으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거다. 강한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2년의 시간을 벌어들인 재벌 대기업들은 죄다 제 살 길 찾아가지 않았겠는가.”

이런 지적은 김 실장이 한때 몸담았던 경제개혁연대에서도 나온다. 경제개혁연대는 6월 20일 논평을 통해 “공정위가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한 사익편취 규제 강화를 국회 눈치만 보느라 2년간 허송세월만 보냈다”면서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조속히 개정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정책의 완결성만 따질 게 아니라 실질적인 효과도 신경을 썼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효과를 따지기엔 너무 이르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을지 모른다. 긍정적인 추정치도 있다. 6월초 CEO스코어의 발표에 따르면 재벌 대기업들의 내부거래가 1년 전보다 약 31.7% 감소했다. 김 실장의 공일 수도 있지만 ‘자율적으로 해결하라’는 주문을 따랐는지도 알 수 없다. 김 실장의 공과 과를 따지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다. 

재벌개혁은 친정도 쓴소리

이런 맥락에서 김 실장을 정책 컨트롤타워로 발탁한 청와대의 평가는 아쉽다. 고민정 대변인은 김 실장을 새로운 정책실장으로 임명하면서 다음과 같은 평가를 내렸다. “뛰어난 전문성과 균형감 있는 정무 감각을 바탕으로 국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경제분야 핵심 국정기조인 공정경제 구현에 크게 이바지했다.”

 

김상조 정책실장은 대기업에 자율적인 개선만을 주문했다.[사진=뉴시스]
김상조 정책실장은 대기업에 자율적인 개선만을 주문했다.[사진=뉴시스]

임명 자리에서 대놓고 부족한 점을 말할 수야 없었겠지만 공적만을 지나치게 내세운 건 청와대답지 않았다. 그렇다고 급작스러운 공정거래위원장 교체가 긍정적인 것도 아니었다. 국회에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이 상정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김남주 변호사는 “그나마 바뀐 것들이라도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면서 “사람에 따라 많은 것들이 달라지는 만큼 김 실장의 뒤를 잘 이을 만한 후임자가 오지 않는다면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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