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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파괴하고, 자연이 복원한

[김승구 개인전 ‘밤섬’] 버려진 섬, 바람에 물결에

2019. 08. 27 by 이지은 기자
❶김승구, 밤섬_Untitled 03, 2018년, 150x840㎝, 피그먼트 프린트
❶김승구, 밤섬_Untitled 03, 2018년, 150x840㎝, 피그먼트 프린트

서울의 한강 한가운데 수풀 무성한 자연 섬이 있다. 그 옆에는 고층빌딩이 빼곡히 들어선 또 하나의 섬이 자리한다. 도심 속의 두 섬, 밤섬과 여의도의 풍경이다. 1968년 400여명의 밤섬 주민들은 강제 이주됐다. 국가 발전이란 명목을 위해 소수의 희생이 당연시되던 시기다. ‘돌격 건설’의 기치 아래 진행된 여의도 개발사업으로 마을은 폭파되고 ‘사람이 살던 밤섬’은 그렇게 사라졌다.

밤섬은 50년이라는 긴 시간 사람의 출입이 통제된 채 자연스럽게 복원됐고, 2012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됐다. 람사르 습지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람사르협회가 지정·등록해 보호하는 곳을 말한다. 밤섬은 전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도심 속 철새 도래지로서 생태 경관 보전 지역이다.

‘인간이 파괴하고, 자연이 복원한 섬’ 밤섬의 모습을 담은 전시가 열린다. 김승구의 개인전 ‘밤섬’은 KT&G 상상마당의 한국사진가 지원 프로그램인 제11회 KT&G SKOPF에서 최종작가로 선발된 작가가 2011년부터 기록해 온 작품들을 선보이는 자리다. 인간이 파괴하고 자연이 복원한 서울 한강의 밤섬 시리즈 25점이 전시된다.
 

❷김승구, 밤섬_Untitled 02, 2018년, 80x100㎝, 피그먼트 프린트 ❸김승구, 밤섬Untitled 40, 2018년, 80x100㎝, 피그먼트 프린트
❷김승구, 밤섬_Untitled 02, 2018년, 80x100㎝, 피그먼트 프린트 ❸김승구, 밤섬Untitled 40, 2018년, 80x100㎝, 피그먼트 프린트

서울에 살면서 어린 시절부터 밤섬을 봐온 작가는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 다가가거나 감각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인 그곳이 늘 궁금했다고 말한다. 그 때문인지 그는 밤섬 주변을 서성이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오랜 시간 공을 들인 끝에 서울시로부터 촬영 허가를 받았지만 밤섬을 주제로 다양한 접근과 표현을 고민하던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인간에 의해 버려진 밤섬은 폐허 속에서 스스로 돋아나, 바람과 물결을 맞으며 자생했다. 그렇기에 작가는 밤섬을 야생의 법칙으로 지켜주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2011년부터 배를 타고 들어가 무질서한 자연과 저 멀리 작은 도시를 보고 있으면, 우리가 평소 떠올리지 않는 ‘문명 이전 혹은 인류 이후’를 상상하게 된다.” 그가 작가노트에 밝힌 것처럼 밤섬은 도시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국가 개발에 의해 문명의 바깥으로 밀려난 우리 현대사의 단면인 동시에, 인류 과거의 증거이자 미래의 모습이다. 9월 22일까지 KT&G 상상마당 홍대 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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