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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의 한계와 과제

작은 막걸리 주막을 묶어 수출하라

2019. 08. 04 by 심지영 기자
2011년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던 막걸리 시장은 최근 프리미엄화로 살아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1년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던 막걸리 시장은 최근 프리미엄화로 살아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짧았던 열풍이 사라진 후, 막걸리 시장은 긴 침체에 빠졌다. 출고량과 수출량은 모두 악화일로를 걸었다. 이렇게 한없이 쪼그라드나 싶었던 막걸리 시장이 최근 활력을 되찾고 있다. 1병당 1만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 막걸리를 즐기는 젊은 소비자들이 늘어서다. 모처럼 찾아온 부활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막걸리의 한계와 과제를 짚어봤다. 

2009년 불어온 ‘막걸리 열풍’은 너무나 짧았다. 2011년 정점을 찍었지만 이내 내리막길을 걸었다. 막걸리 출고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2011년 45만kL→2016년 39 만kL). 수출량도 크게 줄었다. 2011년 4만 3082톤(t)에서 2018년에 1만2847t까지 무려 70%나 감소했다. 

악화일로를 걷는 막걸리에 희망이 있을까 싶지만, 의외로 시장엔 활력이 돈다. A 전통주 업체 관계자는 “막걸리 시장은 2016~2017년 바닥을 찍고 반등 중”이라며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프리미엄’ 막걸리 가 인기를 끌면서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고 말했다. 막걸리 시장의 개선책으로 제시됐던 ‘프리미엄화’가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는 거다.

전통주 전문점 ‘백곰막걸리’의 막걸리 판매 순위(2019년 6월 기준)에 따르면, 1~3 위에 오른 제품들은 전부 1병당 1만원을 훌쩍 넘는다. 합성 감미료를 쓰지 않는, 지역 양조장에서 소량 생산되는 제품들이다. [※참고: 1위 양산 이화백주(940mL·1만 2000원), 2위 울산 복순도가 손막걸리 (935mL·1만2000원), 3위 해남 해창막걸리(900mL·1만5000원)]. 

한병에 1만원이 넘는 고급 막걸리의 인기가 높아진 건 독특한 현상이다. 막걸리의 대표적인 장점이 ‘저렴한 가격’이기 때문이다. 고가의 막걸리가 인기를 끄는 이유로 전통주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과음하지 않는 주류 문화가 형성돼 막걸리도 캐주얼하게 즐기는 소비자가 늘었다.” 

외국의 고급술을 맛본 소비자들이 되레 국내 고급 전통주를 찾기도 한다.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 소장은 “기존의 저가형 막걸리를 마신 소비자들은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며 “해외에서 고급술을 맛본 후 우리나라에도 그런 술이 없는지 찾다가 프리미엄 막걸리에 눈을 돌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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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프리미엄 막걸리의 유행을 반긴다. 막걸리의 ‘가격 저항선(소비자가 제품에 지불할 수 있는 가격 마지노선)’을 높여 놔서다. 업계에 따르면 기존 막걸리 가격 저항선은 1000~1500원 선이었다. 이를 넘으면 소비자는 ‘비싸다’고 느껴 막걸리를 구입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국순당의 ‘1000억 유산균 막걸리(750mL ·3200원)’,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 생막걸 리(750mL·2500원)’ 등 맛과 기능을 내세운 제품이 유행하면서 가격 저항선도 2000원 위로 훌쩍 올랐다. B 막걸리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몇년전만 해도 소비자는 1700원짜리 막걸리조차 비싸다고 사먹지 않았다. 막걸리의 저렴한 이미지가 강해서다.

이제는 저가품 이미지를 벗어나고 있다. 20~30대에서 아스파탐(합성감미료)이 없는 막걸리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어난 게 그 증거다. 프리미엄 막걸리 시장이 크는 건 돈을 더 내고서 라도 마음에 드는 제품을 사는 ‘가심비’ 트렌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덕분인지 막걸리 국내 출고량도 소폭 늘었다. 2017년 출고량(40만9000kL)은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2017년 국내 주류 전체 출고량(355만kL)이 전년(368만kL) 대비 3.5%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막걸리 매출은 전년 대비 24.6% 증가했다. 전체 막걸리 중 판매가 3000원을 넘는 제품의 비중도 2017년 5.1%에서 지난 1분 기 17.4%로 12.3%포인트 높아졌다. 내수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에도 긍정적인 신호가 보인다. 기술의 발달로 생막걸리의 수출길이 열리고 있어서다. 막걸리업체 서울장수㈜는 대표 제품인 ‘장수 생막걸리’를 미국·호주 등에 수출하고 있다.

서울장수㈜ 관계자는 “효모가 천천히 죽도록 하는 기술력이 있기 때문”이라며 “수출용 장수 생막걸리의 유통기한은 최대 90일 정도”라고 설명했다. 살균 막걸리(6개월~1년)에 비하면 여전히 짧지만, 생막걸리 유통기한이 최대 2주였던 것과 비교하면 훨씬 길어졌다. 

 

이처럼 훈풍이 부는 막걸리 시장이지만, 한계점도 숱하다. 그중 막걸리 시장에 유독 소규모 업체가 많다는 건 문제점으로 꼽힌다. 탁주 주류제조면허 건수는 835개(2016년 기준)에 이른다. 약주(328개)나 과실주(259개)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다.

극소수의 대형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소규모 업체에 수출은 언감생심. 막걸리 생산량이 적은 데다, 국내 유통채널마저 확대하기 어렵다. 막걸리 시장의 성장이 더딘 이유다. 

그렇다면 막걸리 시장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전문가들은 ‘불균형 해소’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막걸리 시장의 점유율은 극심한 불균형 상태다. 시장 1위 업체(서울탁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43%)에 육박한다. 2016년 기준 탁주 주류제조면허건수가 835개임을 감안하면, 800개가 넘는 업체가 시장의 57% 남짓을 두고 다툰다는 얘기다.

정부 정책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막걸리는 제조자가 비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부 다른 맛을 낼 수 있다”며 “정책적 지원이 있으면 (소규모 업체도)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각기 다른 맛을 빚는 소규모 업체를 ‘작은 주막’으로 묶을 수만 있다면 시장 확대뿐만 아니라 수출도 가능하다. 

 

소규모 막걸리 업체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규모 막걸리 업체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이를 위한 정부의 정책에는 한계가 숱하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8년 제2차 전통주 산업 발전 기본계획’에 “수출용 통합브랜드를 육성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는 없다. 지역 전통주 양조장에 홍보·컨설팅 등을 지원하는 ‘찾아 가는 양조장’ 사업은 유통채널 확보로 이어지기엔 어려움이 많다. 무엇보다 전통주 육성 방안에는 소규모 막걸리 제조업체에 도움이 될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없다.

박록담 소장이 말하는 막걸리 시장 개선 방향을 들어보자. “지금의 프리미엄 막걸리 유행을 지키되, 막걸리 공급자와 소비자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공급자는 가격을 높이더라도 고품질의 막걸리를 개발하고, 소비자는 막걸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버려야 한다. 지금보다 더 품질이 좋아지고 종류가 다양해져야 시장이 큰다. 그렇지 않으면 10년 후, 막걸리 시장은 또 다시 침체에 허덕일 것이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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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담 2019-08-05 15:15:32
요즘은 소맥보다 막사가 더 땡겨요ㅋㅋㅋㅋㅋ 명품 막걸리를 만드는 소규모 업체들이 무럭무럭 성장하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