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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들녘 지킴이 최진우 박사

“금개구리 없으면 개발이익도 없다”

2019. 08. 19 by 김다린 기자

개발 현장에서 환경보호 가치는 힘을 잃는다. 당연히 막대한 개발 이익이 우선일 수밖에 없어서다. “부천시의 유일한 396만㎡(약 120만평) 논습지인 대장들녘을 지키겠다”며 ‘3기 신도시 개발 반대’ 팻말을 꺼내 든 최진우 환경생태연구재단 박사의 주장이 허공의 메아리처럼 맴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최진우 박사를 만났다. 최 박사는 “도시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면 개발 이익이 무슨 소용인가”라며 되물었다.

최진우 박사는 “대장들녘은 친환경 인프라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야생동물들의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사진=천막사진관]
최진우 박사는 “대장들녘은 친환경 인프라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야생동물들의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사진=천막사진관]

지난 5월 정부의 3기 신도시 개발 구상이 마무리됐다. 고양시 창릉동, 부천시 대장동을 예정지로 추가하면서다. 정부 논리는 명확하다. 서울 도심의 극심한 주택난을 덜어 집값 안정을 꾀하겠다는 거다. 대규모 개발이익이 뒤따른다는 점에서 경기부양 기대효과도 높다.

하지만 개발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당장 기존 신도시 주민 반발이 거세다. 주변 아파트 값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개발지역의 불만도 만만찮다. 그린벨트로 오랫동안 묶여 재산권 행사도 못했는데, 강제수용으로 토지를 헐값에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주민이 숱하다. 

집값에 온 관심이 쏠리고, 개발 소문에 전국이 떠들썩한 한국에선 익숙한 다툼이다. 하지만 다른 목소리도 있다. ‘신도시를 건설하면 환경이 파괴된다’는 주장이다. 20여개 부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대장들녘지키기 시민행동’의 목소리다. 시민행동의 정책위원장이자 환경전문가 최진우 박사(환경생태연구재단)는 “금개구리가 없다면 개발이익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 대장들녘이 뭔가.
“김포ㆍ부평평야의 남쪽 끝에 있는 규모 397만㎡(약 120만평)에 달하는 거대한 농경지다. 가을이 되면 수도권 지역에선 드물게 황금빛으로 물든 광활한 논을 볼 수 있다.”

✚ 수도권에 그런 곳이 있었나.
“차가 넘나드는 길목도 아니고, 대중교통이 가로지르는 곳도 아니다보니 존재를 모르는 사람도 많다.”

✚ 신도시 예정지가 됐다. 어떻게 바뀌나.
“대장들녘의 약 80%가 개발 대상으로 포함됐다. 2만 가구를 수용하는 주거단지와 첨단 산업단지가 조성된다고 한다. 패키징ㆍ금형ㆍ로봇ㆍ조명ㆍ만화 등 부천 5대 특화산업과 지식기반산업 관련 기업이 입주할 예정이다.”

정부는 부천시 대장동을 개발 예정지로 추가하면서 3기 신도시 개발 구상을 마무리했다.[사진=연합뉴스]
정부는 부천시 대장동을 개발 예정지로 추가하면서 3기 신도시 개발 구상을 마무리했다.[사진=연합뉴스]

✚ 농경지가 첨단도시로 바뀌는 건 그럴듯한 계획이다.
“대장들녘은 부천의 마지막 남은 대단위 그린벨트다. ‘대장들녘을 무엇으로 바꾸겠다’는 건 지역 정치인의 단골공약이었다. 신도시 개발 계획도 그들의 공약과 크게 다를 게 없다.”

대장들녘에 각종 개발 계획이 수립된 건 2007년부터다. 하지만 지역여론 반대에 부딪혀 계획은 번번이 좌초됐다. 지난해 부천시 주도로 ‘친환경산업단지’ 개발이 진행됐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신도시 예정지로 확정되자 반대 여론이 몰라보게 줄었다. 시가 주도하던 사업 규모를 뛰어넘는 데다 지하철 노선 연장, 서운IC 신설 등 교통 인프라 확충까지 담긴 매머드급 계획이라서다. ‘돈’이 대장들녘을 개발하지 말아야 할 ‘환경적 명분’을 집어삼킨 셈이다. 

✚ 3기 신도시는 정부 국책사업이다. ‘논을 보호하자’는 논리로 맞설 수 있을까.
“논에선 벼만 자라는 게 아니다. 경작기간에 물을 담아두는 인공습지 역할을 톡톡히 한다. 대장들녘도 한강과 연결된 동부간선수로에서 4월 중순부터 물을 끌어들여 모내기를 하고 10월 중순에 물을 빼 추수한다. 농사를 짓지 않는 논도 생태학적 가치가 있는 습지로 인정하고 보호하는 게 전세계적 추세다.”

✚ 그럼에도 도심지역 농경지는 활용도가 낮다.
“대장들녘이 특별한 건 부천의 빈약한 환경 인프라 때문이다. 부천시 인구밀도는 1㎢당 1만6261명이다. 서울 다음으로 전국 2위다. 광역시인 대구와 비교하면 6배나 높다. 산림면적 비중은 13.6%로 전국 최하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한 전세계 초미세먼지 고농도 100개 도시 리스트에 오를 정도로 미세먼지 피해도 심각하다.”

✚ 미세먼지와 논이 무슨 상관이 있나.
“부천의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건 분지형태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맑고 찬 공기를 부천 시내로 끌어들여 농도를 낮추는 바람길의 역할을 대장들녘이 하고 있다.”

환경보존 여론을 신경 쓴 탓인지 3기 신도시 개발엔 지역 일부를 친환경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장덕천 부천시장이 지난 5월 SNS에 올린 글도 같은 맥락이다. “새로 조성될 7만3788주의 공원 조경수가 미세먼지 저감, 대기정화, 이산화탄소 흡수, 열섬현상 완화 측면에서 환경적 가치가 월등하다.”

✚ 시는 친환경공원 조성으로 피해를 상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논과 나무의 생태환경 우위를 비교한 건데 근거가 없다. 국립농업과학원의 계산법을 적용해보니 대장들녘의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조경수 7만2788주보다 약 4.2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애초에 도시엔 녹지와 습지 둘 다 필요하다. ‘뭐가 더 낫기 때문에 뭐를 없애자’고 할 일이 아니라는 거다. 공원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또 있다.”

✚ 무슨 문제인가.
“대장들녘은 수많은 야생동물의 쉼터다. 대장들녘 생태조사에 따르면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와 쇠기러기,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큰기러기 등이 서식하고 있다. 얼마 전엔 시민들과 함께 금개구리 서식처를 견학하기도 했다. 그간 이 일대엔 총 32종의 법정보호종이 출현했다. 공원으론 이런 서식지 조건을 맞추기 어렵다.”

✚ 법정보호종이 경제 관점에서 개발이익을 앞지를 수 있을까.
“신도시를 만들면 개발이익이 큰 거 다 안다. 자연보호도 좋지만, 지금은 경기 활성화가 우선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높은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자. 그렇게 경제가 걱정되면, 환경훼손에 따른 경제적 손실 역시 같이 따져봐야 하지 않겠나.”

✚ 환경영향평가 과정을 거치지 않는가. 
“녹지 감소율 등을 두툼한 보고서에 담을 뿐이다. ‘시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물음에 ‘환경이 좋아지지 않는다’는 추상적인 답밖에 없었다. 정부와 개발업자가 좋아하는 구체적인 수치와 통계를 대장들녘의 환경 가치에도 적용해줬으면 좋겠다.”

✚ 한국에선 그런 생태환경 평가를 하는 일이 드물다.
“정부가 올해 미세먼지 저감대책에 3조원 넘게 책정했다. 10년 전에 이런 소식을 들었다면 ‘예산낭비다’며 코웃음을 쳤겠지만, 지금은 어떤가. 당장 미세먼지 이슈로 국민 모두가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고 하니 어떻게든 해결하라고 재촉하지 않나. 그만큼 환경은 리스크의 종류와 크기를 예측하기 어렵다.”

✚ 그럼에도 신도시 개발은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신도시 개발 이익은 특정한 사람에게만 쏠린다. 하지만 자연훼손의 악영향은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평등하게 다가간다는 점에서 더 섬뜩하다. 국책사업과 환경보전에서 오는 경제적 편익을 비교해 개발이나 보전을 결정지을 수 있는 논리를 정부가 갖고 있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지 않고선 어떤 개발이익도 진정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글=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사진=오상민 천막사진관 작가 studiot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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