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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안심대출 기억 안 나세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괜찮을까

2019. 09. 05 by 강서구 기자

정부가 고정금리형 안심전환대출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서민의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부담을 줄이고 대출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게 이유인데, 시기가 애매하다. 시장금리가 하락세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고정금리 대출을 유도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2015년 안심전환대출을 추진했을 때도 정부 말만 믿었다가 손해를 본 차주借主가 숱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의 빛과 그림자를 취재했다. 

정부가 연이율 1.95~2.20%의 고정금리로 대환할 수 있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정부가 연이율 1.95~2.20%의 고정금리로 대환할 수 있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직장인 백승민(가명·36)씨는 대출을 갈아탈지 말지 고민이다. 그는 올해 3월 연립주택을 매입하면서 은행에서 1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연금리 3.308%(1년)의 변동금리 대출로 만기는 20년이다. 거치기간을 설정하지 않은 백씨는 매월 57만원(원금 30만원+이자 27만원)을 원리금으로 갚고 있다.

이런 그는 최근 정부가 내놓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소식에 귀가 솔깃해졌다. 같은 조건으로 대환할 경우 지금의 금리를 2.15%로 떨어뜨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정금리라는 게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백씨가 매월 상환해야 하는 원리금이 기존 57만원에서 51만원으로 6만원가량(1년 72만원) 줄어드는 건 큰 메리트였다.


문제는 금리가 하락세를 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7월 3년1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시장금리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의 영향으로 기준금리가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백씨는 “2%대의 고정금리로 대출을 상환할 수 있다는 건 매력적”이라면서도 “하지만 중도상환수수료까지 내고 대출을 갈아탔다가 변동금리가 더 낮아지면 손해를 보는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백씨는 오늘도 고민 중이다.

정부가 8월 26일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출시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저 1%대의 고정금리(10년)로 대출을 상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원회는 20조원 규모의 안심전환대출을 9월 16일 출시할 예정이다. 대상은 올 7월 23일 이전에 변동금리나 준고정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연소득 8500만원(부부 합산) 이하인 1주택자(주택가격 9억원 이하)다.

최대 대출한도는 5억원으로 대출을 받은 지 3년이 되지 않은 가구는 최대 1.2%의 중도상환수수료 부과된다. 대신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은 2017년 6·19 부동산대책 이전 수준인 70%(LTV), 60%(DTI)를 적용받을 수 있다. 적용 금리는 1.95%(10년 만기)에서 2.20%(30년 만기) 수준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시장에선 대출을 갈아타려는 수요가 적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출금리의 기준인 코픽스(COFIX)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1월 2.04%에서 8월 1.68%로 0.36%포인트 하락했다. 은행의 대출금리도 크게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7월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연 2.64% 기록했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내놓은 정부


지난해 말 연 3.19%에 비해 0.55%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최저치다. 은경환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두번 이상의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정부 기대만큼 안심전환대출의 실수요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위는 “안심전환대출의 목표는 주택담보대출의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라면서 “대출금리를 저금리 상태에서 장기간 고정할 수 있다는 측면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선 ‘정부의 말만 믿었다간 2015년 출시한 안심전환대출처럼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해 정부는 미국경기 회복, 집값 상승 등 대내외 충격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안심전환대출을 출시했다. 금리 인상기에 원리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이 때문인지 출시 첫날 대출을 신청하려는 사람들로 은행 창구가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실제로 대출신청자 수는 34만5000명에 달했고, 대출 실적은 33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0%였던 기준금리가 2017년 3월 1.75%로 인하된 이후 안심전환대출 차주는 ‘부메랑’을 맞고 말았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수준인 1.25%까지 떨어진 2016년 6월 이후엔 시중은행 대출금리(연 2.62%)가 안심전환대출(연 2.65%)보다 낮아지기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자 2016년에만 2만7101명이 안심전환대출을 중도해지했고, 한편에선 정부가 사기를 쳤다는 원성이 쏟아졌다.


저금리 시대, 고정금리 대출이라니…

더 큰 문제는 이런 논란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8월엔 동결했지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75%까지 낮출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잠재성장률 하락, 물가상승률 둔화, 국내외 경기둔화 등으로 저금리 시대가 고착화한다면 안심전환대출은 매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산업경영학과) 교수는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잠재성장률 등 여러 요인을 생각하면 0%대 기준금리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로 혜택을 누리는 서민이 나오는 만큼 정책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부의 정책이 인위적인 데다 방법과 시기에 혜안이 없어 보인다. 금리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서민을 고정금리대출로 유도하는 게 맞는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지금은 국민 전체의 이자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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