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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료 다시 뜬 이유

집밥 귀해지자… 조미료의 ‘귀환’

2019. 08. 28 by 이지원 기자

감칠맛을 내는 ‘마법의 가루’ 조미료가 찬장 속에 몸을 숨겨야했던 건 1990년대다. 당시 ‘미원’의 주원료인 MSG(L-글루타민산나트륨)가 건강에 나쁘다는 인식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식약처가 나서 MSG의 무해성을 강조했지만, 소비자 인식을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랬던 조미료의 판매량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달라진 소비자 인식, 쿡방 열풍, HMR의 인기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쳤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조미료의 귀환에 숨은 경제학을 취재했다. 

요리 인구의 감소로 주춤하던 조미료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요리 인구의 감소로 주춤하던 조미료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넣은 사람’은 있지만 ‘넣었다는 사람’은 없던 조미료. 밥상 위의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조미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조미료를 둘러싼 부정적 인식이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은 데다 밥을 지어서 먹는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미료의 상승세는 이례적이다. 조미료가 다시 떠오른 이유가 무엇일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최근 흥미로운 내용의 뉴스레터를 발표했다. “조미료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는 게 골자였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조미료(복합조미식품) 소매 시장 규모는 20 16년 1564억원에서 지난해 1599억원으로 2.3% 증가했다.[※참고|조미료는 복합조미식품에 포함되며, 종합조미료(일반조미료ㆍ자연조미료)ㆍ발효조미료 등으로 구분된다.]

브랜드별로는 조미료의 대표격인 ‘다시다’를 판매하는 CJ제일제당의 점유율이 56.7%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미원’을 판매하는 대상(36.1%), ‘참치액’을 판매하는 한라식품(3.2%) 등이 이었다. 소매시장뿐만 아니라 조미료 전체 시장도 성장세다. 2015년 5248억원(이하 식품의약품안전처)이던 복합조미료 판매액은 2017년 7758억원으로 47.8%나 껑충 뛰었다. ‘MSG’로 잘 알려진 식품첨가물 L-글루타민산나트륨 실적도 증가했다. 같은 기간 L-글루타민산나트륨 판매액은 431억원에서 435억원으로 늘었다.

그렇다면 조미료는 명절 선물로 주고받던 1960~1970년대 전성기를 재현할 수 있을까. 조미료가 다시 뜨는 이유를 살펴보면 조미료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다. 무엇보다 ‘조미료는 해롭다’는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1990년대만 해도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화학조미료’라 불리는 MSG에 등을 돌리는 소비자가 많았다. 여파는 20여년간 이어졌다.

2013년엔 국정감사에서도 MSG가 언급됐다. 송광호(당시 새누리당) 전 의원은 “정부가 MSG를 안전한 식품첨가물로 공인했지만, 일부 군부대나 학교에서 MSG를 사용하지 않는 등 일부 부처와 지자체의 정책과 엇박자가 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음식점 자영업자들이 영업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미료의 미래 밝을까 

이후 식약처는 MSG의 거부감 지우기에 적극 나섰다. 2014년 식약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세계보건기구(WHO) 자료를 인용해 “MSG는 평생 먹어도 안전한 식품첨가물이다”는 내용의 웹진을 발행했다. MSG의 용어도 바꿨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MSG 대신 L-글루타민산나트륨으로 표기하도록 했다. 지난해엔 ‘식품첨가물의 기준 및 규격’ 일부 고시를 통해 L-글루타민산나트륨의 공식 명칭을 화학적합성품에서 향미증진제로 변경했다. 

식품업체도 ‘건강한 조미료’ 만들기에 발벗고 나섰다. CJ제일제당과 대상은 2007년 원물 조미료 산들애와 맛선생을 각각 선보였다. 샘표식품의 경우 식물성 원료인 콩을 사용한 ‘연두’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2012년 출시 이후 매출액 200억원(2018년 기준)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샘표식품 관계자는 “연두의 경우 화학성분이 아닌 콩 발효 엑기스를 사용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준다”면서 “기존 조미료 시장을 탈피해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고 말했다. 

HMR 시장의 성장이 조미료 매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사진=뉴시스]
HMR 시장의 성장이 조미료 매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사진=뉴시스]

최근 수년간 ‘쿡방(Cook+방송)’이라 불리는 음식 관련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꼽힌다. 요리에 서툰 젊은층이 요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쉽게 맛을 낼 수 있는 조미료에 손을 뻗쳤다는 거다. 2015년 영화배우 차승원씨가 TV프로그램에서 참치액(액상조미료)을 사용한 이후 참치액 판매량이 급증한 건 단적인 예다.

참치액을 판매하는 한라식품은 지난해 5193억원(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매출액을 올려 제조사별 소매시장 매출 순위 3위를 차지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참치액의 경우 TV프로그램의 영향이 컸다”면서 “방송을 본 소비자를 중심으로 인기가 높아져 그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달 음식 시장과 HMR(Home Meal Re placementㆍ가정간편식) 시장이 급성장한 것도 조미료 판매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조미료 시장의 경우 B2B(기업대 기업간 거래)와 B2C(기업대 소비자간 거래) 비중이 6대4 정도”라면서 “한동안 가정시장에서 조미료 판매가 주춤한 사이 HMR 시장 등이 급성장하면서 이를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중에 판매되는 HMR 제품을 살펴보면, 향미증진제 등이 포함된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김태희 경희대(외식경영학) 교수는 “가공식품의 경우 맛을 내기 위해 조미료를 포함한 첨가물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면서 “대중적인 입맛에 맞춰야 하는 식품업체와 외식업체가 조미료를 사용하면서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외식이나 HMR로 끼니를 해결하는 이들이 증가하는 만큼 당분간 조미료 소비도 증가할 공산이 크다. 실제로 외식 비용으로 한달에 10만원 이상 지출하는 가구 비중은 2016년 52.9%에서 지난해 57.1%로 높아졌다. 주 1회 이상 배달(테이크아웃) 음식을 먹는 가구 비중 역시 같은 기간 22.0%에서 30.0%로 8.0%포인트 상승했다. 집밥이 귀해진 게 조미료 업계엔 뜻밖의 호재가 된 셈이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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