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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서비스 빛과 그림자

편의점, 만능점포인가 심심한 만물상인가

2019. 09. 05 by 이지원 기자

‘만능 편의점’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공과금 납부는 기본이다. 편의점에서 세탁물 수거를 맡기고 중고폰 거래도 한다. 심지어 고속도로 미납 통행료까지 편의점에 낼 수 있다. 편의점이 생활편의 서비스를 강화한 덕분이다. 하지만 이 서비스가 얼마나 많은 고객에게 매력 포인트로 작용할지는 알 수 없다. 만물상을 지향하는 탓에 점주만 힘들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혁신적인 서비스가 없다는 건 고민해 볼 문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편의점 서비스의 명암을 취재했다. 

편의점 업계가 생활플랫폼을 지향하면서 각종 생활편의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사진=GS리테일 제공]
편의점 업계가 생활플랫폼을 지향하면서 각종 생활편의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사진=GS리테일 제공]

편의점에서 교통카드를 충전하거나 삼각김밥만 사던 시대는 지났다. 편의점 업계가 ‘생활플랫폼’을 지향하면서 생활편의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서 세탁물을 찾고, 공과금을 납부하고, 고속도로 통행료를 정산하는 식이다. 호응이 별로인 것도 아니다. 택배 서비스는 편의점의 대표적인 생활편의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모든 서비스가 그런 건 아니다.

직장인 최정연(28ㆍ가명)씨는 택배를 보낼 때 편의점을 이용한다. 일반 택배를 이용하기엔 택배기사의 방문시간을 맞추기가 어렵고, 우체국에 가려해도 퇴근 후엔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서다. 최 씨는 “편의점 택배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택배는 편의점 업계가 일찌감치 공들여온 생활편의 서비스다. 서비스를 출시한 지도 18년이나 됐다. 2001년 BGF리테일(CU), GS리테일(GS25), 바이더웨이(현재 세븐일레븐)는 공동 출자를 통해 택배법인 CVS넷을 설립하고, 택배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후 택배 수요가 증가하자 이들 업체는 2016년 ‘독립’을 택했다. 


현재 BGF리테일과 GS리테일은 각각 자회사 BGF포스트, CVS넷을 통해 택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2008년 연간 592건에 불과했던 택배 건수가 지난해 1305만건으로 껑충 뛰었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세탁 서비스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편의점이 세탁소의 거점 역할을 담당하는 거다. GS25는 2017년 세탁 스타트업 ‘리:화이트’와 손잡고 세탁물 접수 서비스를 선보였다. 고객은 리:화이트 모바일 앱을 통해 세탁물을 접수를 하고, GS25 매장에 맡기면 된다. 가까운 지역 세탁소에서 세탁물을 수거 · 세탁한 후 다시 GS25 매장으로 배송해준다. 고객은 GS25 매장에 방문해 세탁물을 찾으면 끝이다. 

CU도 지난 8월 세탁 스타트업 오드리세탁소와 협업해 세탁물 수거 · 배송 서비스를 내놨다. 이용 방식은 비슷하다. 오드리세탁소 모바일 웹페이지에서 수거 예약을 신청하고, CU 점포에 세탁물을 가져와 접수하면 된다. 세탁 완료된 세탁물은 고객이 입력한 주소로 배송된다.  

각종 요금 납부도 편의점에서 해결할 수 있다. 전기세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미납 통행료도 편의점에서 납부할 수 있다. GS25는 지난 8월 전국 매장에서 고속도로 미납 통행료를 조회하고 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2015년 하이패스 전자카드 판매, 2017년 전자카드 충전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통합 ‘하이패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이다.  


항공권 결제 서비스를 내놓은 업체도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7월부터 티웨이 항공권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티웨이 모바일 앱 등에서 항공권을 예약한 후 결제는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완료하는 방식이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신용카드나 계좌이체 등으로 항공권 결제가 어려운 학생, 외국인, 고령층 고객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통신 관련 서비스를 론칭한 편의점도 있다. 그동안 편의점은 알뜰폰의 판매 창구로 활용돼 왔는데, 최근에는 편의점 브랜드 이름을 딴 요금제까지 출시되고 있다. GS25가 알뜰폰 사업자 U+알뜰모바일 미디어로그와 제휴해 선보인 ‘GS25 요금제’가 대표적이다. GS25 요금제는 2017년 출시 이후 가입자 수가 10만명(2019년 4월 기준)을 넘어섰다. 기존 통신사 요금제 대비 반값 수준으로 저렴한 데다 약정제도도 없어 소비자 선호도가 높았다는 게 GS리테일 측의 분석이다. 

CU는 중고폰 거래의 장터를 열 계획이다. 지난 7월 KTㆍ리폰(O2O 유통 서비스업체)과 협업해 선보인 ‘중고폰 수거 서비스’를 통해서다. 중고폰 판매를 원하는 고객은 직접 중고폰 업체에 방문할 필요 없이 CU 매장을 찾으면 된다. 먼저 리폰 앱(홈페이지)에서 판매 접수를 하고 받은 코드를 CU 매장 내 택배 기기에 입력하면 끝이다. 리폰으로 배송된 중고폰은 개인정보 삭제를 거친 후 유통된다.  

앞서 열거한 생활편의 서비스는 일부에 불과하다. 편의점 업계는 근거리 유통 채널의 강점을 발휘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예컨대 세븐일레븐에서는 ‘해외 서류 배송 서비스’ ‘홈쇼핑 반품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CU는 ‘차량공유 서비스(쏘카)’ ‘모바일 식권 서비스(페이코 식권)’ ‘모바일 선불 결제 서비스(러마페이)’ 등을 선보였다. GS25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충전 서비스’ ‘온라인 쇼핑몰 결제 대행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생활편의 서비스가 고객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데 효과가 있는지는 미지수다. ‘제2의 택배’라 불릴 만큼 획기적인 서비스는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서비스도 많다. GS25는 CU보다 한발 앞서 2017년 중고폰 거래 O2O 서비스를 선보였다. 중소기업 VEB아시아가 운영하는 ‘폰25’ 서비스였는데, 관련 사이트는 폐쇄된 상태다. 세탁 서비스의 성과도 지지부진하다. 가장 먼저 세탁 서비스를 선보인 세븐일레븐(2017년)의 경우 여전히 한개 매장에서만 운영하고 있다. 

수요가 불확실한 생활편의 서비스는 가맹점주가 되레 부담스럽게 여길 공산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연승 단국대(경영학)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가맹점주의 인건비 부담이 높아진 상황이다”면서 “가맹점주로선 근무자의 업무가 많아지는 생활편의 서비스를 도입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편의점 업계의 ‘만능 편의점’을 향한 시도는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편의점 수가 4만여개를 넘어선 데다 점포당 인구수는 1227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에 가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한 만큼 고객의 방문 빈도를 높이는 게 곧 매출로 직결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심심한 만물상이 돼버린 편의점, 혁신 없는 성장세는 어디까지 갈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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