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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

금호 오너 일가에게 아시아나 인수전 주도할 자격 있는가 

2019. 08. 27 by 김다린 기자

아시아나항공은 대형 매물이다. 인수자가 누가 됐든 단숨에 재계 지형을 바꿀 수 있다. 매각 공고가 공시되고 매각 방침이 정해지는 찰나, 시장은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박세창(44) 아시아나IDT 사장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가이드라인을 설명했기 때문이다. 과연 박 사장에겐 아시아나 인수전을 주도할 자격이 있는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금호 오너 일가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상관관계를 취재했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가이드라인을 밝힌 것을 두고 의문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사진=연합뉴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가이드라인을 밝힌 것을 두고 의문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사진=연합뉴스]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돼야 아시아나항공의 중장기 미래가 담보된다. 그런 관점에서 아시아나항공 미래에 도움이 되는 회사가 매수자로 선택되길 바란다. 일괄매각이 원칙이며, 다른 옵션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 그게 매각을 순조롭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다만 금호석유화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7월 25일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6868만8063주(31.05%)의 매각공고를 냈고, 곧이어 방식과 원칙을 직접 발표했다. 계열사가 포함된 ‘일괄매각’, 금호산업 보유지분을 파는 ‘구주 전량 매각’, 특수관계로 얽힌 ‘금호석유화학 참여 불가’ 등이다.

4월 매각 발표가 나올 때만 해도 반응이 뜨거웠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관심은 금세 잠잠해졌다. 인수ㆍ합병(M&A) 시장이 설設만 무성하게 피어오르는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냉온탕의 반복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럴 때 냉랭해진 시장의 시선을 확실하게 끌어모을 수 있는 카드는 매각 주체가 나서는 것이다. 떠도는 소문을 일축하고, 인수 후보자에게 확실한 시그널을 줄 수 있어서다. 이런 중요한 자리에 등장한 건 뜻밖에도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었다. 박 사장이 대외활동에 활발했던 부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다른 길을 걸어왔기 때문은 아니었다. 과연 그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을 대표할 만한 인물이냐는 이유에서였다. 

M&A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박 사장이 전면에 나서 매각의 방침을 선언하고 특정기업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참여 불가를 못 박은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 이번 인수전의 배경을 살펴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오너 일가가 전면에 나서는 건 적당하지 않다. 더구나 박 사장은 대표성도 부족하다.” 

언뜻 보면 박 사장의 등장은 어색할 게 없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체는 금호그룹이다.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지분 31.05%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파트너로 있지만 직접 관여할 명분은 적어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재무상황이 나빴던 거지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빠진 건 아니다. 

그렇다고 그룹 회장직을 내려놓은 박삼구 전 회장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낼 순 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연히 ‘3세 경영자’로 평가받던 박세창 사장의 상징성은 충분해 보인다. 금호그룹 관계자도 “박 사장은 그룹 지주사인 금호고속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면서 “박 사장이 아닌 다른 적절한 인물이 있느냐”며 되물었다.

박세창의 진성매각 원칙론

하지만 박세창 사장의 상황을 꼼꼼히 따지면 얘기가 다르다. 박 사장의 공식직함은 아시아나IDT 사장이다. 아시아나IDT는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다. 매각회사 자회사의 사장이 매각 상황을 직접 알리는 건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다. 박 사장은 매각의 실질주체인 금호산업 경영과도 무관하다. 26명의 금호산업 이사회 인원 중 박세창 사장의 이름은 없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임원도 아니다. 두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룹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만큼 확실한 실적을 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아시아나IDT는 올해 상반기 39억92만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018년 상반기(83억5838만원)보다 53.3%나 감소한 실적이다.

원인은 주요 매출처인 그룹의 실적 악화다. 아시아나항공은 2분기 1241억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냈고, 에어부산ㆍ에어서울 등도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아시아나IDT의 그룹 내부거래 비중은 58.1%로 높다.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건 짧은 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당분간 그룹 내에서 박 사장이 큰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금호그룹의 주장대로 그나마 내세울 수 있는 건 박 사장이 금호고속 지분 21.17%를 보유한 2대주주란 점이다. 금호고속은 금호산업의 최대주주다. 하지만 오너 일가→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 순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선 연결고리가 느슨하다.

오너 일가란 점이 특별한 명분이 될 수도 없다. 채권단과 시장이 금호그룹 오너 일가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다. 경영부실 책임이 박 전 회장에게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이는 박 전 회장에게만 따라붙는 책임이 아니다. 올해 4월 박 전 회장이 퇴진을 발표하고 난 뒤의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말을 들어보자.

“지원 기준은 대주주의 재기가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이라는 회사를 살리기 위한 것이 돼야 한다. 보도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이 물러나고 아들(박세창 사장)이 경영하겠다고 하는데, 과연 그 두 분이 뭐가 다른가.”

이런 상황에서 명분이 없는 박 사장이 ‘일괄매각’ ‘구주매각’ ‘금호석화 참여 불가’ 등을 선언한 걸 두고 시장은 못마땅한 눈치다. 금호산업 보유지분에 높은 가치가 매겨지게끔 유도하고 있는 셈이라서다. “매도인이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반론이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상황은 그렇게 간단한 방정식이 아니다. 

무시하기 어려운 채권단의 영향력

금융업계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겉으로 보기엔 금호그룹이 매각을 주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멀쩡히 운영되고 있고 상장주식도 정상거래 중이다. 하지만 시장의 판단은 다르다. 채권단은 감사보고서 ‘한정’ 사태에 이은 매각 발표 직후 아시아나항공에 4000억원의 유동성을 지원한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이때 자금을 수혈하지 않았다면 아시아나항공이 언제 무너질지 모를 한계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주도권이 미묘하게 엇갈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수후보자 입장에선 돈을 받아 기업을 연명해놓고 금호그룹이 인수전을 주도하는 게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박 사장이 직접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건 어불성설이다.”

러브콜이 넘칠 것 같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오리무중에 빠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현재 제주항공을 보유 중인 애경그룹과 한진칼 2대 주주인 사모펀드 KCGI를 제외하면 공식적으로 인수의사를 밝힌 곳은 없다. 시장은 묻는다. “과연 박 사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주도할 자격이 있는가.”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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