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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상선 | 반쪽짜리 흑자실적

[Company Insight SM상선] 흑자 일궜지만 과제도 숱하게 남았네

2019. 08. 27 by 고준영 기자

SM상선이 나홀로 웃음꽃을 피웠다. 국내 컨테이너선사들의 실적이 죽을 쑤고 있는 가운데 SM상선은 흑자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뻐하기엔 아직 이르다.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하는 등 반쪽짜리 실적에 불과해서다. 흑자를 기록했지만 흑자가 아니란 얘기다. SM상선,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더스쿠프(The SCOOP)가 SM상선의 실적을 분석해봤다. 

SM상선이 올 상반기 흑자를 일궜다. 하지만 동시에 영업손실도 냈다.[사진=연합뉴스]
SM상선이 올 상반기 흑자를 일궜다. 하지만 동시에 영업손실도 냈다.[사진=연합뉴스]

SM상선이 올 상반기 흑자를 일궜다. 지난 7일 공개된 실적 자료에 따르면 SM상선은 올 상반기 5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SM상선이 지난해 8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분위기가 제법 괜찮다. 

박기훈 SM상선 대표는 7월 열린 임직원 간담회에서 “2019년을 흑자전환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는데, 업계 안팎에선 “이 기세를 하반기까지 이어간다면 현실화할 가능성이 없진 않다”고 내다보고 있다. 

SM상선은 올해로 출범한 지 2년째다. 2017년 한진해운의 미국과 아시아 노선을 인수하면서 뱃고동을 울렸다. 올해 흑자전환에 성공한다면 상당히 빠른 시간에 정상화를 이루는 셈이다. 시장에서 SM상선의 이번 ‘호실적’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목할 점은 다른 컨테이너선사들의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SM상선 홀로 웃음꽃을 피웠다는 거다. SM상선과 같은 원양선사인 현대상선은 올 상반기 379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국내 대표 근해선사 중 한곳인 흥아해운도 28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국내 컨테이너선사들이 적자에 허덕인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컨테이너의 시황이 신통치 않아서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이 배를 바짝 늘려 경쟁력을 높인 것도 국내 컨테이너선사들에 악재로 작용했다. 쉽게 말해, 국내 컨테이너선사들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거다.

[※참고 : 해운엔 크게 화물을 컨테이너에 담아 수송하는 컨테이너와 곡물ㆍ광석 등의 화물을 포장하지 않은 채 실어 나르는 벌크가 있다. 회복세가 더딘 컨테이너와 달리 벌크는 철광석 가격 상승 등 효과로 시황이 살아나고 있다. 팬오션ㆍ대한해운 등이 국내 대표 벌크선사다.]
 
SM상선은 나쁜 상황을 딛고 흑자를 달성한 이유로 ‘노선 합리화’를 꼽았다. 회사 관계자는 “적자노선을 정리하고 특수화물(오렌지 등)을 유치한 게 주효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SM상선의 호실적이 하반기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SM상선이 기록한 흑자실적이 반쪽짜리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SM상선은 올 상반기 5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그와 동시에 11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는 영업 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컸지만, 본업인 해운에선 실적이 나빴다는 뜻이다. 역으로 돌려보면, 해운사업에서 실적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SM상선이 올해 흑자전환하기는 어려울 거란 얘기다. SM상선 관계자는 “상반기 전체 흑자를 내진 못했지만, 영업손실 규모가 줄어든 건 긍정적인 시그널”이라면서 “하반기에 잘 풀리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가 SM상선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사진=연합뉴스]
미중 무역전쟁 여파가 SM상선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사진=연합뉴스]

문제는 하반기 시장 전망이 썩 밝지 않다는 점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다. 무역전쟁 여파로 양국을 오가는 화물이 줄면 컨테이너선사들의 실적이 감소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주노선이 주력인 SM상선으로선 무역전쟁에서 기인하는 타격이 더 아프게 다가올 공산이 크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소비국가이기 때문에 어쨌든 수입은 해야 한다”면서 “최근 중국 대신 주변 국가에서 미국으로 가는 화물이 늘어난 이유인데, 그럼에도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을 안 받을 순 없다”고 설명했다. 

기저효과도 감안해야 한다. 지난해 하반기엔 화주들의 밀어내기 물량이 쏟아지면서 원양선사들의 미주노선 실적이 꽤 쏠쏠했다. 밀어내기 물량이란 관세가 부과될 것을 대비해 미리 화물을 보내는 걸 말한다. 하지만 올해는 밀어내기 물량을 기대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상당 부분 관세가 적용된 데다,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불안감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면서 그 이유를 설명했다. 

올 하반기 좋은 실적을 거둔다고 해도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 이후 상황은 더욱 불투명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2020년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시작된다. 선박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SOx)을 줄여야 하는데, 선택지는 총 3가지다. LNG연료추진선이나 스크러버(황산화물 저감장치)를 장착한 선박으로 바꾸는 것, 아니면 저유황유를 쓰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해도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무엇보다 LNG연료추진선은 인프라가 열악한 데다 건조비용도 만만치 않다. 스크러버를 설치하려고 해도 많은 비용이 드는 건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맘놓고 저유황유를 쓰기에도 무리가 있다. 저유황유 사용에 따른 위험요인 때문이다.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본부장에 따르면 저유황유는 가격과 품질, 공급량에서 리스크가 크다. 현재 저유황유의 가격은 일반 연료보다 20~30% 비싼데, 향후 수급에 따라 어떻게 뛸지 알 수 없다.

선박과 엔진의 종류에 따라 저유황유를 사용하는 데 무리가 따를 수도 있다. 이는 대다수 조선사나 엔진제조사들도 명쾌한 답을 주지 않는다. 황 본부장은 “저유황유를 사용했다가 배가 멈춘 사례도 있다”면서 “저유황유 사용에 따른 대책과 연구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컨테이너선사들의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SM상선만이 축포를 터뜨렸다. 하지만 자축하기엔 이르다. 상반기 흑자가 반쪽짜리에 불과한데다, 풀어야 할 숙제가 숱해서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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