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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경쟁에만 몰두 혁신 잃어 가치도 떨어져

[SCOOP? STORY!] 스마트폰의 혁신 없는 스펙 경쟁

2019. 08. 30 by 이혁기 기자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또 스펙경쟁에 돌입했습니다. 최근 출시된 스마트폰들은 하나같이 전작보다 좋아진 카메라 성능과 화질, 처리속도 등을 내세웁니다. 그런데, 폴더블폰을 제외하니 스마트폰의 상징이었던 혁신적인 기술은 보이지 않습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혁신 없는 스펙경쟁을 취재했습니다.

최신 스마트폰이 혁신적인 건 아니다. 가격만 비싼 기종도 많다.[사진=뉴시스]
최신 스마트폰이 혁신적인 건 아니다. 가격만 비싼 기종도 많다.[사진=뉴시스]

올 상반기 스마트폰 업계를 뜨겁게 달군 건 ‘폴더블폰’이었습니다. 화면이 접히는 이 기기는 “요즘 스마트폰엔 혁신성이 없다”는 소비자들의 평가를 뒤집기에 충분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제조사들도 앞다퉈 폴더블폰을 개발하는 데 열중했습니다. 첫 테이프를 끊은 주인공은 삼성전자였습니다. 올 2월 접히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를 공식적으로 선보였고, 세계인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죠.

하지만 갤럭시 폴드는 출시를 앞두고 구설수에 휘말렸습니다. 사전 체험자들이 잇달아 내구성에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화면이 접혔다 펴지는 과정에서 접히는 부분에 틈이 발생했고, 여기에 이물질이 들어가면서 화면이 손상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문제로 4월 26일 론칭할 예정이었던 갤럭시 폴드는 출시일이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결국 삼성전자는 지난 7월 25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갤럭시폴드의 내구성을 강화하고 외부 이물질이 침투되지 않도록 구조를 보강했다”며 “9월 중 갤럭시 폴드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접히는 스마트폰’에 쏠렸던 대중의 관심도 빠르게 식었죠.

이제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경쟁 분야는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듯합니다. 최근 출시됐거나 출시 예정인 스마트폰들이 하나같이 성능 향상을 장점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23일 출시한 ‘갤럭시노트10’을 간단히 살펴볼까요?

이 제품은 전작인 ‘갤럭시노트9(6.4인치)’보다 조금 더 큰 6.8인치 디스플레이를 갖췄습니다. 무게는 201g에서 196g으로 줄었고, 후면 카메라는 2개에서 3개로 늘었습니다. 스마트폰의 처리속도와 관련 있는 메모리(RAM)의 변화는 특히 눈에 띕니다. 기존 6GB에서 12GB로 두배나 늘었기 때문입니다. 저장공간도 128GB에서 256GB로 증가했습니다. 마이크로SD를 쓰면 최대 1TB까지도 늘릴 수 있습니다.

기기 스펙에 치중하고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뿐만이 아닙니다. 애플의 최신작인 ‘아이폰XS 맥스’는 최고 512GB의 저장 공간을 뽐냅니다. 전작 ‘아이폰X’ 기본 모델의 4배나 됩니다. 올가을에는 ‘아이폰11’의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카메라를 2개에서 3개로 늘린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세계 최초로 후면에 카메라 3개를 장착해 화제를 모았던 화웨이도 7월 5G를 탑재한 스마트폰(메이트20X)을 선보였습니다. 이 스마트폰은 후면에 무려 4000만 화소의 카메라를 탑재했습니다. 배터리 용량은 5000mAh로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화려한 스펙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스마트폰에선 그다지 혁신성이 느껴지질 않습니다. 저마다 장점이라 강조하는 ‘전자파 지문인식’ ‘얼굴인식’ ‘고화질 디스플레이’ ‘고화질 광각 카메라’ 등의 기술은 앞서 언급한 스마트폰들이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죠. 소비자들 사이에서 “디자인 외에는 차이점을 모르겠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10플러스5G’에서 사물의 길이를 자동으로 측정하는 ‘뎁스비전카메라’를 탑재한 것, 애플이 DSLR 카메라처럼 인물이 강조되는 ‘인물 사진’을 추가한 것 정도가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물론 업체들이 스마트폰 성능 경쟁에 몰두하는 게 잘못됐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한때 스마트폰 업계를 이끌던 건 ‘혁신’이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됩니다. 성능 향상은 기본이었죠. 신민수 한양대(경영학) 교수는 “소비자들이 쓴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스마트폰을 버리고 새 스마트폰을 사는 건 이들 기기가 가진 혁신적인 기능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혁신성을 잃어버린 스마트폰은 정체성을 잃은 것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쓸모없는 스펙경쟁에 가격만…

문제는 혁신을 잃은 스펙경쟁이 가격만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갤럭시노트10(기본모델 기준)은 124만8500원으로 전작(109만4500만원)보다 15만4000원 더 비쌉니다. 애플이 최근 출시한 아이폰XS는 137만원으로 스마트폰 중에서 비싼 편에 속합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스펙 경쟁 중인 스마트폰 시장은 과거 PC시장을 보는 것 같다”면서도 “차이점이 있다면 PC는 가격이 점차 인하됐지만 스마트폰은 갈수록 오른다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성장동력이 사라진 탓인지 급격히 커지던 스마트폰 시장도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습니다. IT리서치업체 가트너는 지난 1분기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이 3억730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올해 스마트폰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2.5% 줄어든 15억대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내놨죠.

스마트폰 교체 주기도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베이스트리트리서치는 2014년 23개월이었던 스마트폰 평균 교체주기가 올해 33개월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스마트폰을 바꿀 이유가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내년 쯤엔 5G로 스마트폰 시장이 다시 활력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4월 초 상용화된 5G의 이용자수는 6월 기준 133만6865명으로 가파르게 상승 중인데, 5G는 전용 스마트폰을 써야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새 스마트폰을 사는 소비자들도 늘어날 거란 분석입니다. 발매가 미뤄졌던 갤럭시폴드(삼성전자·9월), 메이트X(화웨이·11월 예정) 등 폴더블폰이 하반기에 출시되는 것도 기대 요인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폴더블폰 이후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만한 혁신적인 기술을 들고 나올 수 있을까요? 아니면 스펙 경쟁을 계속 반복하게 될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IT전문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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