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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부부 재무설계 上

[실전재테크 Lab] 사업이냐 아기냐 한이불 다른 생각

2019. 08. 14 by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결혼한 지 5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혼부부가 있다. 함께 해보고 싶은 게 많을 때지만 두 사람의 나이는 40대 전후로 적지 않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 아이를 원하는 남편과 사업을 꿈꾸는 아내의 생각을 좁히기가 쉽지 않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이들의 사연을 들어봤다. ‘실전재테크 Lab’ 29편 첫번째 이야기다.

40대에 결혼한 부부들의 가장 큰 고민은 출산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40대에 결혼한 부부들의 가장 큰 고민은 출산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동미술학원 교사로 일하는 임서희(38·가명)씨는 8개월차 새색시다. 지난해 3살 차이 회사원 강성주(41·가명)씨를 만나 올 1월 결혼식을 올렸다. 조바심 때문에 서둘러 결혼식을 치른 건 아니다. 나이에 비해 준비해 놓은 게 없다 보니 걱정이 많을 뿐이었다. 남편 강씨의 경제 사정도 넉넉하진 않다. 올해 초 사업을 하는 친형에게 빌려준 1억2000만원을 빼면 가진 돈도 없다. 임씨는 행여나 사업이 잘못돼 돈을 몽땅 날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지만, 다행히 형은 수입이 생길 때마다 강씨에게 가장 먼저 갚고 있다.

되레 조바심을 내고 있는 건 강씨다. 나이가 나이다 보니 하루빨리 아이를 갖길 원한다. 반대로 임씨는 천천히 아이를 갖길 희망한다. 애당초 올해 목표가 아동미술학원을 차리는 것이었다. 평생직업을 꿈꾸는 임씨는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출산과 내집 마련 플랜을 세우고 있는 강씨와 최근 자주 의견 충돌을 하는 이유다.

신혼부부 중 상당수는 결혼 초 예상치 못했던 지출에 깜짝 놀란다. 주택뿐만 아니라 장만해야할 게 한두가지가 아니어서다. 언제 집을 사야 할지, 아이는 언제 낳을지 등 부부가 함께 결정해야 하는 중대사항도 많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는 어렵다. 부부는 필자와 함께 앞으로 당면할 재무 이벤트들을 하나씩 준비해보기로 했다.

먼저 부부의 재무상황을 살펴보자. 부부의 월 소득은 577만원이다. 강씨가 350만원, 임씨가 227만원을 번다. 부부는 주요 재무목표로 ‘출산비용’ ‘자동차 교체비용’ ‘내 집 마련’ ‘자녀 교육비’ ‘노후자금’을 꼽았다. 단기간에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목표(출산비·자동차 교체비)와 장기 목표(내 집 마련·자녀교육·노후자금)가 겹쳐 있어 저축 비중을 꽤 늘려야 한다.

출산과 내 집 마련의 우선순위도 가렸다. 아이를 갖는 건 축복받을 일이지만 경제적으로 준비하지 않은 부부에겐 웃을 일만은 아닐 것이다. 집을 장만하는 것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소득수준에 비해 부부가 정한 목표치가 꽤 높다. 두 사람은 경기도권에 위치한 시가 4억5000만원가량의 아파트를 갖길 바라고 있다. 부부가 형에게 빌려준 1억2000만원을 보태도 3억3000만원이 부족하다.

계산기를 두들겨 보자. 1억5000만원을 대출할 경우, 부부는 자력으로 1억8000만원을 마련해야 한다. 준비 기간을 5년으로 잡으면 매월 300만원은 저축해야 한다. 여기에 월 70만원의 대출이자도 있으니, 단기간에 집을 마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부부는 출산자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집은 천천히 생각해보기로 결정했다.

이제 부부의 소비습관을 살펴보자. 소비성 지출로 부부는 월 24만원씩 공과금을 낸다. 월세는 80만원이다. 인터넷·TV·휴대전화 등 통신비는 24만원 지출한다. 생활비는 110만원씩 든다. 자차가 있는 부부는 기름값으로 33만원을 쓴다. 문화생활비로는 20만원이 나간다. 이밖에 보험료(45만원)와 부모님 용돈(10만원)을 합하면 총 347만원이다.

비정기 지출로는 명절비(10만원)·미용비(3만원)·여행비(20만원)가 빠져나간다. 자동차보험과 세금은 월평균 18만원씩 든다. 스타일에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부는 의류비로 25만원을 지출한다. 경조사비는 10만원이다. 금융성상품인 청약저축(4만원)과 CMA통장(151만원)을 합하면 부부는 총 577만원을 남김 없이 쓰고 있다.

일단 강씨 부부는 저축하는 습관을 잘 들여놨다. 월 151만원씩 CMA통장에 붓고 있는데, 현재 637만원을 모았다. 씀씀이도 상담을 받았던 다른 부부들에 비해 큰 편이 아니다. 하지만 부부가 정한 재무목표들을 달성하려면 저축액을 지금보다 꽤 늘려야 할 필요가 있었다. 1차 상담에선 워밍업 겸 간단히 지출을 줄여보기로 했다.

먼저 24만원의 통신비다. 부부는 둘 다 지난해 새 스마트폰을 할부(각 3만원)로 샀고, 이를 조금이라도 할인 받기 위해 비싼 요금제(8만원)를 쓰고 있다. 필자가 항상 강조하듯 할부도 빚이다. 연 5.9~6.1%의 수수료가 붙는다. 부부는 CMA통장에 모아 둔 돈으로 할부금(190만원)을 모두 갚기로 했다. 이에 따라 통신비는 24만원에서 18만원으로 줄었다.

다음으로 생활비(110만원)를 보자. 두 사람의 지출 규모치고는 분명 과하다. 생활비를 어디에 썼는지 자세히 들어보니 부부의 용돈과 외식비, 생필품 등이 포함돼 있었다. 식비가 과한 가정은 아니란 얘기다. 평일에 부부는 회사에서 대부분의 끼니를 해결하므로 평일 식사비가 거의 들지도 않았다.


부부는 생활비를 줄이겠다고 말했다. 우선 30만원을 줄인 80만원으로 생활해 보고 앞으로 생활비를 더 줄일지, 현재 규모를 유지할지 선택하기로 했다. 필자는 부부에게 앞으로 생활비를 외식·용돈·생필품비로 쪼개자고 제안했는데, 그렇게 하면 좀 더 수월하게 지출을 관리할 수 있다. 부부는 2차 상담에서 생활비를 세분화하기로 결정했다.

1차 상담이 모두 끝났다. 부부는 통신비 6만원, 생활비 30만원 등 총 36만원을 절약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저축액까지 합하면 총 191만원의 저축여력이 생긴 셈이다. 하지만 부부가 세운 재무목표들을 달성하려면 이 정도로는 아직 부족하다. 보험료와 문화생활비 등 더 줄일 수 있는 항목도 많다. 어떻게 해야 본격적으로 지출을 줄일 수 있을지는 다음 시간에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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