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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지혜 디지털 전환 바란다면 수직성과 권위부터 내려놔야

최윤석 가트너 파트너의 일침 “ABCD로 먹고 살자는 건 ABCD도 모르는 소리” 

2019. 09. 04 by 김다린 기자

놀라운 기술 발전이 삶을 뒤바꾸고 있다. 우리는 이런 변화를 ‘4차 산업혁명’이라고 일컫는다. 모든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블록체인(Blockchain), 클라우드(Cloud), 데이터(Data) 등을 외치는 시대. 한국 중소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최윤석 가트너 시니어 파트너는 “새로운 소비자와 시장을 창출하는 게 혁신이다”면서 “첨단기술은 그 아래에 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ABCD에 집착하지 말라는 소리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그를 만났다. 

최윤석 가트너 시니어 파트너는 “중소·중견기업은 유연한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사진=천막사진관]
최윤석 가트너 시니어 파트너는 “중소·중견기업은 유연한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사진=천막사진관]

✚ 전세계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중소ㆍ중견기업의 상황은 어떤가.
“정확히 파악하긴 어렵다. 순조롭게 적응하는 회사가 있는 반면, 아닌 곳도 있다. 전체를 봤을 땐 시작단계인 것 같다.”

✚ 첨단기술은 대기업과 선진국의 전유물처럼 보인다.
“진입장벽이 높아 보이지만 편견이다. 4차 산업혁명의 꽃은 누구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모델만 갖고 있으면 제품을 만들고 상품화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 그럼에도 두각을 나타내는 건 글로벌 대기업뿐이다.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자금력과 풍부한 인력풀은 대기업만의 강점이다. 하지만 복잡한 의사소통 체계나 보수적인 경영 태도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반면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유연성과 민첩함을 갖추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힘이다.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 어떤 방법인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다. 사업을 디지털 시대에 맞춰 사업 전체를 다시 구상하고 변형ㆍ적용하는 일을 일컫는다. 이건 어느 한 사람 또는 한 부서가 단독으로 이끌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기업 내 모든 조직원의 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다. 보수적인 대기업보단 규모가 작은 중소ㆍ중견기업에 수월한 일이다.”

✚ 한국 중소기업계는 변화된 환경을 따라잡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다들 변하고 있으니 우리도 뭔가 해야 한다는 막연한 불안감의 발로 아니겠는가. 특히 이런 모습은 ‘ABCD’만 좇는 기업에 잘 나타난다.”

✚ ABCD가 뭔가.
“인공지능(AI)ㆍ블록체인(Blockchain)ㆍ클라우드(Cloud)ㆍ데이터 분석(Data analysis)에서 따온 말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설명하는 용어다.”

✚ 핵심기술을 추구하는 게 문제가 되나.
“많은 기업 경영진이 이렇게 얘기한다. ‘우리 이제부터 ABCD로 먹고살자.’ 그런데 ABCD는 기술이다. 음식으로 치면 재료다. 재료를 그냥 먹을 수 있나. ABCD를 어떻게 요리할지를 고민하지 않는다. 단어 자체를 유행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남이 하니까 따라하는 거다. 그러다보면 ‘ABCD를 하고 있으니 우리도 디지털 전환 중이다’는 착각에 빠진다. 기술은 기업 경영을 향상시키는 원동력이지, 최종 목표가 아니다. 결국 조직의 리더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느냐가 중요하다.”

✚ 리더가 어떻게 해야 하나.
“가트너는 디지털 전환의 방해물로 수직적이고 경직된 기업문화를 꼽는다. 과거처럼 권위로 통제해선 ‘왜 디지털 전환이 필요한가’라는 물음에 직원들이 답을 내기 어렵다. 조직에 배어 있는 관성을 극복해야 하는 건 리더의 몫이다. 리더는 조직의 모든 변화의 시작점이지 않은가. 디지털을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로 바꿔야 한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스마트공장에서 쓰는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를 예로 들어보자. 아무리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마법 같은 기술이라 한들, 노동조합의 입김이 센 기업에 RPA를 덜컥 적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구성원들이 동의하지도 않을뿐더러 공감을 얻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 첨단기술이라고 다 유용하고 좋은 건 아니라는 건가.
“언급했듯 디지털 전환은 기업 내 모든 조직원의 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빠르게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간 디지털 정보는 소수의 IT 전담팀이 독점해왔다. 지금은 전사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중소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공유를 하는 것도, 설득을 하는 일도 쉽다.”

✚ 중소기업은 투자에 한계가 있을 텐데.
“물론이다. 실패에 따른 리스크도 대기업보다 높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의 디지털 담당 리더는 적합한 규모의 투자와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세워둬야 한다. 뜬구름 잡는 미래계획을 세울 게 아니라, 당장 제품화할 수 있는 기술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리스크 때문에 도입을 망설이는 중소기업도 많다.
“차별성 있는 상품ㆍ서비스를 내놓지 못할 공산이 크다. 실패한 상품을 그대로 시장에 두기 때문에 관련 비용은 계속 나간다. 이제 그런 기업들의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시대다.”

✚ 디지털 전환을 하는 것도, 하지 않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컨설팅을 하다보면 백지상태에서 오는 기업도 있고, 나름의 전략을 세워서 노크하는 기업도 있다. 둘 중 어느 쪽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리스크에 꺾여 도전이 실패하더라도 계속 시도해 나가는 기업이 승기를 잡을 거라 본다. 기업의 리더라면 디지털 전환을 향한 끝없는 탐구, 디지털 야망(Digital ambition)을 품어야 한다.”

✚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최적의 전략이 있다면.
“모든 비즈니스 결정엔 리스크가 있다. 그중에서도 새로운 시장, 새로운 사람, 새로운 가능성을 가져올 수 있는 ‘굿 리스크’가 있다. 그간 리스크 관리를 하이ㆍ로우 리스크로만 나눴다면, 이제 달라질 때다. 가치 있는 리스크를 식별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위험이 있는 곳엔 보상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 지금도 많은 기업이 혁신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우버는 자체 금융결제 서비스 계획을 발표했다. 고객과 드라이버의 수수료 부담을 줄이고 새로운 금융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우버가 보유한 인프라를 활용하면 금융업계에 메기가 될지 모를 일이다. 택시회사가 금융시장에 진출하다니, 과거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이처럼 누가, 언제, 어디서 비즈니스를 위협할지 장담할 수 없다. 몸집이 작은 중소ㆍ중견기업이라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 끝으로 한국 중소기업에 조언을 한다면.
“기술 도입의 파급 효과를 1로 보면, 디지털 전환의 파급효과는 그것의 15배다. AI가 뜬다고 AI 플랫폼을 만드는 데 골몰할 게 아니다. AI를 깊게 연구해 비즈니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작다. 그만큼 빠르게 변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혁신의 물결을 리드하는 한국 중소ㆍ중견기업의 탄생을 기대한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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